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트리 선정성 여전…지적당한 기사들도 그대로
여가부 장관 자진사퇴 김행의 '부끄러움'은 어디에?
용혜인이 청문회서 예시한 기사들 1건도 삭제 안해
극단선택 김용호 피해자 기사에 '반노출 사진' 첨부도
용혜인 “위키트리에는 피해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비윤리적 기사가 가득하다. 너무 혐오감이 들어 입에 다 담지도 못하겠다. 이 보도 대부분이 김행 후보자가 경영에 관여한 이후 기사들이다.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를 받았던 기사들이다. 근데도 지금까지 위키트리 홈페이지에 남아있다. 이런 기사로, 혐오장사로 주가를 79배 급등시켜 100억대 주식 재벌이 되셨다.”
김행 “저도 부끄럽고,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다. (언론중재위원회) 지적 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
지난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간의 질의-답변 내용이다. 김행 후보자는 12일 자진 사퇴했다.
청문회 뒤로 위키트리의 ‘선정적 제목’을 단 기사들은 사라졌을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13일 위키트리의 최근 기사들을 살펴본 결과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용혜인 의원이 청문회에서 PPT 자료로 만들어 예시한 기사들 역시 위키트리는 1건도 삭제하지 않았다.
위키트리는 12일에만 <바이든 대통령 남동생 중요 부위 노출 알몸, 게이 사이트에 등록돼 파문 확산> <제가 잘 때마다 소리 질러 깨우는 남편, 각방 요구도 무시하니 정말 미치겠다> 등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기사들을 출고했다. <김용호 사망한 날에…오또맘, 정말 의미심장한 게시물 올렸다>는 기사에는 내용과 상관 없는 ‘오또맘’의 반노출 사진을 첨부했다.
<바이든 대통령 남동생 중요 부위 노출 알몸…> 기사는 남동생 프랭크가 휴대 전화 해킹을 당해 사진이 게이 사이트에 게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태여 ‘중요 부위’ ‘노출’ ‘알몸’ 등의 낱말을 동원해 제목에까지 달 이유가 없다. <제가 잘 때마다 소리 질러 깨우는 남편…> 기사는 한 여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연을 소개한 기사다. 남편이 코 고는 아내 때문에 잠을 자꾸 깨운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김용호 사망한 날에…오또맘…>은 인플루언서 ‘오또맘’이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소개한 기사다. ‘오또맘’은 같은 날 부산의 한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유튜버 김용호 씨에 대해 “인과응보 뿌린대로 거둔다”는 글을 올렸다. ‘오또맘’은 김용호 씨가 2021년 유튜브에서 자신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등을 여과없이 방송해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해온 인물이다.
‘오또맘’은 글과 함께 아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첨부했다. 그러나 위키트리는 이 사진 대신 ‘오또맘’의 반노출 사진을 ‘구태여’ 머리로 올렸다. 아들을 포옹하고 있는 한 어머니, 그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어쨌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한 사내의 죽음을 다룬 기사에마저 구태여 반노출 사진을 사용해야 했을까.
위키트리 사이트에는 용혜인 의원이 예로 든 기사들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행 씨의 부끄러움은 청문회와 함께 사라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