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중국의 대만침공설과 양치기 소년

[대만통신] 실체 없는 괴담 부풀린 미국

중국은 이에 맞대응하며 군사적 저울질

대만은 그 와중에 국방비만 크게 올려

2023-12-07     최강문 대만통신원
최강문 대만통신원(작가, 전 월간 말 기자)

총통 선거가 한 달 여 남은 시점에서 대만의 최대의 이슈는 역시 양안관계다. 집권당 후보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야당 후보는 “전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을‘ 외치며 맞서고 있다. 양분법과 흑백논리의 대결. 그러나 돌연 변수가 발생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내부 문제로 인하여 지금은 대만에 대한 대대적인 침공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30일 미국 『뉴욕타임즈』가 공개한 대만 총통 차이잉원의 영상 인터뷰 발언이다. ‘최근 중국의 내부 사정이 도대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민감한 총통 선거운동 기간에 현직 총통이 직접 나서서 대만과 중국 사이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일축한 까닭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선거 과정에서 야당 후보들이 “대만 독립 노선의 민진당에 투표하면 대만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양안의 위기가 드높았던 지난 해 치러진 대만의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선거에서의 중국과의 갈등 효과가 실종된 것이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 뉴욕타임즈 인터뷰 장면(2023년 11월 30일자).

 

갑작스런 양안위기 종식 선언의 배경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은 이전 국민당 집권 시기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보다는 미국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특히 2019년의 홍콩 민주화시위와 중국 측의 강경진압을 계기로 친미 노선은 더욱 분명해졌다. 아울러 대만 독립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민진당은 야당 시절인 1991년부터 당 강령에 ‘대만 독립’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정당이다. 다만 민진당 집권 시기에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중국과의 실리적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중국 또한 대만의 이러한 정책기조를 유연하게 수용해 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해 미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이러한 양안관계를 순식간에 양안위기로 뒤엎어버렸다. 그렇다면 지난해 벌어진 대만과 중국 간 위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겉보기에는 미국 헌법상 의전서열 3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력 규모 2위의 중국을 견제할 필요에 따른 것이다. 티베트 문제와 천안문 사태에 이어 대만을 둘러싼 양안 문제가 바로 중국의 또 하나의 약한 고리라는 사실을 미국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간 대만에 대해 강·온 양면정책을 구사해 온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미국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굴복할 수 없는 터. 그리하여 "대만해협의 평화를 위협하지 말라"(바이든),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시진핑) 등과 같은 섬뜩한 표현들이 당시 이루어진 미중 정상 간의 전화통화에서 오고가기도 했다.

 

대만 총통부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2022년 8월 3일).

같은 시기 대만 총통 직속기관인 중앙연구원은 군사전문가 워크숍을 열어 향후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기도 했는데, 분석 결과는 무척 자극적이었다. ‘중국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할 수도 있으며 어떠한 형태로든 무력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한마디로 전쟁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펠로시 대만 방문이 남긴 것들

중앙연구원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은 듯 보였다. 펠로시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야간 대규모 실탄훈련을 실시했다. 물론 대만의 부속도서를 향해서였다. 하지만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하거나 비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펠로시가 대만을 떠난 이후 대만 포위 군사훈련도 진행했다. 한 달여 뒤에는 단거리 미사일 둥펑 미사일 11발을 대만 주변 해역을 향해 발사했는데, 일부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 상공을 지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후 본격적인 무력행동 대신 경제 제재를 선택했다. 대만산 망고와 파인애플의 중국 수입이 전면 통제되었고, 중국과 대만을 오갈 수 있는 통행증 발급도 중단하면서 양안을 활발히 오가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은 물론이고, 경제교류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만 중앙연구원의 예상이 틀린 것이다.

그러는 사이 대만 민중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할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해갔다. 인간이 인간에게 감행할 수 있는 최대의 만행 전쟁이 줄 충격과 공포는 ‘전쟁’ 두 글자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 역할을 미국 정부 관계자와 이들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서방 언론이 맡았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포린어페어 기사(2022년8월 10일자).

