김건희 명품백만 만지다간 '더 큰 가방' 놓친다

모든 문제 빨아들이는 블랙홀 되고 있는 것의 함정

2024-01-28     이명재 에디터
이명재 에디터

온 나라의 눈과 귀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문제에 쏠리고 있다. 야당의 공세도 이 사안에 모아지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신구권력 간의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마치 총선의 성패를 좌우할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문제는 과연 어느 만큼 중대하며 본질적인 사안일까. 특히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문제가 다른 모든 사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귀결점이 되고 있는 것에 과연 함정은 없는가.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김건희 명품 백 문제의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가릴 수 있어

김건희 가방 수수 문제가 상당한 폭발력을 갖춘 현안 문제임엔 틀림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또한, 아니 바로 그렇게 폭발력이 큰 사안이기에 상당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이 문제만 풀리면, 대통령이나 당사자인 김건희 씨가 사과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비치는 왜곡 현상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보수 언론들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 등도 거의 다를 게 없는 양상이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이 문제 해결을 최종해법처럼 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윤 대통령이 이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사과한다면 국민의 의문은 상당 부분 풀릴 것이다”라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즉각 대통령이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이렇게까지 번질 일이 아니었다”는 이 신문의 말은 상당한 ‘진실’을 노출하고 있다. 애초에 어려운 문제처럼 되고 있으나 실은 쉬운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쉬운 문제가 어려운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돼 있다는 것을 발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가리는 격이다. 문제의 본질은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인 국정 파행과 파탄과 폭주에 있다. 문제는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그 사과의 '원인'인 것이다. ‘김건희 가방’의 문제는 가방이 아닌 김건희인 것이고, 김건희 문제의 근원은 윤석열인 것이며, ‘윤석열 문제’의 몸체는 윤석열 정권인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과 함께 윤석열 정권을 이루고 있는 윤석열과 그를 정점으로 한 권력체인 것이다.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에 대한 의문에만 갇혀 자칫 이를 문제의 몸통인 것처럼 봤다간 그 결과는 명품 가방의 '끊어진 끈'만 쥐게 되는 것이 될 수 있다.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만 손에 쥐고 ‘더 큰 가방’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라는 문제의 본질은 달아나버리고 그 한 이파리일 뿐인, 눈길을 확 잡아끌기는 하지만 뿌리와 줄기는 아닌 김건희 명품 가방 속에 빠져 갇혀 버리게 될 수 있다. 김건희 명품 가방 문제의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문제에만 집중할수록 그것을 낳은 뿌리와 줄기는 가려지고 그 잎사귀와 가지만 두드러지게 된다는 데 있다. 자칫 쉬운 과녁으로 인해 그 뒤의 진짜 과녁을 놓치는, '꿀을 바른 독'일 수 있다.

 

27일 MBC 장인수 기자가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어렵지 않은 문제여서 오히려 난제라는 역설

그러므로 김건희 명품 가방 문제가 진짜 난제인 것은 사실 오히려 그것이 어렵거나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는 역설에 있다. 그 해법도 간단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열쇠가 상당 부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결심 하나에 달려 있다는 데 있다. 바로 그것이 이 문제의 덫인 것이다.

이 문제를 더욱 더 난제로 만드는 것은 정부여당에게 '자문자답'의 상황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있다. 스스로 문제를 내놓고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하게 돼 있는 상황에 있다. 특히 문제의 원인이자 한 부분, 그것도 작은 부분이 아니라 몸통이랄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맞서는 듯이 보이면서 마치 그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에 있다. 이렇게 정부여당에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며, 반면 상대편에는 기회인 듯한 것이 위기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독한 역설은 이 문제가 '윤석열 대 한동훈'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왜곡과 착시의 양상이다. 난제인 듯하나 난제가 아닌 문제의 매듭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칼로 끊든 적당히 풀든 해법을 '연출'한다면 그는 김건희 명품가방 문제의 해결자라는 영예를 얻게 된다. 명품 가방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의혹들을 규명하려는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이라 했던 그가, 명품백 의혹에 사실은 단지 "국민 눈높이"라는 모호한 말에만 그쳤을 뿐인 그가,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풀어주는 ‘전과’를 올리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서 윤석열 정권의 1년 반 동안의 국정 결과에 대해, 결과 이전에 그 원인으로서 누구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할 이가 문제의 장본인이 아닌 문제의 해결자라는 위치로 옮겨버리는 셈이다. 책임을 져야 할 이가 개선장군이 될 수 있는 극단적인 전도이며 역설인 것이다.

여기에 이 문제의 양면성이 있다. 얼른 사과를 하자며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대통령에 대해 압박을 하고 한동훈 위원장을 응원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기보다는 하나로써 남은 9개를 덮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표피의 문제 밑의 표면하의 문제의 원천을 가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면하의 빙산을, 몸체를 가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어느 칼럼에서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명품백 논란은 더 게세게 물 위로 떠오를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같은 시각이 놓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명품백 문제가 떠오르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 문제를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물밑의 문제들을 가리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파행과 무능을 상당 부분 해명하고 덮게 되는 커튼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체 5막 중의 1막에서 연극을 끝낼 수 있는 커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건희 명품 가방 문제의 문제는 그러므로 결국 단절이냐 연결이냐에 있다. 이파리 하나, 가지 하나 떼어 놓는 것에서 막혀 뿌리로 이어지는 길이 끊어지느냐 '거대한 뿌리'에로 내려가느냐의 문제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에 대해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면서 국민들은 국정이 우선인지 부인이 우선인지 궁금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부인이 우선이냐 국정이 우선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부인 문제의 원천이 바로 국정이라는 것이다.  김건희 명품가방이든 김건희 씨 문제든 그것이야말로 국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질문은 부인이냐 국정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국정의 방향과 내용, 그 결과에 대해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총선 때까지 국민들이 물어야 할 질문이다. 아니 국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입을 틀어막히게 했던 그 말,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것을 넘어서 과연 국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이냐, 그 국정을 맡을 자격이 있느냐를 묻는 것이어야 한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 물어야 할 질문도 김건희 가방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할 자격 자체가 대체 있느냐는 것이어야 한다. 국정의 방향의 잘못을 넘어 국정의 부재에 대해 윤석열-한동훈이라는 한몸, 동일체에 대해 묻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 

김건희 가방을 얻고 더 큰 가방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가방 문제의 해결은 다만 최소치다. 진짜 문제에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라는 점에서 종결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그 입구에서 김건희 명품백이라는 '폭탄'을 들고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 폭탄은 그들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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