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안' 칼 빼든 민주…尹, 또 거부권 행사하나

李 장관 해임건의안 30일 국회 제출, 다음달 2일 표결

野 의석만으로 무난히 가결…尹, 아직 태도 변화 없어

與 "국정조사 합의 파기" 반발…실제 이탈하진 않을 듯

2022-11-28     김호경 에디터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2022.11.1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민주당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오는 30일 국회에 제출하고 다음달 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최악의 압사 사건과 관련한 정부 대응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큰 상황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이재명 대표 주재로 고위전략회의를 가진 뒤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오늘까지 대통령께서 책임 있게 이 장관을 파면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그 시한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며 "따라서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바로 다음날인 29일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를 마친 뒤 실무 절차를 거쳐 30일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할 예정이다. 해임건의안은 발의 뒤 처음 열리는 국회 본회의인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보고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에 부쳐지며 이 기간 내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헌법 제63조에 명시된 것으로 재적 국회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발의와 과반(150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이다. 여기에 무소속 7석 중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한 김홍걸·민형배·양정숙·윤미향·박완주 의원은 본래 민주당 출신이고 국민의힘 쪽 성향은 양향자 의원뿐이다. 따라서 민주당 단독으로 해임건의안을 무난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날까지 이 장관을 파면할 것을 요구하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차원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를 마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중대본 구성과 운영 부처별 대응 상황 및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8. 연합뉴스

그러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도록 이 장관 경질 등 문책 조치를 일절 취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전날 "국정조사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 장관부터 나가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 등 강경 일변도의 발언으로 파면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정치 공세라는 인식이다.

헌법 제63조에 규정된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부에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고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헌법적 수단이다. 그래서 해임건의 사유 또한 탄핵처럼 헌법·법률 위반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폭넓게 인정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이 당시 야당의 해임건의안 밀어붙이기에 따라 낙마한 바 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헌정사상 첫 사례였으며, 올해 10월 윤 대통령이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함으로써 두 번째 전례를 만들었다.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극구 회피하는 등 야당과의 협치에 아무 의지를 안 보이고 오히려 대치 정국을 조장해왔던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재진입해 4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터라 야당 무시 기조를 새삼 전환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그러나 박진 장관 때의 '외교 참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민 158명이 사망한 인명 대참사 국면이라 가중되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이 장관을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속 조치로 탄핵소추와 특검 도입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겠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철회까지 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이 발표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정조사 합의를 먼저 깬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국정조사에 어떻게 임할지 우리 당 의견을 더 모아보겠다"고 밝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 브리핑을 통해 "'선(先) 해임 후 국조'는 국정조사 파기와 같다"며 "책임 대상, 방법, 날짜까지 민주당이 모두 결정하고, 일방통보하고, 단독 처리할 것이라면 국정조사는 왜 하자는 것인지 거듭 묻고 싶다"고 했다.

앞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도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국회에서 위원들 명의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힘 국정조사 위원들은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대열에서 실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권만으로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의당, 친민주당 무소속 의원을 합친 야권 의석수가 재적의석 3분의 2(180석)가 넘는 181석이나 되기 때문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제외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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