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신당 창당 미스터리
이준석‧금태섭‧양향자 등 민주당 반대편과 연대?
막연한 '자가 발전' 외엔 창당 동력‧인물 안 보여
친낙계조차 "신당 반대" "말도 안 되는 짓" 반기
비빌 언덕은 호남?…"외면당할 게 불 보듯 뻔해"
비명계도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 100미터 질주"
민주 다수파 "윤 정권 돕는 행태" 문제의식 일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낙연 신당'에 합류할 유력 인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할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내년 초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심지어 '친낙계' '비명계' 의원들마저 손사래를 치고 있고, 이낙연 신당이 지역적으로 유일하게 비벼볼 만한 언덕인 호남권에서도 삭막한 기류만 감돈다. 이준석‧금태섭‧양향자 등 민주당과 대척점에 있는 외부 인사들과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연대설도 막연한 자가 발전 외에는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안팎의 동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창당이 과연 가능할지, 민주당에서 오랜 세월 꽃길만 걸었던 이 전 대표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물음표만 쌓이고 있다.
금태섭‧양향자 등 민주당 탈당파와 '뜻을 같이한다'?
이 전 대표는 14일 '특집 KBS 1라디오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금태섭, 양향자 의원 두 분은 만난 적이 있다. 각각 창당을 하신다는데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어떤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힘내시라는 격려의 말씀 정도 나눴다"며 "뜻을 모을 수도 있겠다 하는 여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진행자인 KBS 전종철 기자가 "뜻을 모을 수 있다는 건 어떤 정책이나 비전에서 공통되는 것을 보셨다는 말씀이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예. 지금 국가 위기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고 있고, 정치가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줄거리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적자'라는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당론이었던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하는가 하면 경선 패배로 공천을 못 받고 탈당한 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나, 삼성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검찰개혁 법안엔 반대하다 자신의 사촌동생이기도 한 특별보좌관의 성폭행 사건 여파로 제명 처분을 받자 자진 탈당한 양향자 의원과 '뜻을 같이한다'는 것부터 의아한 대목이다.
진행자가 "상징성 있고 임팩트 있는, 국민에게 어필하고 좀 감동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 함께하기로 했느냐. 그분들이 누군지 공개해 달라"고 하자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정치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각 분야의 전문직들, 조금 젊은 분들이 많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거기에 종합적인 통찰을 가진 분들이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다"면서 "명망에 집착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행자가 재차 "현역 의원 중에 함께 탈당해서 이낙연 신당에 동참하기로 이미 그렇게 하신 분 있냐"고 질문했지만 이 전 대표는 "정치인들의 거취는 남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 이래라저래라 강요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준석 "이낙연이 당한 게 뭐지?"…정세균 "3총리 연대? 그런 것 없다"
이 전 대표가 특유의 화법대로 말을 빙빙 돌리며 변죽을 울렸지만 '상징성 있고 임팩트 있는, 국민에게 어필하고 좀 감동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아직 아무도 못 구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민주당 현역 의원 중 합류 의사를 밝힌 경우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전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내년 초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돼야죠"라고 호기롭게 말했으나 신당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라인업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해 '낙준(또는 낙석) 연대'설이 계속 나오지만 정작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야 뭐 1년 반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또 윤핵관 이런 사람들이 저를 신나게 두들겨 때려가지고 그게 이미 축적된 상태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어? 이낙연 대표가 당한 게 뭐지?' 물음표인 상황"이라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의 '3총리 연대'설 역시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1일 "그런 것 없다"고 일축하면서 신기루가 된 상태다. 정 전 총리는 당시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나는 당 대표 할 때도 그렇고, 민주당 정당 활동을 하면서도 대화와 통합을 항상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신당이라는 '분열'이 아니라 현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의 '통합' 필요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총선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4선 안규백 의원을 임명했는데 안 의원이 '정세균계'라 이재명 대표의 통합 의지와 맞물려 눈길을 끈 바 있다.
친낙계‧호남권 의원들 반발…외연 확장은커녕 자기 세력까지 와해
이처럼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탈 탑승객의 실체가 모호한 가운데 급기야 민주당 내 '친낙계'조차 대놓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외연 확장은커녕 자기 세력까지 와해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이낙연계'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이었던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정책위의장은 14일 "신당을 창당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페이스북에도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다. 반드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민주당을 지키고 민주당과 함께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 출신인 이병훈(광주 동구남구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당 태동설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저는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반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못박았다. 그는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고 똘똘 뭉쳐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며 "단일대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인 호남권 다른 의원들도 앞다퉈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과 호남 울타리 안에서 5선 의원과 총리, 당 대표를 지낸 분이 도의를 저버리면 호남은 이 전 대표를 외면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당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오섭(광주 북구갑) 의원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라는 민의를 저버리고 현 정권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역사와 정통성을 버린 이들의 끝은 결국 역사의 죄인으로 남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원욱 "혼자 마음 급해 질주"…조응천 "정의당 의원 수 확보도 어려워"
이 전 대표의 최대 우군이 될 것으로 보이던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측까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많이 당황스럽다"며 "숨 고르기가 좀 필요한데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서 100미터 질주를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신당을 추진할 때 이낙연계 의원들이 몇 명이라도 같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며 "혼자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막 이렇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좀 안타깝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랑 무관하게 진행하는 것"이라며 "왜 저렇게 서두르지"라고 했다. 그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도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과거 NY(낙연)계 의원들 중 좋게 말씀하시는 분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일단 제1당 아니냐"며 "민주당이 바로 서야 국민의힘도 경각심을 느끼고 바로 간다.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을 어떻게든 좀 고쳐보자(라는 생각이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의원은 "(이낙연 신당) 목표가 제1당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기호 3번 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의당이 6석인데 정의당만큼의 의원 수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다수 "당 분열 조장, '윤 정권 심판' 총선 과제와 시대정신 망각"
친명계 의원들은 오래 버티던 둑이 터진 듯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그 외 민주당 다수파에 속하는 인사들도 이 전 대표 행보에 대한 비판을 다각도로 분출하는 중이다. '이낙연이 왜 저러지?'하고 고개를 갸웃하든, '이낙연이 저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든, 이 전 대표의 선택이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돕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문제의식이 일치한다.
"새로 만들어질 당이 한국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것인지 벌써 눈에 선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에서 한순간에 정치꾼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김용민)
"윤석열 정권의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견리망의(見利忘義·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한 선택으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양이원영)
"엄동설한에 웬 분열과 이적의 사쿠라인가? 사쿠라 반란을 철저히 조기 진압해야 2024 서울의 봄, 민주의 봄이 온다."(김민석)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민주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윤건영)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당원도, 일개 의원도 아닌 당 대표까지 했던 이가 자당을 비판하며 전혀 다른 정치지향을 가진 이들과 손잡겠다고 하는 바로 그것이다."(강민정)
"이낙연 전 대표가 갑자기 선거제 얘기를 꺼내서 본인이 탈당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진정성이 전혀 없다."(이탄희)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나 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와 손잡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번 총선 과제를 '윤석열 정권 견제'가 아니라 '이재명 견제'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이소영)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박근혜를 사면하자고 해서 지지율을 다 까먹고, 대선 경선에서 패하자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도망가고,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1년 넘도록 외면하다가 총선을 앞두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이제는 이준석과도 손잡겠다고 한다."(이동주)
"절망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총선 패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설득해야 할 분께서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민정)
"2보수 1진보는 총선 승리, 정권 교체 필승 구도다. 이런 좋은 기회를 이낙연 전 대표가 망치고 있다."(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