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방분권 전도사', 오늘은 '메가서울 전도사'

김기현, 울산시장 때 '지방분권 전도사' 자처

"김포시 서울 편입" 현 김기현과 '자기 모순'

윤석열 '지방시대' 국정과제와도 역행해

홍준표 "이미 메가 서울…수도권만 집중"

2023-11-01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내년 총선 수도권 전략으로 추진하는 경기 김포시 등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 방안이 윤석열 정부의 지방분권 국정기조와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김 대표의 모순된 과거 행적과 발언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가 정치권에 던진 '메가(mega) 서울' 화두는 한국 사회의 오랜 숙원 과제인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국가 균형발전, 지방자치·지방분권과 심각하게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작 본인은 울산시장 시절 '지방분권 전도사'라고 홍보했었다.

1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울산시청 홈페이지와 지역 언론 보도 및 인터뷰 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4월 울산시장 재직 당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산하 지방분권 특별위원회 제 5기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방분권 특별위원회는 지난 2012년 시도지사협의회가 정당과 정파를 넘어 지방자치 발전 의제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당시 울산시는 지방분권 특별위원회 위촉과 관련, "김기현 울산시장, 지방분권 전도사로 본격 활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가 울산시장 재직 중이었던 지난 2017년 4월 14일 울산시가 낸 지방분권 특별위원회 위원장 위촉 관련 보도자료. 2023.11.1. 울산시

아울러 2014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울산시장을 지냈던 김 대표는 지방분권 특별위원장에 위촉되기 전부터 여러 차례 지방자치·지방분권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 대표는 2015년 1월 <뉴스1> 기고글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 할 만큼, 지방자치의 성숙은 민주국가의 중요한 전제"라면서 "지방자치가 발원한 유럽에 비해, 중앙집권적 역사와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토양이 척박함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같은 글에서 "10여 년간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다 자치단체장으로 와서 일하다 보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가로놓인 제도적·현실적 장벽이 크고 높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며 "재정력 없는 지방자치는 허상에 불과하며, 지방자치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2016년 5월에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지식포럼'에서 '자율과 책임의 지방자치 구현 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체계로 명칭을 변경해 지방정부의 위상을 강화하고 지방재정 확충,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 지방정부에 재정의무 부담 시 통제장치 강화 등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지방재정 운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 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되고 3개월 뒤인 2017년 7월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역분권 대포럼'에서 '지역분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 발제를 발표하며,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안 마련과 지방재정 확충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주관 지방자치 실천포럼에서 '소통과 융합의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15.2.25. [울산시 제공]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 대표는 당시 주제 발제를 통해 "지금 국민들과 정치권, 정부와 학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방분권은 필수'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지방의 명칭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장직에서 물러나기 약 4개월 전인 2018년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성의 비중보다는 지역균형 발전에 더 비중을 높이는 예비타당성 방법을 제고해 상생발전 체감정책을 강화해달라"라고 건의했다.

김 대표의 지방분권 발언은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국민의힘 당 대표 취임 직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인사차 예방한 자리에서 쟁점이 덜한 부분부터 빨리 법안을 처리하자면서 '지방분권 강화 법안'을 예로 들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과제와도 연계되는 사안이다.

김 대표가 지방분권 강화 법안을 언급하기 직전인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 전주시에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개최하고 "정부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한국지역언론인클럽과의 인터뷰에서도 "지방분권과 지방투자 활성화가 급선무"라며 "중앙의 권한은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하는 한편,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며 전체를 조망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7월)이면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가 설치된다"며 "집권 여당의 대표로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각 지역사회가 저마다 비교우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인터뷰는 전국의 지역 언론사에 실렸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내년 총선용 전략으로 서울시에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11 보궐선거 이후 수도권에서 거세진 '정권심판론'을 '부동산 욕망'에 기인한 표심 사기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3.11.1. 연합뉴스 그래픽

김 대표의 이 같은 과거 발언들은 그가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까지 추진하는 '메가 서울'과는 정반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그의 과거 발언을 고려하면 '메가 서울'이 급조된 일회성 총선용 카드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에서도 김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메가 서울'을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한 '총선용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0·11 보궐선거 이후 수도권에서 거세진 '정권심판론'을 '부동산 욕망'에 기인한 표심 사기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같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도 '메가 서울'에 부정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방도시를 통합해 메가시티로 만드는 것은 지방화시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바람직할지 모르나, 대통령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는 마당에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대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은 이날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제 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에 담긴 핵심 '지방시대 5대 전략'은 △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일자리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 등으로, '메가 서울'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일 발표한 권역별 주요 지역정책과제. 2023.11.1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특히 "현재 수도권 집중의 주원인으로 지방에 좋은 일자리(기업의 지방 투자) 부족이 손에 꼽힌다"며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해소에 주안점을 뒀다. 이외에도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을 지방에 도입하겠다고 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지역공약을 국가계획에 전면적으로 반영하여 관리하는 역대 최초의 사례"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당론 추진으로 지방분권 국정기조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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