펠로시의 대만 방문 직후.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포린어페어』(2022년 8월 10일자)에는 ‘미국은 중국에 맞서 대만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이에 대한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감안할 때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전쟁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로 바뀌었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갈등에 적절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어 CNN 방송도 미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이 중국의 침략에 맞선 대만을 지킬 것”(2022년 9월 19일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0월에는 미국의 해양군사전문지 『USNI』(2022년 10월 18일자)는 ‘중국의 빨라진 대만 점령계획에 펜타곤의 우선순위 문제 있어’라는 제목으로 해병대 출신 미 하원 의원의 발언을 빌려 중국은 대만 점령 시기를 2027년으로 앞당기려고 하며, 이에 대응하는 미 국방부의 현대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는 ‘미 해군 관리들은 2027년을 중국이 대만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원하는 해로 지목했다’고 연도를 특정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계획 뉴스는 순식간에 기정사실로 치부되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미국의 한 씽크탱크 회의석상에서 미 해군총장 마이클 길데이 제독이 “미군은 중국이 2027년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우월한 전력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2024년 이전, 심지어 올해도 더 일찍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 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중국이 쳐들어올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은 바로 미국의 뉴스통신망을 통해 전파되었고, 곧바로 대만의 뉴스 망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리고 오래, 다양하게 지속되었다.

‘중국이 대만에 쳐들어온다!’

•뉴스미디어 Roll Call 「중국의 대만 위협에 일본 오키나와도 전비태세 갖춰」 (2022년 10월 19일)

•블룸버그통신 「호주는 왜 중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는가 : 대만과 중국 간 전쟁 발발시 호주 타격 우려 커」(2022년 11월 10일자)

•아시아타임즈 「전문가 분석 결과 대만해협 전쟁에서 미국 승리 어렵다고 미 국방부 밝혀」 (2022년 12월 6일자)

해가 바뀌어도 중국의 대만 침공 뉴스는 계속되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중국의 대만 침공 경우 대공황 이상의 경제 붕괴 예상」 (2023년 1월 29일자)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 2027년까지 대만침공 준비 중이라고 CIA 국장 밝혀」 (2023년 2월 3일자)

•호주 뉴스닷컴 「중국 시진핑, 군에 2027년 대만 침공 준비 명령」(2023년 2월 3일자)

•워싱턴포스트 「대만, 중국의 공습에 매우 취약」 (2023년 4월 15일자)

•더가디언 「대만 외교장관, 2027년 중국의 침공 경고」 (2023년 4월 21일자)

•영국주간지 스펙테이터 「중국은 왜 대만을 침략하려는가」 (2023년 4월 23일자)

•미국뉴스웹 액시오스 「중국의 대만 침공 조만간 예상돼」 (2023년 7월 29일자)

•정치매체 폴리티코 「미 국방부,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 패배 우려」 (2023년 9월 6일자)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기사들(왼편이 서방뉴스, 오른편이 대만뉴스).

그런 가운데 지난 달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27 대만침공설’에 대해 첫 말문을 열었다. 지난 11월 16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이 2027년이나 2035년 이전에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런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미국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는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의심할 바 없이 '민진당에 투표하면 젊은이들이 전쟁에 끌려가게 된다'는 헛소문을 계속 퍼뜨려 온 국민당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연설회장에서 목청을 높였다. 중국에 맞서 대만을 지키자는 의미의 ‘항중보대’를 주창해 왔던 라이칭더 후보가 ‘중국의 대만침공설’을 부인한 시진핑의 입장에 부응한 셈이 되고 말았다. 반면 ‘민진당에 투표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며 민심을 자극해 온 국민당 소속 허우요위 총통 후보는 “라이칭더 후보가 그간 대만을 신뢰한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시진핑을 신뢰한다”고 비꼬았다. 아름다운 섬나라 대만을 격랑 속으로 몰아붙이던 전쟁위기설은 이렇게 순식간 우스개로 전락해버렸다.

2027 대만침공설의 진원을 찾아서

그렇다면 2022년부터 대만을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의 2027년 대만침공설’은 애당초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정보였을까? 먼저 이 설을 제기한 발설자를 찾아보았다.

