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권력투쟁 중?…친강 외교 이어 리샹푸 국방 해임

리, 두달째 안보이더니…군장비 조달부정 의혹

왕즈강 과학기술부장, 류쿤 재정부장도 해임설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파 등 파벌간 권력투쟁 여파?

2023-10-26     한승동 에디터

 

 지난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 우정룽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  리샹푸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오른쪽). 이들 중 친강, 리샹푸 부장은 해임된 사실이 지난 24일 확인됐다. 2023.03.12. AFP 연합뉴스

8월 말부터 2개월 가까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리샹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지난 24일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6월 하순부터 1개월 넘게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가 7월 하순에 해임된 친강 외교부장 건에 이은 이례적인 사태로, 지난해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와 지난 3월 양회(전인대, 정협)를 거치면서 확립된 시진핑 3기 지도체제의 핵심인사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취임 반년 남짓만에 잇따라 물러난 것이다.

 

지난 6월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 2023. 06.02. 로이터 연합뉴스

3월 취임, 8월 29일 뒤 모습감춘 리샹푸

리샹푸는 지난 3월 부총리급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에 취임한 뒤 40개 국 국방 당국자들과 회담하고 4번의 국제회의에 참석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여러나라 최고위급 인사들과도 회견했으나 9월의 베트남 군 관계자들과의 예정된 회의를 앞둔 8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프리카 50여개국 관계자들 초청회의에서 연설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군사장비 조달 관련 부정 의혹

그의 동정이나 배경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은 일절 없었으나, 군 장비 조달관련 부정과 관련돼 있다는 관측들이 떠돌았다. 중국군은 지난 7월 말 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사령관 등 2명의 고위 관계자를 돌연 해임, 교체했으며, 로켓군의 초대 사령관이었던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도 수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보도들이 나왔다.

중국 국방부는 8월 말 정례 기자회견에서 로켓군 고위관리들 교체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반부패 싸움은 잠시도 그만둘 수 없다”고 대답해, 일련의 고위직 해임 움직임이 부패오직 문제와 연관돼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2017~2022년 중국군 조달부문 최고책임자로 일했던 리샹푸도 로켓군의 군사장비 조달 부정 의혹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중의 기자회견에서 중국 헌법 사본을 들고 얘기하는 친강 당시 외교부장. 2023.03.07. AFP 연합뉴스

지난해 말 발탁 친강 외교부장, 국무위원직도 박탈

지난해 말 56세 나이에 주미 중국대사에서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으로 전격 발탁된 친강은 리샹푸와 함께 3기 연임 시진핑 체제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존재였다. 그들의 잇따른 갑작스런 해임은 시진핑 체제 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으나 아무런 설명이 없다.

친강에 대해서는 홍콩 텔레비전의 아나운서와의 불륜 의혹을 둘러싼 소문들을 서방 매체들이 보도해 왔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

친강은 지난 7월 하순 해임될 때 외교부장직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 겸직인 국무위원 지위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으나, 24일 <중국중앙텔레비전 CCTV> 등 중국 미디어들의 보도로 국무위원직도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왕즈강 과학기술부장, 류쿤 재정부장도 해임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24일 중국 미디어들의 보도를 인용해 왕즈강 과학기술부장과 류쿤 재정부장도 이날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파벌간의 권력투쟁 여파?

이와 관련해 “(친강 등의) 발탁 인사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시진핑도 감싸주기 어려울 정도의 (부정의혹) 재료를 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아시아의 중견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 보도한 일본 <아사히신문>의 24일 보도가 관심을 끈다.

이는 이른바 태자당 출신의 시진핑이 일강체제를 굳히고, 상하이파나 공청단 등 출신 당파가 다른 당내 유력인사들을 배제한 데에 대한 체제 내의 불만세력이 의도적으로 시진핑이 발탁한 측근인사들의 부정 의혹 자료들을 외부로 흘려서, 출범 당시부터 ‘반부패 전쟁’을 집권 명분으로 내세워 온 시진핑이 그들을 감싸줄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부패와의 전쟁’ 캠페인 기간에 중국정부는 고위관리를 부패 혐의로 해임할 때 부정 사실을 공표해 캠페인과 정권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고 정당성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의 잇따른 측근 해임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때문에 민감한 외교안보 면에서 중국이 더욱 종잡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지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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