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고용률 역대치"…정부, '빈 강정' 수치에 호들갑

기재부 별도자료 내 "취업자 증가 30만 명대 회복"

뜯어보면 노인층 35만명 늘고 20대는 9만명 줄어

제조업 취업자 되레 7만 명 줄어…9개월째 감소세

남자 5만 명 는데 비해 여자는 이례적 26만 명

2023-10-13     유상규 에디터

9월 취업시장이 고용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호전된 수치를 보이자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가 때를 만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노인 천국-청년 지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반도체 등의 수출 경기가 아직 본격 회복하지 못해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더욱 확대됐다. 남녀의 취업자도 명암이 크게 엇갈려 남자는 50,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감소한 반면, 여자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3.10.13. 연합뉴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69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 9000명 늘었다. 지난 6월 33만 3000명 늘어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30만 명대를 회복했다.

기재부는 별도 보도자료를 내어 9월 고용률이 63.2%, 실업률은 2.3%로 9월 기준 각각 역대 최고와 최저를 기록했다고 들떠있는 모습이다. 작년 9월의 고용률과 실업률이 62.7%와 2.4%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와 최저 기록이었는데 올해 이들 두 지표를 모두 경신했다는 설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는 2021년 3월부터 31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는 올 상반기 매월 30만∼40만 명대를 보이다가 지난 7월 21만 1000명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해 지난달에는 다시 30만 명대로 늘어났다.

고용동향, 취업자 증가 추이 (2023년 9월)

하지만 9월 고용 통계를 연령대와 성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그리 환호할 상황만은 아니다.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을 보면 60세 이상이 35만 4000명 늘어 전체 증가 수보다 5만 명 가까이 많았다. 또한 30대 5만 6000명, 50대 4만 5000명이 늘었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은 8만 9000명 줄어들면서 11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40대는 5만 8000명 줄면서 15개월째 감소했다.

남녀 간 취업자 증감 상황도 크게 대조를 보였다.

9월 중 남자 취업자는 4만 9000명 증가에 그쳤지만 여자는 26만 명이 늘어났다. 특히 남자는 60세 이상이 16만 명, 50대 1만 9000명 증가했지만,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반면 여자는 20대가 6만 6000명 감소했을 뿐, 60세 이상 19만 4000명 등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11만 8000명(4.2%),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6만 7000명(5.2%), 숙박 및 음식점업 6만 6000명(3.0%) 등이 증가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7만 2000명(-1.6%) 줄어 감소폭이 지난 4월(-9만 7000명)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제조업 취업자는 9개월째 감소세다.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과 수출 회복세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감소세가 이어지던 건설업 취업자는 3만 6000명 늘며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2%로 1년 전보다 0.5%p 상승했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작성 이후 9월 기준 가장 높다.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7%p 상승한 69.6%였다.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5%로 1년 전보다 0.1%p 하락했다. 8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9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실업자 수는 66만 1000명으로 2002년 9월(63만 2000명)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p 하락한 2.3%였다. 같은 달 기준으로 1999년 6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다.

청년층 실업률은 5.2%로 1년 전보다 0.9%p 하락했다. 청년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고용 상황이 개선된 게 아니라 취업 의지를 갖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9월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전보다 0.5%p 하락한 49.1%였다.

9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07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 명 줄었다. 이중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 1000명 늘었다. 청년층 '쉬었음'은 1만 4000명 줄면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큰 폭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는지 봐야 한다"라며 "자동차·의류는 증가하는데 화학·전자부품 등은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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