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문재인 탓 ‘재판지연’, 48개월 패트 재판 '모르쇠'
역대급 재판지연, 2019년 ‘패스트트랙’ 재판
패스트트랙 사태의 전말, 국힘의 의정 폭력저지
국힘의 결정적 아킬레스건, 채이배 감금사건
패스트트랙 자한당 재판, 범죄혐의 넘치게 소명
채이배 의원실 소파 차단 여상규는 왜 불기소?
공권력 집행 도운 민주당 의원들은 왜 기소?
극단적 재판지연 덮고, 조국∙울산만 외친 언론
앞서 국민의힘과 언론들이 입을 모아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문재인정권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가, 사실은 판사 부족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더해, 결정적으로 검찰이 갖은 방법으로 재판을 질질 끌었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 조국∙울산 '재판 지연' 원흉, 김명수∙문재인 아닌 윤 검찰
그런데 이 ‘재판 지연’ 문제를 따지자면 조국, 울산 재판보다도 훨씬 장기간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 재판 마무리 기약조차 없는 소위 ‘패스트트랙’ 재판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어느 언론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역대급 재판지연, 2019년 ‘패스트트랙’ 재판
‘패스트트랙’ 재판은 2020년 1월에 기소된 후 지금까지 무려 4년, 즉 48개월째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재판은 바로 다음달이면 만으로도 4년을 채우지만, 지금까지도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조차 없다.
국힘과 언론들이 ‘재판 지연’의 사례로 집중 공격해온 조국 재판(3년2개월)이나 울산 재판(3년10개월)의 1심 재판 기록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는데도 지금도 기록 갱신 중인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 재판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고, 주류 언론 법조기자들은 이 재판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만이 유일하게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언급하는 정도다.
국힘과 법조기자들은 왜 재판 지연을 문제 삼으면서도 이 역대 최악의 재판 지연 사례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걸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 재판에 기소된 주요 피고인들이 국힘의 전현직 의원들과 당직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패스트트랙 재판에는 국민의힘 황교안 당시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23명의 국회의원 포함 27명이 무더기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들 중 곽상도, 김정재, 김태흠, 박성중, 송언석,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장제원 등은 2020년 1월부터 재판중인 상태에서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되었고, 곽상도가 ‘대장동 50억 클럽’ 문제로 2021년 사퇴한 것 외에는 전원 그대로 공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태흠은 21대 국회의원 직을 중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해 현재 충남지사 신분이다.)
이들의 행위는 국회법 상 ‘국회선진화법’ 위반을 필두로 하고 있어, 500만원 벌금형 이상이 선고될 경우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되어 공직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국회선진화법 외에도 이들이 기소된 혐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동감금, 공동퇴거불응 등이 있어 범죄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
더욱이 이들의 범죄 행위 내역이 여러 종류의 영상으로 자세히 녹화되어 있어 범죄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무려 48개월째 재판이 끝날 줄을 모르는 것이다.
검찰은 민주당의 김병욱, 박범계, 박주민, 이종걸, 표창원 등 당시 국회의원 5명 포함 총 10명도 기소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의 공무집행으로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을 폭행으로 기소한 것이다. (아래에서 자세히 따져볼 것이다.)
이 재판은 국힘과 민주당 각각 별도 재판으로 서울남부지법의 두 재판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힘 의원들은 형사11부, 민주당 의원들은 형사12부.)
민주당 의원들도 기소되기는 했지만,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국민의힘 쪽 재판이다. 패스트트랙 사태 자체가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법률안 접수를 힘으로 막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내에서 단체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고 상상초월의 의원 감금까지 감행했던 엽기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사태의 전말, 국힘의 의정 폭력저지
국회법 상 ‘패스트트랙’의 정식 명칭은 '안건 신속처리’로서, 국회법 제82조의2로 규정되어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상임위 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하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렇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은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총 270일 안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내용이다.
국회법에 이런 내용의 신속처리 규정이 들어간 것은 해당 국회법 개정(‘국회선진화법안’) 당시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고 여야간 합의를 강제하도록 개정되면서, 그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야간의 장기간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2019년 4월말 경 민주당 포함 4당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안 등을 상정하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합의 추진했는데,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차단하려 시도하면서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4월 25일 두 번의 큰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한번은 민주당이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접수하려 할 때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안과 앞 복도를 점거하고 출입을 막아 몸싸움으로 막았던 것이다. 당시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으로 경호과 직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돌파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후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으로 접수했다.
