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닥칠 트럼프와 정면대결…저무는 시진핑의 호시절

[이대로면 트럼프] ② '치명적 적수' 다루기

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규제'로 중국 압박할 듯

'중국 포위' 인·태 전략 계승…관건은 동맹 결속력

트럼프, '돈'만 따지다 동맹국 반발에 소외될 수도

"병들고 부패한 글로벌리스트 계급 내쫓겠다"

중국 매체 "트럼프 귀환, 중·미 관계 더 복잡해져"

2024-01-23     이유 에디터

트럼프의 재집권은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다. 그의 귀환을 고대하는 러시아, 이스라엘과는 처지가 다르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미국과 경제와 안보를 비롯해 전방위적 갈등을 겪었지만, 양국 모두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딱 점 찍고 가용한 모든 힘을 동원해 제압하려는 트럼프가 복귀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을 방문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2023. 12. 20 [로이터=연합뉴스] 

두 전쟁에 힘입어 미국의 '칼날' 피했던 시진핑

높아지는 트럼프 복귀 가능성에 호시절 저물어

2년 가까운 우크라이나 전쟁과 넉 달째 이어진 가자 전쟁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비롯한 대참극을 연출하고 있지만, 지정학 차원의 전략적 견지에서 보면 중국과 시진핑 주석에겐 '불감청 고소원'(감히 청하진 못해도 바랬던바)과 같았다. 미국의 대외 정책의 초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자 전쟁으로 이동한 덕분에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른 미국의 대중국 봉쇄와 압박은 무디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이 협조마저 구하는 양상이 됐다. 중국엔 '호재'였다. 러시아 침공에 대해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2일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국에 쏠렸던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로 옮겨 가는 것은 중국에 무엇보다 큰 이익이었다"고 말했다. 가자 전쟁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금상첨화였다. (시진핑은) 하늘이 내려 준 뜻밖의 선물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라며 "미국이 중동에 더 깊숙이 개입될수록 시진핑에게는 이롭다"고 말했다.

덩달아 중국의 위상도 더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구실로 인도적 휴전에 반대하고 가자에서 자행되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범죄를 사실상 용인했지만, 중국은 그런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일관되게 휴전을 촉구함으로써 뭣보다 아랍‧이슬람권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저소득국과 개도국)의 신뢰를 얻었다. 독일 훔볼트대에서 국제관계‧중동정치학을 강의하는 사라 노이만 박사는 '모던디플로머시 16일 자 기고에서 "중국은 서방을 향한 불신 분위기를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년 후 트럼프 복귀가 현실화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트럼프의 공언대로라면 두 전쟁을 즉시 매듭짓고, 부릅뜬 눈을 다시 중국으로 돌릴 것이어서다. 시진핑으로선 긴장을 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둔 21일 로체스터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 01. 21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매체 "트럼프 귀환, 중·미 관계 더 복잡해져"

"트럼프, 강한 대중 적대감·편견 숨기지 않아"

현실화하는 트럼프의 귀환과 관련해 중국은 겉으론 태연한 척하면서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15일 미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최 전과 후에 이어, 2위를 달리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21일 전격 사퇴한 뒤 22일에도 관련 분석 기사를 내보내는 등 꽤 신경을 쓰는 눈치다. GT는 16일 자 기사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도 그가 취할 행동은 대체로 예상된다"라면서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주도한 자인 만큼 트럼프가 귀환한다면 중·미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앞서 15일 기사에선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바이든은 트럼프의 강력한 적수가 못될 것"이라며 "이는 세계가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정당 간 투쟁이 악화하는 더욱 분열된 미국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고 썼다. 22일 기사에선 "중국에 대한 호전성은 트럼프와 디샌티스, 헤일리를 포함해 거의 모든 공화당 주요 인사가 공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에 대한 강한 적대감과 편견을 절대 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대선 시기에 통상 중·미 관계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는 만큼, 중국은 잠재적 리스크들에 대한 제어와 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복귀한다고 해서 곧바로 미‧중 간에 군사력을 수반한 전쟁이 벌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그 대신 격렬한 무역 및 경제 전쟁의 형태를 띨 공산이 크다. 여기서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소장을 지낸 로빈 니블릿 박사의 얘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18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딜메이커(해결사)가 되고 싶어하고, 비즈니스를 원하고 더 부자(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 대신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제한을 둬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17 [미 해군 제공]

트럼프 심복 라이트하이저 "중국은 치명적 적수"

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규제'로 중국 압박할듯

트럼프 1기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최근 출간한 '자유무역은 없다'란 저서에서 중국을 "치명적인 적"(lethal adversary)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2기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핵심 표적임을 대놓고 밝힌 것이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다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트럼프는 대중 무역‧경제 전쟁의 최종 목표로 대중 의존의 완전 종식을 천명했다. 이른바 디커플링(분리)이다. 이를 위해 △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의 박탈을 통한 최혜국대우 관세 취소와 고율의 대중 관세 체계 신설 △ 중국의 미국 내 기간산업 및 핵심기술 투자(구입) 금지 및 소유 자산 매각 종용 △ 핵심 광물을 포함해 중국에서 아웃소싱하는 기업의 정부 조달시장 참여 금지 등의 정책 공약을 내놓았다.(산업통상자원부 '트럼프 주요 정책 공약'. 주간 이슈 포커스 1월 4일)

