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꼼수를 판례로 공인해준 대법원 최강욱 판결

'제3자 임의제출' 변칙적 수사 기법 정당화해줘

피의자 참여권 보장 '실질적 피압수자' 판례 중요

대법, 자의적 조건 추가로 '실질적 피압수자' 부인

참여권 문제 핵심, '정보'의 소유권과 관리처분권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에서 초래된 법리의 혼란

대법관 '소수 의견 3인'에 내포된 판결의 아쉬움

2023-09-19     박지훈 IT 전문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1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판결로 최강욱 의원의 국회의원직이 상실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 경력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상고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2023.9.18. 연합뉴스

당초 이 재판은 최 의원이 법무법인 청맥의 변호사로 일할 당시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발급해준 인턴증명서의 내용이 허위여서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1, 2심의 주된 쟁점은 이 인턴확인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선고가 나온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사실 여부가 아닌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해당 인턴확인서가 나온 조국 자택PC 하드디스크의 ‘실질적 피압수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당장 최강욱이라는 정치인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제3자 임의제출’이라는 검찰의 변칙적인 수사 기법을 ‘대법원 전합 판례’라는 공식적 형태로 정당화시켜준 것이다.

이로써 검찰은 수사 편의를 위해 같은 꼼수를 앞으로 당당하게 반복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수사를 받는 모든 국민은 비슷하거나 더 발전된 꼼수로 심각한 방어권 침해를 겪을 수 있게 된다.

‘실질적 피압수자’ 판례의 중요성

이 쟁점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먼저 2021년 11월 18일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왔던 판례(‘2016도348’)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이 2021년 판례의 요지는,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PC,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등)를 피의자가 아닌 제3자가 임의제출한 경우, 그 매체를 포렌식(탐색, 복제, 출력) 할 때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경우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해야 한다.

이 판례에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데, 피의자의 정보저장매체(하드디스크 등)를 제3자가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해당 매체를 압수당한 당사자는 매체를 제출한 제3자가 아닌 피의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대상은 제출자가 아닌 피의자라는 취지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참여권’이란, 포렌식, 즉 하드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를 뒤지는 과정에 피의자 측이 참여하여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실 이 판례는, 법리적으로는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디지털증거 압수에 대해 동일한 취지로 참여권을 보장했던 2015년의 선행 판례(‘2011모1839’, ‘종근당 사건’)를 임의제출물에까지 확장한 것이다. 영장 압수나 임의제출 압수나, 수사기관에 압수된 후의 결과와 효과가 동일하므로 당연히 임의제출까지 확장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22년 1월 정경심 교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이 제3자 임의제출물에 대한 참여권 보장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증거들인 표창장 관련 파일들이 나온 ‘강사휴게실PC’들은 동양대 교양학부의 김 모 조교가 임의제출한 것이고, 또한 다른 입시 관련 혐의들의 주요 증거들은 김경록 차장이 일시 보관하고 있던 자택 PC 하드디스크에서 나왔는데, 이 하드디스크 역시 김 차장이 임의제출한 것이었다.

더욱이, 검찰의 피의자였던 김경록 차장과, 검사로부터 '징계 받아야겠네’라는 말까지 들은 김 모 조교 모두, 당시 검찰로부터 매우 강압적인 환경에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것으로, 당연하게도 양쪽 매체 모두 제출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제출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요컨대, 정 교수의 유죄 판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시 관련 혐의들의 핵심 증거들은, 그 대부분이 영장이 아닌 강압적 상황에 처한 제3자들로부터 검찰이 받아낸 것들이다. 임의제출은 그 대전제가 제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야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정경심 교수의 1, 2심 재판부는 이런 강압적 상황을 전면 무시하고 임의제출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정경심 교수의 상고심 심리가 진행중이던 와중에 앞서의 2021년 ‘제3자 임의제출’ 판례가 나온 것이다. 동일하게 피의자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임의제출한 정보저장매체들이라는 면에서, 불과 몇 달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온 2021년 판례의 직접적 적용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앞선 판례의 취지에서 증거능력이 부인되어 관련 혐의들 모두에서 무죄가 선고되어야 마땅했다.

대법, 자의적 조건 추가로 ‘실질적 피압수자’ 부인

그런데 정경심 교수 상고심 재판을 맡은 대법원2부는, 2022년 1월 선고를 내리면서 ‘강사휴게실PC’와 관련해 2021년 판례의 취지에 다분히 자의적인 새로운 제약 조건을 추가하면서, ‘강사휴게실PC’ 관련 증거들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다수 혐의들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7 연합뉴스.