다른 한번은 채이배 의원 감금 사태였다.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이 오신환이었는데, 오 의원이 당 방침과 달리 법안 패스트트랙에 반대하자 바른미래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보임 허가를 받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채 의원이 사개특위에 출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채 의원이 있던 의원실을 점거하고 채 의원을 6시간 동안 감금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 패스트트랙 사보임이 불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2020년 5월 해당 사보임이 정당했다며 자유한국당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런 충돌 끝에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9년 4월 29일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12월 3일에 본회의에 이 법안들이 부의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시간을 끌었고 이후 12월 30일 공수처법, 이듬해 1월 13일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국힘의 결정적 아킬레스건, 채이배 감금사건
2019년 패스트트랙 당시 물리적 충돌 중 특히 자유한국당에 치명적인 건은 채이배 감금 사건이다. 당시 채 의원의 보좌진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감금 행태를 장시간의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했고, 이를 여러 언론사에서 그대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들의 영상 보도들이 그대로 불법행위의 증거들인 셈이다.
이날 채 의원이 자신의 의원실에서 자고 있던 상황에서 오전 8시20분 경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들어와 점거를 시작했고, 채 의원이 의원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몸싸움과 소파 등으로 막아 감금했다. 이후 채 의원은 오후 3시15분이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다. 무려 6시간 이상 감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채 의원 보좌진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감금 상황이 부인이나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이 투명하도록 명백하다.
채 의원이 의원실을 나가는 문으로 접근하기 전부터 자유한국당의 두 의원이 몸으로 막고 있었고, 김정재 의원도 앞을 막으며 나가려는 채 의원의 동선을 차단했다. 이 시점 민경욱은 안으로 열리는 문을 손으로 밀며 열리지 않게 막았고, 그 곁에 박성중, 송언석 등은 몸으로 문을 밀며 막고 서있었다.
이어서 법사위원장인 여상규가 나서서 소파를 끌어다 문을 막는 행위를 주도했고, 다른 의원들이 달라붙어 소파 두 개로 의원실 문을 2중으로 가로막고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5, 6명이 그 위에 앉아 버텼다.
이에 무릎까지 꿇으며 나가게 해달라고 읍소하던 채 의원은 경찰과 소방에 신고를 한 후 의원실 바깥 창문을 통해 ‘감금되어 있으니 문을 뜯어내든가 해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상황을 6층 창문 건너편의 많은 언론 기자들이 실황으로 보도했다.
경찰과 소방이 출동한 후 채 의원이 창문을 깨고 창 밖으로라도 나가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자 그제서야 감금이 풀렸다.
채이배 의원 무릎꿇고 애원하는 영상..사상초유 창문인터뷰
패스트트랙 자한당 재판, 범죄혐의 넘치도록 소명
이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은 경찰 수사를 거쳐 2020년 1월에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채 의원은 2020년 11월 16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명백한 감금”이라며 명확하게 증언했다. 민경욱, 송언석이 주도적으로 자신을 가로막았고, 몸싸움이 격렬해 속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소파 두 개로 문을 열지 못하게 막은 사실도 증언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 법정 나온 채이배 "감금 명확하다…나경원 지시" ☞ '패트충돌 감금' 채이배 "한국당 지도부 지시로 의원들 움직여"(종합)
또한 감금 당시 오후 들어서는 의원실내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감금을 그만하자는 이견이 생겼으나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통화 이후 이견이 사라지고 감금이 이어졌다며, 당시 감금 사태가 나경원 원내 지도부의 결정과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에 없었던 나경원의 감금 주도 사실을 증언한 것이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채 의원의 보좌관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물리력 동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기진맥진할 정도로 큰 몸싸움이 두 번 있었고, 채 의원의 허리를 잡아 끌었고 발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보통 의원들이 발을 쓰진 않는데 발까지 써서 당황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측의 변명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나경원은 “젊고 건강한 채이배 의원이 감금을 당했다는 건 채 의원을 너무 나약한 존재로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11명에 달했다.
