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탄절 난민촌 맹폭…이제 와 "민간인 사망 유감"
"이스라엘, 첫 6일간 가자에 폭탄 6000개 투하"
초밀집지에 무차별 폭격, 부적합한 무기 사용
가자 난민 생사 갈림길…유엔 "220만 명 굶주려"
"휴전 빠진 안보리 결의안, 유혈 참극 계속 허용"
"이스라엘 국방군(IDF)은 (하마스와) 관련 없는 개인들에게 피해를 줘 유감이며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군은 성탄절인데도 가자 중부의 알 마가지 난민촌을 맹폭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뒤따르자 28일 성명을 내고 뒤늦게 유감을 표시했다. 성명에서 이스라엘 국방군은 알 마가지 난민촌을 2차례 폭격하면서 하마스를 목표물로 삼았다며 "예비 조사 결과 공습 과정에서 목표물들 근처의 다른 건물들을 타격해 다른 관련 없는 민간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해를 끼친 것 같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와 더예루살렘포스트를 포함한 외신들이 전했다.
성탄절 난민촌 맹폭…이제 와 "민간인 사망 유감"
앞서 이스라엘군은 초밀집 지역인 알 마가지 난민촌을 상대로 성탄절을 몇 시간 앞둔 시각에 시작해 성탄절인 25일 새벽까지 폭격을 퍼부었다. 주민들이 개전 이후 '최악의 밤'을 보냈다고 했을 정도다. 알 마가지 난민촌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내쫓긴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1949년 조성된 곳이며, 0.6㎢의 면적에 약 3만3000명이 거주하고 최근 가자 전쟁 난민도 피란해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알 마가지 난민촌에서 다수의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70명 넘게 숨졌다. 또 인근의 알 부레이즈와 알 누세이라트에서도 8명, 남부 칸 유니스에서는 23명이 사망했다. 가자 보건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지난 24시간 사이 250명이 숨지고 5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줄기찬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지상 작전으로 10·7 하마스 공격 이후 가자 내 사망자는 절대다수가 민간인으로 2만1000명에 이른다. 또한 전체의 80% 달하는 19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하고 주택과 거주지의 60% 이상이 파괴됐을 뿐 아니라, 병원 대부분도 부서져 보건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다.
"이스라엘, 첫 6일간 가자에 6000개 폭탄 투하"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대부분 폭격의 범위는 물론, 초밀집 지역에 부적합한 미국 제공의 2000파운드짜리 폭탄들을 포함해 폭격에 사용한 무기에도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뉴스도 익명의 이스라엘 군 간부를 인용해, 알 마가지 난민촌 공격 당시 부적합한 무기가 광범위한 피해와 과도한 민간인 사망자를 낳았다면서 사용된 폭탄의 타입은 그 공격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단 슈타인보크 설립자는 '무엇이 가자-이스라엘 재앙을 초래했나'란 제목의 월드파이낸셜리뷰 기고문(12월 19일 자)에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개시한 첫 6일간 가자에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슈타인보크는 "그것은 가자지구보다 1800배 넓은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1년간 투하했던 폭탄의 수에 근접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스라엘 반격은 조준 사살이란 말을 썼지만 진짜 초점은 가자의 파괴였다"며 "이스라엘군의 관점에서 작전은 터널과 같은 전술적 군사 목표물을 포함하지만, 특히 고층 건물과 거주 시설, 하마스 정보원들의 주택 등의 핵심 목표물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보크는 "이스라엘의 실제 목표는 팔레스타인 시민 사회에 최대한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난민 생사 갈림길…유엔 "220만 명 굶주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휴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자 난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알 부레이즈와 알 누세이라트에 등 주요 난민촌이 있는 가자 중부까지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남부로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주민과 피란민 15만 명이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빠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에게 남쪽으로 더 내려가 데이르 알발라까지 갈 것을 명령했지만, 여기에도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어 추가 수용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몰려드는 피란민 규모에 비해 가자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가자 주민 약 22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며 가자의 식량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2일 '가자 인도주의 지원 확대 결의안'(2720)을 채택하고 가자 전역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즉각적이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 촉진하며 직접 도달하게 할 것을 교전 중인 이스라엘-하마스에 요구했지만, 가자 현장에선 아직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휴전 빠진 안보리 결의안, 유혈 참극 계속 허용"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런 와중에 자신들이 권고한 민간인 대피 지역에도 주기적으로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28일 저녁 피란민이 머물던 라파의 건물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20명이 숨졌고, 오전에는 남부 칸 유니스와 중부 알 마가지 난민촌에서 50여 명이 사망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어린이와 아기를 데리고 있는 여성들, 장애인과 노인을 포함해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게 됐다"며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휴전뿐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공범'이란 비난을 받자 이스라엘에 군사작전 투입 병력을 줄이고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미국과 대규모 전투 단계에 이은 '안정화 단계' 준비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국립과학기술대학교(NUST)의 자미르 아흐메드 아완 교수는 '중동은 화산 폭발 직전에 있다'는 제목의 28일 자 모던디플로머시 기고문에서 "안보리 결의안에도 불구, 이스라엘은 지상 및 공중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완 교수는 이어 미국의 거부권 행사 '위협'에 밀려 '휴전' 문구를 뺀 안보리 결의안과 관련해 "휴전이란 단어를 제외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유혈 참극을 계속 저지르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