그것은 해당 PC들이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강사휴게실에 보관됨으로써 동양대가 현실적으로 지배, 관리하게 됐다는 희한한 판단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개인 사물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학교에 보관하면 소유권 혹은 관리처분권이 학교로 넘어간다’라는 의미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내리기 전에 강사휴게실이라는 공간이 사실상 교수들의 개인 물품 창고처럼 쓰여왔다는 사실, 그 증언을 한 교수 역시 지금도 자신의 물품을 잔뜩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 강사휴게실PC에 ‘정경심 것’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던 것을 본 사람도 있다는 사실까지 모두 무시했다. 주요한 사실관계를 무시함으로써 억지 논리를 도입할 여지를 만든 것이다.)

더욱이, 대법원 2부는 정경심 상고심 판결에서 김경록 차장이 제출한 하드디스크의 문제는 전혀 따져보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정경심 교수가 김경록 차장에게 자택 하드디스크를 맡긴 기간은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으므로 ‘3년 가까이 방치하면 관리처분권이 넘어감’이라는 새로운 논리도 적용할 여지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정경심 1, 2, 3심 판결들에서 이 ‘임의제출 참여권’ 문제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명백한 판단 오류들이 즐비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이 문제만 따지기로 한다.)

거의 같은 문제가 이번 최강욱 대법 판결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자택 하드디스크의 경우 김경록 차장에게 맡긴 기간이 수 일에 불과해 ‘강사휴게실PC’에 대해서처럼 ‘3년 가까이 방치’라는 조건을 추가할 수 없자, 대법원은 ‘김경록에게 하드디스크를 넘기면서 사실상 처분 권한까지 준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이 주장하고 1, 2심에서 인정한 바를 따르더라도 김경록과 정경심이 받았던 하드디스크 증거 관련 혐의는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은닉’ 혐의였다. 파기나 임의적 처분을 전제로 해서 맡긴 것이 아님을 대법원도 모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단순히 맡겨놓은 것을 가지고 ‘처분권한까지 준 것’이라며 ‘중간생략’ 판단을 내리고는, 그에 근거해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일단 맡기면 맡은 사람 마음대로 해도 된다? 무슨 이런 해괴한 논리가 다 있는가.

참여권 문제의 핵심, ‘정보’의 소유권과 관리처분권

나아가서, 이 ‘정보저장매체의 제3자 임의제출’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아킬레스 건은 매체와 별개인 ‘정보’의 소유권 혹은 관리처분권의 문제다.

정경심 재판과 최강욱 재판에서 대법원은 각각 새로운 논리를 추가 도입해 하드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의 관리처분권이 제3자에게 넘어간 상태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그 정보저장매체와 그 안에 담긴 정보들은 각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 문제다.

사례 1. 삼성전자에서 최신 3나노미터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는데 그 기밀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한 직원이 떼어다가 중국 회사에 수백 억 원에 팔았다. 이 전직 직원에게 중고 하드디스크 절도죄만 물으면 되는가?

사례 2. 쓰던 스마트폰을 중고로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안의 개인정보와 사진 등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아 복구 가능했다. 이 스마트폰을 중고로 사간 사람이 그 안의 데이터를 복구해 내 개인정보와 사진들을 멋대로 사용해도 죄를 물을 수 없는가?

실제 현실에서 종종 벌어져온 이런 사례들이 정보저장매체와 정보의 관계를 말해준다. 정보저장매체와 정보는 서로 독립적인 가치를 가진 별개의 존재이고, 검찰은 물론 대법원도 일관되게 둘을 별개라고 명시한 판례들을 내놓아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번 정경심과 최강욱의 재판에서 정보를 정보저장매체에 절대적으로 종속된 불가분의 존재인 것처럼 판결을 내렸다. 정보의 소유권과 관리처분권에 대한 실질적인 고려 없이, 막연하게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있으면 당연히 그 안의 정보도 매체에 종속된다는 식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런 태도가 더욱 문제인 것은, PC나 하드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가 그 자체로 증거가 아닌 그 안의 정보가 증거이기 때문이다. PC나 하드디스크는 그 자체가 물리적인 범죄 도구로 쓰인 것이 아닌 이상(하드디스크로 머리를 때려 상해를 입혔다든지 말이다) 단지 정보를 담는 그릇에 불과할 뿐이므로, 그 자체는 증거가 아니다.

즉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따지는 대상은 매체가 아닌 그 안의 정보이므로, 관리처분권을 따지더라도 매체가 아닌 정보에 중점을 두어 따졌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정경심 재판에 이어 최강욱 재판에서도 ‘현금 절도 사건이지만 지갑의 관리처분권만 있으면 그 안의 현금도 맘대로 써도 된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연거푸 내린 것이다.

이런 주객과 본말이 전도된 판결이 두 차례나 반복됨으로써, ‘제3자 임의제출’이라는 검찰의 편법적이고 꼼수인 수사 수단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적으로 공인해준 결과가 되었다.

