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형상' 구름에 "부친의 혼이 윤 대통령 입으로"?

대통령 부친 49재 구름 기사에…조국 "윤비어천가"

용 아닌 개로 보이기도…"돼지코 보인다"는 사람도

취임식 때 무지개 보곤 "상서로운 기운" "우담바라"

2023-10-03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옹의 49재 마지막 날 반야용선 태우는 행사에서 연기가 마치 용의 입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연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이날 참석자들은 처음 윤 옹의 반야용선을 태운 연기가 현장을 회오리치듯 머물다가 용의 입 모양을 한 구름이 다가오자 마치 용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연기가 사라져갔다고 제보했다.”

 

뉴시스 기사 화면 갈무리

통신사인 뉴시스가 2일 오후 6시 42분에 출고한 기사다. 독자가 제공했다는 사진과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은 불교와 관련된 무속 용어로 굿을 받은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타고 간다는, 종이 등으로 만든 배를 말한다. 기사를 더 읽어보자.

“이는 윤 옹의 혼의 기운이 용(대통령)의 입으로 들어가듯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氣)를 불어넣어주며 국태민안을 기원하고 있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비록 공무(국군의날 행사)로 윤 대통령 부부는 49재 막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고, 죽어서도 국가와 자식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은 다함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앞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뒤에서 행사를 참여하니 윤 옹의 모든 것을 태운 반야용선 연기가 마치 용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처럼 보였다’며 ‘우연이라기 보다 윤 옹의 지극 정성이 하늘에 다다른 것으로 고인의 나라사랑과 자식사랑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라고 감탄했다.”

사진 윗부분 구름의 형상을 보니 과연 무슨 동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배고픈 개나 늑대로 보일 수도 있겠다. 연기만 찍은 사진에서는 “돼지코가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구름과 ‘고인의 나라사랑과 자식사랑’을 연결한 ‘익명  제보자’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은 든다.

 

돼지코 형상의 연기.  뉴시스 기사 화면 갈무리

어떤 사람은 이 기사를 보고 자연스럽게 ‘윤비어천가’를 떠올렸다. 조국 전 법무장관도 2일 밤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링크하곤 “‘윤비어천가’가 울려 퍼진다”고 썼다. 그런데, 뉴시스의 기사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윤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하는 중 일부 참석자가 뒤를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취임식의 핵심인 취임 연설 중 또 다른 이벤트가 있을 리는 없을 텐데라는 생각에 의아해 하며 뒤를 돌아봤더니 하늘 높이 무지개가 떠 있었다. 참석자들은 앞다퉈 무지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고, ‘대통령 취임식에 무지개라니 상서로운 기운’이라며 들뜬 분위기였다. 우담바라, 즉 불교에서 3000년에 한 번 전륜성왕(轉輪聖王, 세계를 통일·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이 나타날 때 핀다는 상상의 꽃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월간조선 2022년 6월호에 실린 <화창한 날씨와 4만 명의 질서, 무지개 구름… 새 정부의 앞날 보여준 듯>이라는 기사 일부다. 당시 이런 ‘취임식 무지개’ 기사는 한두 건이 아니었다. 목불인견이었다.

이뿐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관련 사진 2장을 붙여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을 올리자 조중동을 포함한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점입가경이었다.

 

무지개가 신문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나온 경우는 또 있다. 지난 2021년 11월 10일,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가 광주5·18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연합뉴스는 “윤석열 참배 마치자 5·18묘지에 뜬 무지개”라는 사진 기사를 보도했다.

그때 케빈 그레이 영국 서섹스 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자신의 엑스(트위터의 새이름) 계정에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 같은 한국의 보도”라고 비꼬았다.

이런 기사는 좀 그만 보면 좋겠다. 가뜩이나 손바닥에 왕(王) 자 쓰고 나온 대통령 때문에, 툭하면 신문 사회면과 정치면에 나오는 천공이니 건진법사니 하는 무속인들 때문에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구름이나 무지개 기사는 날씨 지면에만 쓰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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