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시청자위원장, 박민 사장 면전서 직격비판

"앵커교체·시사프로 폐지,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

"방송법·편성규약 위배…시청취자 권익에도 영향"

"사태 심각…고언 외면 땐 국민 심판 피하기 어려워"

2023-11-22     김성재 에디터
KBS시청자위원회 최경진 위원장의 시청자회의 발언 문서 사진. 최 위원장의 SNS 갈무리.

KBS시청자위원회 최경진 위원장이 지난 11월16일 열린 시청자회의에서 최근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갑작스런 시사프로 폐지, 진행자 하차, 9시 뉴스 앵커의 ‘불공정 보도’ 멘트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시청자위원장이 박민 사장을 면전에서 강하게 비판한 것인데, 최 위원장은 “KBS 신임사장과 각 본부장들, 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자회의에서 직격 발언했습니다”라며 이날 발언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최 위원장은 “KBS의 현 사태를 우려합니다. 공영방영 KBS의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대단히 큽니다…대통령의 KBS 사장 재가 당일 저녁부터 시작된 사내 인사가 무슨 기습작전이라도 펼치듯 전광석화처럼 단행되었습니다. 일부는 취임식이 있기도 전의 일들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들입니까”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최 위원장은 KBS ‘뉴스9’ 앵커 하차와 다른 주요 뉴스, 시사프로 앵커들이 ‘서둘러 떠나고’, ‘발령도 받지 않은 분들’이 제작진에게 진행자들 하차시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그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이지 못한 절차와 무리하고 강압적인 편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라면서 이는 “제작과 편성에 직결되는 것이고 결국 방송 시청취자들의 권익에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말했다.

또 ‘더 라이브’ 등 일부 시사프로의 편성 삭제에 대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한 시청자는 청원에서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항변합니다”라면서 “이렇게 절차를 어기는 행위는 KBS 편성 규약은 물론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도 정면 위배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와 관련해 박민 사장을 방송법·편성규약·단체협약 등의 이유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 사장이 언급하고 ‘뉴스9’의 교체된 앵커가 보도한 ‘불공정 보도 사례’와 관련해서도, “그간 KBS 뉴스가 그렇게 정파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한다면 지난 몇 년간 KBS에 대한 신뢰도가 1~2위로 집계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혼란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박 사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확인된 내용 아니면 보도하지 않겠다, 문제 시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그렇게 적극적으로 취재하려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요?…어둠속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들에게 징계 발언은 숨 막히는 일입니다. 독려가 아니라 겁박처럼 들릴 겁니다. 게다가 본의 아니게 발생한 오보를 두고 정파성이나 편파성 딱지를 붙인다면 어느 기자가 용기를 내 취재하려 할까요?”라고 물었다.

최 위원장은 “지금은 7~80년대가 아닙니다. 미디어 환경과 세상은 크게 달라졌고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단력도 과거와 달리 크게 향상되었습니다…수많은 시청자 국민들이 이러한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면서 “KBS가 이런 충정어린 제언과 고언을 외면한다면 시청자 국민의 준엄한 비판은 물론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했다.

KBS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의해 시청자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시청자를 대표해 방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법 제87조에는 방송사업자가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또 제88조는 시청자위원회는 방송편성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 방송사업자의 자체심의규정 및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의견 제시 또는 시정요구 등을 하도록 권한과 직무를 명시하고 있다.

현재 KBS 제31기 시청자위원회는 모두 1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시청자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위원장은 대구카톨릭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장면.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