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추모 예배, 기도 아닌 '어퍼컷'
'자신만의 교회'에서 자기연민의 기도 올렸나
희생자 모독, 유족 모독, 국민 모독, 신에 대한 모독
최근 '반성'의 말의 공허함, 반성능력 부재 보여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년 전의 참극의 현장에서 오열하던 29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그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교회에서 자신의 참모들과 함께 추도 예배를 올렸다. 그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던 교회라고 한다. 이 '자신의 교회'에서의 '단독 예배'로써 그는 이 비극의 날을 희극으로 만들어버렸다. 유족들에 대한 위로를 자기연민으로 대체해버렸다. 추도 예배라는 허울로써 그는 기도를 올린 것이 아니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유족들을 모독하고 국민들을 모독했다. 그는 기실 참회의 기도를 올린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향한 ‘어퍼컷’을 쏴 올렸던 것이다.
윤, 자신이 모르는 희극 연출
무엇보다 그는 이날 그 자신이 모르는 '희극'을 연출했다. 엄숙한 애도의 날에 실소를 자아내는 블랙유머를 자아냈다. 유가족들의 시민추모대회 초청에 공개적으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 뜬금없이 유가족도 없는 자리에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참사 직후 영정과 위패 없는 분향소에 5일 내내 조문을 가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던 그는 1년이 지난 날에 또 다시 상주 없는 빈소에 문상을 가서는 상주 아닌 허공을 향해 위로의 기도를 올린 것이다.
그는 이 자신만의 예배로써 유족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만들었다. 유족들을 위안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을 위안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책무인 대통령이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빌었다. 구원을 받을 ‘어린 양’의 자리, 그 자리에 희생자와 유족들, 그들의 고통과 슬픔과 함께하는 국민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앉혔다.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가 기도했듯 그는 '신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국민들로부터 오해와 불신을 받으며 수난을 당하는 나를 불쌍히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빌기라도 했던 것인가.
이 전도된 예배와 기도로써 그는 자신이 실은 최고의 권력자가 아니라 그야말로 가련한 양이며 어린 양, 정신의 성장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 양일 뿐임을 보여줬다.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나운 맹수처럼 행세하나 실은 그 권력을 가누지 못해 길을 잃은 가련한 양일 뿐임을 여지 없이 보여줬다.
그는 교회를 예배당 아닌 유족 위로 행사의 전시장으로 삼음으로써 유족들과 국민들을 모독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까지 모독했다. 이태원 거리의 유족들과 함께 있어야 할 신을 자신과 몇몇 무리들의 예배에 붙들리게 하고는, 문을 닫고는 경호원들의 포위 속에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럼으로써 그는 신을 지상의 절규와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신, 비정한 신, 냉혹한 신으로 만들었고, 신으로 하여금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는 분별력 없는 존재로 격하시켜 버렸다. 신은 희화화됐고 농락당했다.
대통령의 시민추모대회 불참 이유에 대해 묻자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도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굳이 왜 대통령실에서 나와 성북동 교회를 찾았을까. 스스로의 말을 뒤집는 말이지만 자신들의 말이 얼마나 궁색한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권력 가누지 못하는 '가련한 양' 보여줘
실은 이들의 솔직한 말은 유족들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는 말이었을 것이다. 현실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에 반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입으로부터 '반성'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집권 후 처음일 텐데, 국민들에게 직접 한 말도 아닌 참모의 ‘입’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그 반성의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에 대해서는 일단 차치하기로 하자. 어떤 반성이든 반성하려는 자세와 태도는 그 자체로 칭찬하고 독려할 만하다.
그러나 반성은 반성의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반성의 태도, 의지와 함께 반성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반성해야 하며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반성 능력을 과연 갖추고 있는지를 이태원 참사 1주기의 날에 그가 보인 기괴하고 희극적인 모습에서 보여줬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행태 그대로 '윤석열다운' 모습은 반성능력의 전적인 부재와 결여를 다시금 보여준 것이었다.
그의 기도가 실은 국민들을 향한 '어퍼컷'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이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