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재명 운명의 영장 심사…반격의 서막 오를까
물증 없고 증언뿐인 백현동·대북송금 사건
특혜 이유도 불분명…통화 기록도 안 나와
혐의 반박하고 불구속 수사 원칙 강조할듯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의자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시작된다.
이번 영장 심사는 이 대표의 정치적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구속이 결정될 경우, 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직면할 운명이지만, 영장이 기각된다면 정치 검찰에 대한 반격의 서막을 마련하고 동시에 이 대표의 당내 장악력을 공고히 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직접 증언과 물증도 제시하지 못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부당성을 강조하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직접 법정에 출석해 정치 보복성 수사와 구속 시도에 대해 비판할 전망이다. 이 대표도 출석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현동 로비스트 관계 규명 사실상 실패
특혜 이유 불분명…물적 증거도 태부족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로비스트 김인섭 씨의 청탁을 받아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제공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 원의 이익을 제공받는 데도 이를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있었다는 이유로 '비선 실세'라고 주장하지만,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운영한 식당을 성남시 공무원들이 이용한 점, 김 씨의 장모 장례식이나 장녀 결혼식에 공무원들이 부의금과 축의금을 낸 점 등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이 대표의 '비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가 측근인 정 전 실장을 통해 청탁을 들어줬다면서, 정 전 실장이 "백현동 개발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김인섭과 밀접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대표와 김인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하지만 김 씨와 정 전 실장 사이의 증언일 뿐,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거나 청탁을 받았다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김 씨와 정 전 실장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두 사람이 115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김 씨와 이 대표의 관계를 입증할 직접적인 물증을 찾지 못해 정 전 실장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논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검찰은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부지가 경제적 가치가 낮아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성남시가 기부채납을 받은 자체가 상당한 성과임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공사 참여로 200억 원 확정 이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배임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기부채납을 받았음에도 개발 이익까지 거두지 못했으니 범죄라는 논리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21일 국회에서 "성남도시개발 공사가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확정이익 최소 200억 원을 받지 못하게 되어 공사에 최소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배임을 주장하며, 200억 원이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몫이라고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씨의 법정 증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민간업자인 정씨는 지난 7월 김 씨의 공판에 출석해 검찰이 "김인섭이 200억 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자기가 50%를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두 사람'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엔 "이재명 시장 등으로 저는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의 추측임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일방의 추측성 주장을 증거처럼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검찰의 논리대로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지 않아 200억 원을 포기한 대가로 민간업자 정 씨가 200억 원을 로비스트 김 씨와 이 대표, 정 전실 장 등에게 뇌물로 제공한 것이 되는 셈인데, 200억 원을 포기하게 한 대가로 200억 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논리가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리라면 정 씨가 애초에 로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땅을 용도 변경한 동기에 대해 "향후 김인섭으로부터 피의자의 선거 기타 정치활동 등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김인섭이 청탁한 내용들을 수용해주기로 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현동 사업 추진 당시 공무원 알선 등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던 지역 로비스트에게 위법을 무릅쓰면서 특혜를 제공해서 받을 대가가 '정치적 도움'이라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긴 어렵다.
대북송금 통화 기록 없어…일방적 진술 뿐
진술도 오락가락…'해외도박 탕진설' 솔솔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핵심은 이 대표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의 관계 입증이지만, 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이렇다 할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김 전 회장의 일방 진술에만 의존했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만난 일도 없고 본 일도 없다"고 했으며, 김 전 회장 역시 수사를 받기 위해 태국에서 귀국하며 기자들에게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한 바 있다.
검찰이 대북송금 대납의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전화 통화지만,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북송금 대납의 직접 증거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그간 나온 증언을 보면 의례적인 통화였다고 보는 편이 합당해 보인다. 이 대표는 통화한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직접 통화기록도 제시된 바 없다.
이 전 부지사도 지난 7월 21일 옥중 편지에서 "쌍방울 (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김성태가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가 있다"면서도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보고된 내용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그같이 말했고, 저로서는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또 그간 보수·수구언론들은 검찰 관계자를 인용해 "김성태 전 회장이 8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명의로 발급된 '령수증'을 검찰이 확보했다"며 결정적인 물증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왔지만, 검찰은 이번 영장청구서에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물적 증거로 알려진 이른바 '령수증' 자체가 조작됐거나 대북송금 관련 입증 증거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고 있지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례상 청탁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전제돼야 하고, 청탁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막연한 기대로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100억 원 상당을 북한에 지급한 것은 차기 대선 후보자인 이 대표가 향후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경기도 차원에서 보장해준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경기도가 대북사업을 보장해 줄 권한도 없다. 특히 검찰은 북한이 경기도의 보증으로 약속한 것이라며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 △물류유통사업 △자연에너지 조성사업 △철도건설 사업 △농축수산협력사업 등을 예로 들고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에서도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이 대표를 만난 적도 없는 김 전 회장이 이를 기대로 돈을 건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의 핵심인 송금과 관련된, 검찰 수사와 공판 증언도 일치되지 않는다. 김 전 회장이 주장하는 북한 스마트팜 비용 2차 대납의 경우, 김 전 회장 1차 공소장에 '2019년 4월 6일 150만 달러를 마카오에서 송명철(조선아태평화위 정책부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명시했지만, 2차 공소장에는 '2019년 4월 6일 150만 달러를 광저우에서 송명철과 리호남(북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에게 전달'했다고 바꿨다. 김 전 회장은 지난 7월 이화영 전 부지사 공판에서 "2019년 3월 300만 달러를 홍콩에서 전달했다"며 공소장과 다른 사실을 증언했다.
아울러 <시민언론 더탐사>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중국 마카오 복수의 도박업 관계자로부터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억대 도박판 현장에 자주 나타났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특히 도박에 사용된 금액 규모와 장소 등이 대북 송금을 했다고 알려진 장소 및 액수와 대체로 일치해 김 전 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대북송금 사건'이 아니라 쌍방울 계열사 자금의 '도박 탕진 사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400차례 압수수색하고 증거 인멸 우려?
"정의가 살아있다면 구속영장 기각돼야"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혐의 소명과 함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증거 인멸 우려를 주요한 이유로 내세웠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혐의 적용에 근거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제1야당 대표로서 도주 가능성이 없고 주거지가 분명한 점,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2년 여 동안 400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벌이고 관계자들을 회유·협박하는 무리한 수사를 펼쳤음에도 증거 인멸 가능성을 제기한 점을 적극적으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물증도 없이 증언만 있는 수사임에도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을 고려해, 방어권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가 원칙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은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실을 언급하며 "군사법원조차 보장한 것이 피해자의 방어권이다. 법원이 제1야당 대표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이 내세우는 혐의는 터무니없고, (이 대표의)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면서 "법과 원칙, 정의와 상식이 살아 있다면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