채 의원이 보좌진과 함께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무력 제압할 결심까지 했다면 몰라도, 그러지 않는 한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물리력을 뚫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자유한국당 측 변호인은 ‘함께 점심도 먹었다’라며 감금 당시 분위기가 좋았다고도 주장했다. 경찰 조사 중 함께 국밥을 시켜 먹으면 경찰과 범인이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인가? 인질범과 인질이 함께 밥만 먹으면 인질극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보다시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이미 충분한 범죄 혐의가 소명되었고, 증언 외에도 생생한 화질의 여러 영상들까지 제출되어 있다. 또 피고인 측 변론은 들어줄 가치도 없는 억지나 읍소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더라도 48개월씩 질질 끌 재판일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재판은 조국 재판이나 울산 사건처럼 이런저런 사건들을 다 끌어 모아 기소 혐의들이 잡다한 복잡한 재판도 아니다. 그런데도 역대급 초장기 재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채이배 의원실 소파 차단 주도한 여상규는 왜 불기소?
한편, 채 전 의원 측 영상에서 직접 소파까지 옮기며 물리적 출입구 차단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행위가 적나라하게 녹화된 여상규 당시 법사위원장은, 놀랍게도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은 여상규 불기소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도 내놓지 않고 함구했다. 하지만 여상규 불기소의 내막을 짚어볼 수 있는 주요 장면이 있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여상규는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가 진행중이던 2019년 10월에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자신을 기소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청탁을 공개적으로 늘어놓았다.
2019년 10월 7일, 여상규는 자신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삼현 남부지검장을 상대로 “그런 것은 정치 문제입니다. 검찰에서 함부로 손 댈 일도 아니에요”라며 대놓고 외압을 가했다. 이 기막힌 철면피 법사위원장에 송 지검장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 [여심야심] 법사위원장의 항변 “감금? ‘우국충정’으로 설득하러 갔다”
이어서 10월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여상규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우국충정’까지 거론하며 자신을 기소하지 말라는 취지의 해명을 장시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심지어 자신이 교통사고로 목 척추가 분쇄골절 되어 안 좋다느니 몸싸움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느니, 지켜보기가 민망하다 못해 눈물마저 맺힐 정도의 처절한 읍소였다. ☞ 2019 대검찰청 국정감사(법제사법위원회) / 윤석열 검찰총장 출석
(물론 실제로는 채이배 감금 당시 무거운 고급 가죽소파를 혼자 끌어 옮길 정도로 넘치는 위력을 행사했던 여상규였다.)
국정감사를 하러 온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이 검찰총장에게 대놓고 사실상의 본인 구명 청탁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다시는 있어선 안될 상상 초월의 꼴불견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행위들 자체로 중대한 추가 범죄 혐의까지 성립될 수 있는 문제다.
여상규의 이런 공개 발언들은 감사를 수행하는 국회 상임위의 수장이 감사 대상 기관의 수장에게 자신에 대한 선처를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강압과 청탁으로 볼 여지가 매우 크고 나아가서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여지도 매우 높을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공개 청탁을 받은 서울남부지검과 대검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범죄 행위에도 불구하고 여상규를 불기소 처분했다. 공개적 압력행사와 청탁에 대해서도 당연한 일인 양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총장과 서울남부지검장이 국회 법사위원장의 공개 구명 청탁을 다시 공개적으로 받아준 셈이 됐다.
이런 따위가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가 벌어지고 있던 시점에 그 두 주역인 자유한국당과 검찰이 드러낸 작태였다.
공권력 집행 도운 민주당 의원들은 왜 기소?
더욱이 2020년 1월 검찰의 기소에서는 국힘 의원들에 대한 기소 외에 민주당 의원들까지 폭행 혐의로 별도 기소했다. 이런 기소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접수하려던 것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법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막았고, 이에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 경위들에게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상 물리력으로 제지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경위들과 함께 한 것 뿐이다.