한 손엔 '관세', 다른 손엔 '규제'란 무기를 들고 중국의 숨통을 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궁극적 목표는 미국의 자체 공급망 복원과 제조업 부활이다. 액션 플랜인 '미국기업 복귀 4년 계획'도 마련됐다. 트럼프는 작년 1월 18일 연설에서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미국의 미래가 확고히 미국민의 손에 남아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와 테크놀로지, 통신, 농지, 천연자원, 의약품, 기타 국가 전략자산을 포함해 미국 내의 모든 중국 소유 핵심 인프라에 대해 공격적인 새로운 규제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중해 선적사(MSC) 소속 컨테이너선이 22일 이집트 이스마일리아 인근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홍해 항로는 가자지구 사태 이후 물동량이 30% 줄었다. 2022.12.22. [EPA=연합뉴스] 

'보편적 기본관세'에 '트럼프 상호무역법' 공약

'관세맨' 트럼프 "눈에는 눈. 동일한 관세 때릴것"

치열한 무역전쟁도 물론 예고했다.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 도입과 '트럼프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 제정, 중국의 최혜국대우 관세 취소와 고율의 대중 관세 체계 신설 등을 통해서다. 집권 1기 때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2018~2019년에 4차례에 걸쳐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이 고율 관세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보편적 기본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0% 관세율을 추가로 적용한다. 특히 중국과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들에는 기본관세에 추가로 징벌적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트럼프 상호무역법'의 핵심은 상대국과 '동일한' 관세를 매기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3.41배에 해당하는 관세율을 적용 중이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인 트럼프는 "만일 인도와 중국, 또는 어떤 나라가 미국산 제품들에 100% 또는 200%의 관세를 때린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동일한 관세를 때릴 것이다. 눈에는 눈이다"라고 말했다.(2023년 7월 21일. 뉴저지 연설) 미국을 병들게 한 무역 적자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주민들이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국경 앞 레이저 펜스 앞에 앉아 있다.  2024. 01. 22 [로이터=연합뉴스]

"병들고 부패한 글로벌리스트 계급 내쫓겠다"

국제무역질서에서 미국 디커플링 가능성 제기

트럼프의 무역·경제 정책의 기조를 보면 '세계와의 통합'이 아니라 '미국의 고립 또는 자립'을 추구한다. 대중 의존의 완전 종식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변되는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free and open trade)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국과 같은 일부 나라가 다른 나라의 희생 위에서 그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첫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한 데 이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으로 바꾸고 한미FTA 재협상을 압박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공정하고 상호적 무역'(fair and reciprocal trade)이었다. 말이 '공정하고 상호적'이지 일 대 일로 만나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위협이다. 또한 자유무역에 뒤따르는 노동력 이동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는 "글로벌리스트(세계화론자) 계급이야말로 우리를 증오하는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완전히 의존하게 만들어왔다"며 "병들고 부패한 이 기득권 집단을 내쫓는 것은 다음 대통령의 기념비적인 임무다"라고 주장했다. (2023년 3월 16일 연설) 1995년 1월 WTO가 출범한 이후 근 30년 글로벌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온 규칙 기반 다자간 무역 질서를 손보겠다는 뜻이다.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앨리슨 교수는 트럼프가 들어서면 "중국과 디커플링 하라고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보단 미국을 글로벌 무역 질서와 디커플링 시키는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첫 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2023.11.16. [AP=연합뉴스]

'중국 포위' 인·태 전략 계승…관건은 동맹 결속력

트럼프, '돈'만 따지다 동맹국 반발에 소외될 수도

트럼프가 귀환하면 대중 무역·경제 전쟁을 넘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했듯이 지정학적 차원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포위와 봉쇄를 추진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진행된 바이든-시진핑 회담에서 갈등을 일시 봉합한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 문제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인도태평양전략은 2017년 11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공식으로 채택했으며, 그 후 쿼드(미·일·인도·호주)를 중심으로 강화돼왔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계속 추진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동맹국과의 관계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동맹국과의 관계도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이념 중심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대하기 때문에 동맹 관계의 결속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니블릿 박사는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동맹의 리더로서 미국이 갖는 신뢰성에 관심이 없다"며 "미국 우선주의가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일본이 미국 상품을 충분히 사지 않고 유럽이 미국에 무역흑자를 낸다면 트럼프는 왜 미국이 그들을 보호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라고 했다. '돈'만 따지다가 동맹국의 반발을 사고 동맹국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트럼프가 대중 포위와 봉쇄를 추진해도 동맹국의 협조를 모두 끌어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시진핑에게 한숨 돌릴 공간을 줄 개연성이 있다. 그 경우 중국은 나토와 유럽, 아시아 동맹국에 개별적으로 접근해 제 편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고립을 시도할 수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대해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우리는 소용돌이와 무질서,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전제한 뒤 "바로 이 나라(미국)의 정치적 진화가 세계에서 최대의 불확실한 요인이며 그 결과가 반향을 부르면서 앞으로 다가올 몇 년의 세계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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