2022년 4월 7일 미 합참의장 마크 밀리는 상원 군사위윈회 예산 청문회에서 미국의 익년도 국방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잠재적 대결국인 중국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중국은 계속해서 상당한 핵·우주·사이버·육군·해군·공군 분야의 능력을 개발하고 미국 및 동맹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미국과 대등한 군사 강국이 되고, 2027년까지는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음 달인 5월 4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의 청문회에서도 언급이 있었다.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이자 핵무기위원회 위원인 찰스 리처드 제독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전략에 관한 발언을 하던 중 끼어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NATO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은근한 핵 위협을 사용하는 동시에 주권 국가를 침공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핵 강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들의 의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2027년까지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 발언은 곧바로 다음 날 미 국방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에서 “리처드 제독의 말은 ‘중국이 2027년까지 그런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를 지칭한 것이지, ‘2027년까지 침공하겠다는 의도’를 의미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되었지만 언론 보도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다.

중국군 현대화에서 공격 능력으로, 다시 침공 계획으로

공개된 자료 중에서의 최초 언급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21년 3월 9일 열린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였다. 청문회에 출석한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 필립 데이비슨 제독은 아래와 같이 증언했다.

“나는 중국이 2050년까지 국제 질서에서 미국의 리더십 역할을 대체하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대만은 분명히 이러한 야망 중 하나다. 나는 중국의 위협이 향후 10년 동안, 사실상 6년 이후 명백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7년이라는 시점은 이렇게 ‘사실상 6년 이후’라는 말을 해당 연도에 대입하여 미국이 탄생시킨 것이다.

이날 청문회는 미 의회가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한 「태평양 억제 계획」에 소요될 2022 회계연도 예산안의 투자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데이비슨 제독은 대만의 국방 능력 강화를 위해 군 병력 증가와 ‘일관되고도 꾸준한 무기 판매’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의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보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포장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2021년 3월)이 자의적으로 대만 침공 능력(2021년 4월)으로 변질되고, 다시 대만 침공 계획(2021년 5월)으로까지 뻥튀기되는 과정을 미국은 그 누구보다 분명히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위기설을 지속 재생산하고, 이듬해 펠로시 대만 방문을 통해 전쟁의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으며 그만큼 대만과 중국 양안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한마디로 즐긴 것이다.

 

대만의 2024년도 국방예산 대폭 증액 관련 뉴스(2023년 8월 26일자).

미국이 대만의 전쟁 공포를 즐기는 동안 대만의 국방 분야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2022년 말 대만 정부는 군 의무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군복무 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7월 대만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대만 국방정책에 대한 4가지 제안 중 하나이기도 했던 의무복무 기간 연장에 대해 대만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2023년도 국방예산도 전년 대비 약 12.9%나 증가한 신대만달러 4151억(한화 약 17조 3천억 원) 편성했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더욱 껑충 뛰어 신대만달러 6068억(한화 약 25조 3천억 원)까지 솟구쳤다. 올해 대비 46.2%나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국방비의 대폭 증액 또한 지난 7월 에스퍼 전 국방장관의 제안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증액된 예산의 상당부분은 공군의 F-16 전투기 및 탑재 미사일 구매에 사용된다. 물론 모두 미국 산이다.

미제 방산구매, 그러나 미·중의 관계 회복

그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양국 간의 군사 채널도 다시 재가동하기로 합의를 했다.

대만과 중국을 가로지르는 폭 180킬로미터의 대만해협. ‘양안’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 자국의 이해를 위해 실체 없는 ‘2027년 대만침공설’을 부풀려온 미국과 이에 맞대응하며 군사적 저울질을 서슴지 않았던 중국, 그리고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국방비만 엄청 올린 대만이 있다. 그리고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도 있다. 소년의 외침에 하던 일 팽개치고서 달려가 돕겠다는 마을의 주민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잘 안다.

아, 물론 이 와중에도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의 규칙 기반 해양 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2023년 11월 20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고 뜬금없이 말하는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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