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수익여신' 폭증…파산‧부도 기업 늘어난 영향

4대 은행 작년보다 27.3% 늘어 3조원 육박

경기침체‧고금리 이중고 기업부문 30% 증가

가계대출도 24% 늘었는데 윤대통령 "안정적"

올해 접수된 법인 파산 작년보다 64.4% 늘어

어음부도율 0.08→0.25%, 부도액 215% 등

2023-11-20     유상규 에디터

은행이 대출금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이자가 연체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부문의 ‘무수익여신’이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 2772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 8988억 원으로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은 1295조 7838억원에서 1334조 2666억원으로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무수익여신의 증가율이 총여신 증가율의 9배가 넘는다.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18%에서 3분기 만에 0.22%로 높아졌다.

 

4대 은행 무수익여신 현황

무수익여신(NPL : Non Performing Loan)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합한 개념이다. 고정은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하거나 부도가 발생한 차주의 여신 중 담보처분에 의한 회수가능 여신, 회수의문은 3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의 연체 대출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추정손실은 12개월 이상 연체 대출 가운데 회수예상가액 초과분을 말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하며,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한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 무수익여신 비율은 국민은행이 48.1%나 늘어났다. 이어 우리은행 37.3%, 하나은행 18.8%, 신한은행 11.4% 등의 순이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말 총여신 대비 무수익여신 비율이 0.14%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으나 올해 3분기에는 0.21%로 43.7%나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0.16%에서 33.6% 늘었고, 신한과 하나는 10%대 증가에 그쳤다.

 

은행 무수익여신 잔액

무수익여신은 특히 기업 대출에서 30% 가까이 폭증했다. 가계대출 부문은 23.7% 증가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 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 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은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이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늘어난 것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였다.

비록 가계대출의 무수익여신 증가율이 기업대출보다 낮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이라고 말한 것은 쌩뚱맞다. 기업대출보다 낮더라도 24% 가까운 가계대출의 무수익여신 증가율을 놓고 안정적이라고 하는 것은 금융 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이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대출의 무수익여신 증가율도 올해 3분기 말 현재 23.7%에 이른다. 2023.11.1. 연합뉴스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의 사정은 은행의 무수익여신 이외에도 최근 여러 수치에서 확인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해 3분기 기준 1213건에 달해 작년 동기(738건)보다 64.4% 급증했다. 개인 파산 접수가 올해 3분기 누적 3만 1012건으로 지난해(3만 1026건)와 거의 비슷한 것과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 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 3202억원보다 무려 214.9%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 기간 약 40% 증가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실 대출 규모는 대손충당금 확대 등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대출 만기와 상환 압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기업들에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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