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 '메가시티'에 중앙·동아마저도 '총선용' 비판

한겨레·경향·중앙·동아·한국 등 대부분 '반대'

'불쑥' '졸속' '집값 동요' '균형발전 역행' 이유

조선·한경 등 '서울 경쟁력 강화' 내세워 찬성

"전문가들, 선거전략일 뿐 논할 가치가 없어"

정치적 이해로 여론호도 언론엔 책임 물어야

2023-11-01     김성재 에디터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고 다른 몇 개 서울 근처 도시들까지 포함하는 ‘메가시티’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를 통해 전해들은 국민들은 여당의 뜬금없는 행정구역 개편 발표에 의아하고 황당했을 것이다.

발표 다음날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 발표안을 1면 등 주요 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사설에서도 다뤘다. 여당이 갑자기 내놓은 ‘메가시티’ 추진방안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언론의 ‘의제(아젠다)’로 설정된 것이다.

최근까지 이 정부의 경제파탄, 이태원 참사 무책임론, 언론장악·비판언론 탄압, 김건희 씨 일가 비리와 측근 자녀 학폭논란, 검사들의 비리,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등 숱한 악재에 몰려 지지율이 하락하던 대통령과 여당은 다시 여론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주요 언론의 반응이 그리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주요 언론이 국힘당의 ‘서울 메가시티’ 방안에 회의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평소 윤석열 정권 ‘치어 리더’ 노릇을 해왔던 몇몇 언론들조차 ‘졸속’ ‘불쑥’ ‘총선전략’ 등의 표현을 쓰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동아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등 7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매경·한경 등 2개 경제지의 사설 9편을 비교해 본 결과, 한겨레·경향·한국·매일경제는 물론이고 그동안 뚜렷하게 친국힘당 성향을 보여온 중앙일보, 동아일보조차 ‘메가시티’ 방안에 회의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가장 극우적이면서 ‘친윤 치어리더’ 매체로 꼽히는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재벌 대변지인 한국경제는 이 방안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대입장의 주요 근거를 보면, ‘졸속 추진’ ‘부동산·교육·교통·환경에 미칠 영향 예측 불허’ ‘총선 전략’ (중앙일보), ‘공론화도 없이 불쑥 꺼내’ ‘본말 전도’ ‘총선 전략’(동아일보) ‘총선용 포퓰리즘’ ‘부동산 시장 부작용’(한국일보) ‘불쑥 던져’ ‘서울 일극주의 부추겨’ ‘균형발전 역행’ ‘총선 전략’(경향신문), ‘군사작전 하듯 느닷없이 꺼내’ ‘무책임한 총선 득표 전략’ ‘부동산값 상승 기대심리 자극’(한겨레), ‘표심 겨냥 졸속 추진’ ‘수도권 경제력 집중’ (매경) 등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가장 강력한 반대입장이다. 경향은 “총선전략으로 읽힌다”면서 “서울 일극주의로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서울 확장론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군사작전 하듯 느닷없이 꺼냈다”면서 “메가시티 운운하며 무슨 원대한 구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무책임한 총선 득표 전략으로 보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경향신문 사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총선용으로 불쑥 꺼낼 일 아니다” “수도권 총선용 졸속 추진은 안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보듯이, 국힘당의 ‘메가시티’ 추진 구상을 ‘총선용 졸속 방안’으로 보고 있다.

찬성입장의 경우는 ‘서울시 경쟁력 제고에 도움’ ‘주민들의 출퇴근·쓰레기 매립장 확보 문제에 돌파구’(조선일보) ‘도시 경쟁력 제고’ ‘시민의 생활권·경제권 확대’ ‘정략적으로 반대하지 말아야’(한국경제) ‘서울 인구감소-경기도 비대로 인구 불균형 심화’ ‘서울 생활권 주민 불편 해소’(서울신문) 등이다.

조선일보·한국경제·서울신문은 주로 ‘서울 경쟁력 확보’ ‘수도권 주민 불편 해소’ 등을 이유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사설의 곳곳에서 ‘총선용’이라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60년 만의 서울 확장, 지방 메가시티 조성과 함께 추진을” 제목의 사설에서 “인구 940만명 대도시 서울시가 영역을 더 넓히는 것이 국가 발전에 이로울지, 해로울지 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위성도시 주민들의 지옥철 출퇴근,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 확보 문제 등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성도시의 서울 편입은 난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경제도 이번 국힘당 발표에 대해 “여당발 '메가 서울론'…단순통합보다 글로벌 경쟁력이 관건” 제하 사설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 돌파 카드로 내민 것”이라며 ‘총선용 구상’임을 인정했다. 서울신문은 “김포 서울 편입안, 논의해 볼 만하다” 제목 사설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선거용이란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메가시티 서울은 총선용을 넘어서는 주제”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사설.

언론이 정부나 정치권이 제안한 정책과 구상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들은 뚜렷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어(겉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동안 이런 정치권이나 정부의 정책·노선·구상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유불리의 관점에서 바라봐 왔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대표적인 친윤·친국힘당 매체인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김기현 국힘당 대표의 ‘서울 메가시티론’을 ‘총선용 졸속 구상’이라며 회의적 내지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조선, 한경, 서울신문도 차마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경향·한겨레·한국일보 등이 ‘총선 포퓰리즘’ 비판에 더해 ‘서울 일극주의 강화와 균형발전 역행’ ‘부동산 시장 동요’ 등의 반대 근거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리는 데 비해, 조선일보·한경의 ‘서울 경쟁력 강화’ ‘위성도시 생활편의 증대’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김포 등 몇몇 위성도시를 서울로 통합하면 그렇지 않아도 인구밀집과 교육·교통·주거의 서울집중이 과도한 서울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위성도시 주민들의 생활이 더 편해지는가?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전문가들 대부분 부정적 반응’ 기사에서 “선거전략이라는 것 외에 어떤 합리적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봐도 논할 가치가 없는 주장” “이미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까지도 (서울과) 경제공동체로 묶인 상황” “(광역화 논의를) 왜 김포시에서 시작해야 하나”는 도시연구 학자·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정치권의 주장과 정부 정책이 과연 합리적이고 적절했는지는 전문가들과 시민의 검증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드러나게 되어있다. 황당하고 정략적인 정치권·정부의 주장을 시민의 입장이 아니라 자사 이해관계나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해 찬성 혹은 반대했던 언론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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