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1주기 앞두고 서울시 '참사 재현 훈련' 논란

좁은 골목 압박 고통에 쓰러지는 모습 연출

서울시 전시 행정에 "사이코패스냐" 부글부글

비공개로 충분히 가능한데…언론 대대적 동원

오세훈, 훈련 지켜본 뒤 "준비 태세 안심된다"

2023-10-26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5일 오후 서울 건대 맛의거리 입구 인근에서 인파감지시스템 가동 점검 및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3.10.25.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좁은 골목에 인파를 밀집시킨 채 '재현 훈련'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핼러윈 주간 인파사고를 대비한 훈련은 필요할 수 있으나,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언론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유가족, 생존자 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인 25일 오후 2시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를 찾아 주요 인파밀집 지역의 현장 안전관리 계획을 보고받고, 지능형(AI)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인파감지 시스템을 직접 점검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서울시가 핼러윈 기간에 인파 밀집을 예상한 총 16개 지역 가운데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를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오 시장이 현장에서 안전관리 대책을 직접 확인,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는 오 시장이 참관한 가운데, 좁은 골목(30㎡)의 밀집도에 따라 시와 유관기관이 인파 해산을 위해 대응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훈련에는 골목에 약 60명의 시민이 운집한 상황에서 행인이 119에 신고하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좁은 골목에서 훈련 참가자들은 압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쓰러지는 모습 등을 연출했다. 이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공유되면서 논란이 됐다.

일부 누리꾼은 필요한 훈련이라고 옹호하기도 했지만, 상당 수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과 연민도 없다" "제 정신이냐" "사이코패스냐" "저런 모습 연출하고 사진찍는 게 훈련이냐" "보여주기 쇼하지 마라" "기획 의도가 살벌하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25일 오후 서울 건대 맛의거리 입구 인근에서 열린 ‘인파감지시스템 가동 점검 및 훈련’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0.25. 연합뉴스

오 시장이 예상 인파밀집 지역에 대해 사전 현장점검을 하고 훈련을 하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언론을 동원해 사진과 영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려 없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가족과 생존자 등에 대한 2차 가해도 우려된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는 집회·시위를 이유로 경찰 병력과 안전 요원을 배치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지 않고, 수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출동하지 않는 등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재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실전 대응훈련보다는 시스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훈련의 시기의 적절성과 함께 필요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행사를 통해 실전 대응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일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린 여의도 '서울세계불꽃축제'다. 서울시는 당시 행사에 대비해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안전 인력을 26% 증원하는 한편 비상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인파관리에 대응해왔고, 비공개로 내실있는 훈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언론을 동원해 보여주기식 훈련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정치적 활용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오 시장은 훈련 참관 뒤, "현장에서 본 공직자들의 준비태세가 지난해와 달리 확실히 체화된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된다"면서 "앞으로 5일간 인파밀집 상황을 철저히 관리, 점검하고, 시·구 재난안전상황실에서도 철저히 현장 안전을 모니터링해 이번 핼러윈 인파밀집 상황에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혐오 및 모욕성 댓글은 경고 없이 삭제 합니다. 악성 댓글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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