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들 “우리가 언제부터 귀족?”

하루 14시간 넘게 운전하며 300만원 버는 귀족은 없다
1년에 700명 사고사 당하는 귀족이라니..
노동계와 시민사회, ‘귀족노조 프레임’ 규탄

2022-11-30     이승호 에디터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인 집단행위로 국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28일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관철 시키려고 하는 집단 힘의 일방적인 행사” (원희룡 국토부 장관, 28일 중대본 브리핑)

“이제 불법 귀족노조의 시대도 종식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29일 브리핑)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기득권 귀족의 이기적 집단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가적 경제손실은 외면하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부도덕한 행태, 다수의 선량한 근로자의 생각과도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은 한발 더 나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핵심 주동자와 극렬행위자, 나아가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극렬행위’, ‘배후’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으니 1980년대의 공안정국과 다르지 않다.

정부와 여당의 ‘귀족노조’ 발언이 일시적으로 터져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깊은 뜻’을 읽은 탓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수석비서관 회의 때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와 노동계, 시민사회는 정부와 여당의 ‘귀족노조 프레임’에 즉각 반발했다.

“(화물노동자들이) 하루 14시간 이상씩 운전하며 버는 돈은 많이 잡아야 300만원인데, 정부는 이 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 프레임을 꺼냈다” (화물연대, 29일 성명서)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노동자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들고 나와도 ‘귀족노조’, ‘불법 파업’ 프레임에 가둬버리고 ‘손해배상’으로 겁박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짊어지게 될 것” (참여연대, 29일 성명서)

노동운동가 김진숙씨도 SNS에 “국힘이 화물연대를 향해 불법 귀족노동이란다. 대체 어느 귀족이 삼각김밥 씹으며 밤새 운전하고 휴게소에서고양이 세수하고 달밤에 제자리 뛰기로 졸음을 쫓는가. 어떤 귀족이 최소한 목숨은 지키며 일하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가. 대체 어떤 독재국가가 개인사업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단 말인가.”라는 글로 ‘귀족노조’프레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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