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마르는 시간…민주당과 촛불시민들 "과연 결과는?"

이재명 영장심사 9시간 넘겨 종료…역대 두번째

홍익표 "당연히 기각될 거라 확신…내일 뵙기를"

정성호 "무너진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시작으로"

김병기 "내일은 즐겁게 추석 인사 간절히 희망"

추미애 "차후 인멸할 증거가 뭐가 남아 있는가?"

촛불행동 "사법부, 정치검찰 손 들어주지 말라"

2023-09-26     김호경 에디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9.26. 연합뉴스

당사자만큼이나 심장이 조여오고 피가 마르는 시간.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장시간 이어진 가운데 민주당 관계자들과 이 대표를 지지하는 촛불시민들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 어느 때보다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영장이 기각돼 이 대표가 무사 귀환하리라 예상하면서도 영장전담 판사가 의외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영장심사는 9시간 16분 만에 끝났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역대 최장이었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영장심사의 10시간 5분에는 못 미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을 넘어서서 역대 두 번째로 긴 시간을 기록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8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이른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사건 별로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의 의견을 듣는 순서로 진행해 오후 7시 24분 심리를 끝냈다.

24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을 마치고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이 대표는 병원 대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자정 무렵, 늦으면 27일 새벽이나 아침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9.26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날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 영장은) 당연히 기각될 거라 확신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 당은 상당히 비상한 각오로 싸워나갈 준비도 하겠다"며 "기각돼서 내일 뵙는다면 앞으로 당 운영과 관련해 대표님께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103조를 언급하며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각본에 따라 무차별 압수수색,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기밀누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진행된 정의롭지 못한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에서 엄정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ㅡ무너진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시작"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녹색병원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팡이를 짚고 걷는데도 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다. '잘 다녀오십시오. 잘 될 겁니다'라고 인사드렸는데 아무 말씀 못 하고 처연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다"며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치료 받으시길…"이라고 착잡해했다.

우원식 의원은 "오늘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당은 단일대오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이다. 폭압적 정권에 대한 분노와 참담함으로 피켓을 들었다"며 "반드시 기각되리라 믿는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달라. 내일은 즐겁게 추석 인사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전했다.

김남국 의원은 "정치검찰이 이제는 명절 밥상마저 책임지는 시대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이 미리 준비한 추석 밥상 반찬이나 다름없다"며 "형식적인 피의자 소환조사로 야당 대표를 망신 주고 괴롭힌 것이고, 소설책 출간하듯 출간일에 맞추어 영장을 청구한 셈이 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이번 영장 청구는 정치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한 대표적이자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울분을 표시했다.

김의겸 의원은 "어제는 하루 종일 군산 시내 여기저기를 돌며 탄원서 서명을 받았다. 오늘 아침은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호소도 했다"면서 "우리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이재명 대표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김성주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기 때문에 영장이 발부될 이유가 없다"며 "재판부가 현명하게 판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수백차례 압수수색 했다"면서 "야당 대표를 구속 상태에서 재판한다는 것은 보통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구속영장 청구 기각. 정의가 살아 있다면…"이라고 썼다.

 

 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고 있다. 2023.9.26.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나? 우선 도주 우려는 없기에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소명하기 위해 무려 PPT 500장을 준비했다"며 "그런데 이것이 만약 검찰이 500장 PPT 분량의 방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면 차후 인멸할 증거가 뭐가 남아 있겠는가? 또 인멸 시도를 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검찰이 만약 물적 증거가 없어서 정황 증거나 인적 증거로 장황하게 500장의 PPT를 채웠다면 이는 법정에서 대등하게 다투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없는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 속단하는 검찰의 모순을 말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제1 야당 대표를 구속할 만한 중대하고 명백한 소명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성명을 내고 "영장 청구 자체가 부당하므로 기각 또한 마땅하다"며 "그러나 사법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 공작에 굴종하고 부역한 사법부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검찰은 증거 없는 주장과 검찰의 손아귀에 들어간 인물을 통한 증언 조작 등으로 별건에 별건을 이어붙여 영장 발부 의견서를 가득 채웠다"면서 "입법부 최대 의석수를 가진 정당의 대표가 무슨 도주의 우려가 있으며, 300여 회 이상 압수수색으로 온갖 자료를 수집한 상황에서 무슨 증거인멸이 있겠는가. 어떤 경우에도 구속영장 발부의 요건은 성립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하명 수사로 시작된 이 사건은 오로지 이재명 대표를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수뢰범으로 만들기 위한 저열한 공작일 뿐이며 이로써 민주당을 분열시켜 허물겠다는 시답지 않은 술책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본질적으로 정적 제거를 통한 총선 전술이자 국힘당 일당 독재로 가려는 장기집권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촛불행동은 "사법부는 구속영장 기각하라. 정치검찰의 공작에 결코 손을 들어주지 말라"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범국민 항쟁에 나선 민의를 정확히 읽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놓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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