이 사태 이후 자유한국당에서 민주당 측이 동원했다고 주장했던 소위 ‘빠루’(못뽑이)도 국회 경위들이 안에서 잠긴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가져온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원내 대변인 김정재 의원은 이 충돌 이후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이 ‘빠루’를 들어 보이며 “방호과에서 부수려고 한 빠루를 저희가 뺏은 겁니다”라며 과시했다. ☞ [영상] “이건 내꺼야!” 국회 빠루 쟁탈전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반나절도 안되어 이 ‘빠루’를 민주당이 가져온 것이라며 말을 뒤집었다. 다수 언론들은 기막히게도 이런 말뒤집기를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사실인 양 보도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이 ‘민주당 빠루’ 주장을 기초로 해서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민주당 의원들 5명을 기소했다.
실제 상황은 어땠을까. 국회 의안과 앞 충돌 당시, 국회의장의 경호권 명령으로 나선 국회 경위들은 불과 10여명이었다. 반면 의안과 앞을 점거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측은 국회의원만도 수십 명에 보좌진, 당직자들까지 동원되어 복도를 가득 메우다시피 하고 있었다.
즉 국회 경위들만으로는 국회의장의 명령에 따른 공무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들의 행위는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인 의안 제출을 위해 이들 경위들의 공무집행을 도운 것이다.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는 공무집행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힘에 부쳐 하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나서 도운 경우를 생각해보시라. 실제 이런 일은 언론들에서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고, 이런 경우 경찰의 공무집행을 도운 시민이 표창을 받는 일도 흔하다. 말도 안되게 필요 이상의 폭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한 정도만 아니라면 경찰의 공무집행을 도왔다고 폭행죄로 기소될 일은 없다.
이 패스트트랙 사건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행위도 동일하다. 공무소인 국회 의안과와 그 앞 복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공권력인 국회 경위들이 끌어내는 일을 민주당 의원들이 도운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의 명령으로 공무집행을 하는 국회 경위들을 도운 민주당 의원들을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이것이 과연 건전한 상식과 현실 법리에 맞는 일인가? 이런 식이면 그 어떤 시민이 힘겨운 상황의 경찰을 돕겠는가?
만약 경호권이 발동되기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위력 행사에 나섰다면 정당한 목적이라도 경우에 따라 ‘자력구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되기 전에는 아무런 위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 국회 경위들의 공권력이 행사되는 현장에서 그 공무집행을 도운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도대체 왜 민주당 의원들까지 기소하는 황당한 일을 벌였을까?
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처리 지정된 법안들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안 등 검찰이 크게 반발해온 사안들이다. 또 이 기소 시점 바로 직전과 직후에 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안이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됐다.
상식적으로 검찰이 자신들의 주요한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반하는 법안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보복하려 했던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검찰은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조차 내놓지 않아 이런 의심이 그대로 사실이라고 여기도록 하고 있다.
극단적 재판지연 모르쇠, 조국∙울산만 외치는 언론들
이 패스트트랙 재판은 앞서 살펴봤던 조국 재판, 울산 선거개입 재판의 각 3년2개월, 3년10개월을 훌쩍 뛰어넘는 4년째 계속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예정조차 없다.
단지 4년으로 역대급 장기간 재판이라는 점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 내막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2019년 봄에 벌어졌던 단순한 사건을 명백한 증거가 충분함에도 검경의 늑장 처리로 해가 바뀌고 2020년 초에야 기소했다. 이렇게 기소와 재판이 늦어진 탓에 이들 중 여럿이 2020년 총선에 다시 출마해 의원직을 이어갔다.
그리고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으며 달았던 이 의원직의 4년 임기가 다 끝나가는데도 재판은 종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재판 받고 있는 패스트트랙 재판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뒷춤에 감춰버리고는, 뻔뻔스럽게도 조국, 울산 재판 지연만 외치고 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다수 주류 언론들 역시 2019년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안과 점거, 채이배 감금 등의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으면서, 불과 수년 전의 자사 보도들을 모르쇠 하며 대부분 검찰의 책임인 조국, 울산 재판 지연만 문제 삼고 있다. 더욱이 그 책임을 검찰이 아닌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문재인정권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고, 팬티에 똥 싼 자가 멀쩡한 사람더러 방귀 뀐다고 누명을 씌운 꼴이다. 나라가 이 꼴이 되었는데도 이런 기막힌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는 주류 언론은 단 하나도 없다. 이따위가 우리나라의 여당이고, 검찰이고, 언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