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팀장 "가짜뉴스 척결? 참담하다" 비판글 파문
류희림 위원장·직원들에게 A4 10매 장문 편지
"가짜뉴스 처벌 전기통신법, 이미 위헌판결 "
"가짜뉴스 개념도 모르면서 심의하겠다고 해"
"심의 근간 흔들고 방심위 존립 위태롭게 해"
"인터넷언론 심의, 제도 흔들고 소송 휘말릴 것"
"일방적 독주 멈추고 가짜뉴스 척결 철회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며 인터넷 뉴스를 포함한 언론보도에 대한 위헌·위법적 심의 계획을 발표해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소속 팀장이 25일 류희림 위원장에게 ‘위원회 심의 근간을 흔들고 위원회 존립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공개 비난 편지를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팀장은 A4용지 10매 분량의 긴 편지를 통해 ‘류 위원장이 척결하겠다는 가짜뉴스란 무엇인지’ 묻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구두 요청으로 TF조직을 무리하게 급조한 문제,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의 부당성과 부적절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편지는 방심위 다른 직원들에게도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에 소속과 이름, 직책을 밝힌 이 팀장은 서두에서 류 위원장을 향해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나 합의도 없이, 위원회가 그동안 지켜온 통신심의의 원칙과 기준들을 무시하며, 인터넷 언론사에게까지 일방적으로 심의를 확대하고 자체 모니터링을 하겠다며 진행하시고 있는 ‘가짜뉴스 척결’은 정말 사회적 대의를 위한 것입니까”라고 질문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위원회의 할 일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주최의 TF 회의에서 서면 자료도 없이 구두로 협조사항을 전달하면, 위원장님의 주도로 부랴부랴 방통위가 구두 협조 요청한 ‘가짜뉴스 척결’ 조치와 조직을 급조하는 지금의 우리 위원회는, 위원장님께서 취임사를 통해 자랑스럽게 언급하신 ‘민간독립기구’가 맞습니까?”라고 썼다.
이 팀장은 이어 방심위가 급조한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의 직원 인사가 본인 의사나 현재 업무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든 것을 무시한 인사발령이었다며, “지금 우리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의 업무는 물론, 그를 통해 척결되어야 할 ‘가짜뉴스’가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팀장이 공개편지를 통해 주장한 류희림 방심위의 ‘가짜뉴스 척결 방침’에 대한 비판을 원문 그대로 살려 요약해 옮긴 것이다.
▲ ‘가짜뉴스’와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였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제1항은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다. 현재 ‘허위사실 유포 행위’ 자체만을 처벌하는 법률은 없으며,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형법 등 법률에 위반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한 것이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법률위반을 근거로 불법정보를 시정요구하는 위원회 통신심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류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가짜뉴스 척결’ 의지를 밝히시면서 ‘한 나라의 안보뿐만 아니라 사회 혼란을 가중해 자유 민주주의 근간은 물론 헌법적 질서의 파괴까지 노린 사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적 존재’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무시무시한 가짜뉴스가 현행 법규 중 실제로 무엇을 위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지금 위원회는 명확한 적용 법규도 밝히지 않으면서 그 개념이나 정의, 범주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도 않은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 하고 ‘긴급심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위원장의 일방통행 행위에 총장 직무대행이나 실국장 등이 방관하고 있고 옆에서 고언하거나 숙의를 당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위원회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 서글프고 그 일방통행 질주가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다.
▲ 위원장은 9월 21일자 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심의하겠다고 했다. 신문법은 인터넷신문 등 신문의 독립 및 기능을 보장하는 한편,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위원회가 불명확한 규정을 근거로 신문법에 따라 등록된 인터넷언론사의 기사 등의 콘텐츠에 대해 시정요구할 경우, 인터넷 언론사들은 시정요구에 불응할 것이고 위원회 시정요구는 정당성과 실효성을 상실할 것이며 그 영향은 결국 다른 일반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들에게도 미치게 되어 결국 시정요구 자체가 유명무실화되며 통신심의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 ‘인터넷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심의 결정과 함께, 인터넷언론 등록 관할 지자체 등 행정기관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정보 유통 사실을 통보하고, 경찰 수사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시정요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정요구를 전제하지 않은 불법·유해정보의 심의 결정이 반복되면, 시정요구를 근간으로 이뤄져 온 위원회 통신심의 제도를 오히려 흔들 여지가 크고, 관련 결정 및 조치 요청 결과에 의해 위원회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 방심위에서 결정해야 할 조치들에 대해 방통위원장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먼저 언급하고, 그 언급 이후 만들어진 방통위의 가짜뉴스 TF가 전날 참석을 통보하며 서면 회의 자료도 없이 구두로 협조사항을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우리 위원회는 그 협조사항을 받들어 위원회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나 검토절차 없이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과 부담을 강요하며 근거도 실효도 불명확한 대책과 조직을 급조하는 현실이 근 2~3주 만에 모두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이, 이것이 이른바 ‘민간독립기구’라는 위원회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 합리적인 차원에서 대의를 위해 ‘가짜뉴스 척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일방적인 독주를 멈추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한 숙의과정을 거쳐 위원회 심의제도 안으로 포섭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 위원회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나 검토 절차 없이 직원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부담을 강요하며 진행되는 ‘가짜뉴스’ 관련 조직의 신설 및 시행을 당장 철회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