이런 공인 효과로 인해, 향후 수사기관이 얼마나 기기묘묘한 응용 사례들을 개발해낼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든 검찰이 원하는 주요 증거를 피의자가 잠시 지인에게 맡겨놓도록 만들기만 하면, 그 지인을 회유 혹은 압박해 증거로 제출하도록 한 후 참여권 없이 멋대로 무제한으로 증거를 추출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사휴게실PC들의 경우, 검찰은 동양대 조교를 강압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입수하고는, 정경심, 조국 부부에게는 확보한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장기간 무제한적으로 포렌식 분석을 반복해 증거들을 확보하고, 그 증거들의 내용은 커녕 목록조차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기간 공판이 진행되었다.

원래는 2019년 9월 6일 인사청문회 도중 기소 강행을 한 탓에 기소 이후 압수수색을 할 수 없어 꼼수로 강압적 임의제출로 확보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검찰에게 압수수색보다도 월등히 유리한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꼼수를 대법원이 두 차례 판례를 통해 연거푸 공인해줌으로써, 향후로는 검찰이 이런 변칙적 수사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비단 조국 부부와 최강욱만이 아닌, 검찰이 목표로 삼는 전국민이 입게 된다. 대법관들은 과연 이런 결과를 한번 고민이라도 해보고 판결을 내렸을까?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에서 초래된 법리의 혼란

앞서 거론한 2021년 11월의 ‘제3자 임의제출’ 판례는 기존에 비해 크게 진전된 판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판례에서 도입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개념에 큰 함정이 숨어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에서 정의한 ‘참여권’의 주체는 명백하게 ‘피고인’(‘피의자’ 포함)인데도, ‘실질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피압수자’가 마치 참여권의 주체인 것처럼 표현했다는 것이다. 해당 형소법 조항에 ‘피압수자’는 언급도 되어 있지 않고 그렇게 유추할 방법도 없다.

“제121조 (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2021년 판례는 압수수색에서의 개념을 임의제출로 확장한 것이므로, 이 판례의 취지에서 형소법 제121조에서 말하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에는 임의제출물에 대한 포렌식 검색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121조의 취지와 명시적 의미에 따라, ‘실질적 피압수자’로서의 피의자만이 참여권을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는 원래 참여권을 갖는다. 참여권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위한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21년 판례에서 임의제출에 대해 참여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원래 참여권을 갖는 ‘피의자’ 대신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단순명료했던 ‘피의자의 참여권’ 법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게 되었다.

또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개념은 수사기관의 관점에서 본 것으로, 참여권 논의에서 중심이 되어야 마땅한 ‘피의자’를 실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형사정책 연구’에 실린 박중욱 박사의 2023년 논문에서는, 대법원이 이 판례로 도입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개념의 심각한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 형사정책연구 2023년 제133호

 

박중욱의 논문 ‘전자정보의 압수수색과 피의자의 참여권’. 형사정책연구 2023년 제133호

이 같은 이유로, 박중욱 박사는 정경심 교수 대법원 판결(‘2021도11170’)에서 “실질적 피압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법률상 인정된 피의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해석”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렇게 2021년 판례의 잘못된 첫 단추로 인해, 이후로는 법원이 정경심, 최강욱 판결들처럼 ‘실질적 피압수자’의 자격에 대해 임의로 새로운 조건을 부여하면서 자의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길이 열려버렸다.

더욱이, 이런 두 판결 사례가 각각의 새로운 예외 논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2021년 ‘임의제출 참여권’ 판례를 피해가면서, 해당 판례의 근본 취지를 사실상 형해화 시켜 버렸다. 대법원 단계 뿐만 아니라 하급심에서도 비슷하게 자의적 예외 기준을 제시하면서 2021년 판례를 피해갈 여지까지 생긴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개념이 법률로 명문화되어 명확하고 구체적인 개념이 아닌, 일개 판결의 문맥에서 모호하게 도입된 개념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니 멋대로 잣대를 늘이고 줄이거나 혹은 임의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2021년의 중요한 판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이 도대체 왜 참여권의 대상으로 ‘피의자’가 아닌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억지스러운 우회로를 만들었는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당시 임의제출에서의 참여권 보장 문제에 대한 대법관들 사이의 격론 과정에서 일종의 타협안으로 채택한 문안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해당 판례에서 ‘피의자’ 대신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억지스러운 표현을 제시한 것은 판례에 스스로 무력화될 수 있는 ‘뇌관’을 심어놓은 셈이 되는 것이다.

‘소수 의견 3인’에 내포된 판결의 아쉬움

한편, 이날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인의 대법관이 참여했고, 그중 9인은 유죄 취지 다수 의견을, 나머지 3인은 파기환송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소수 의견을 낸 3인은 민유숙,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이다. 이 중 오경미 대법관은 전원합의체 회부 이전 이 재판을 담당한 대법원1부의 주심이었으며, 전합 판결에 참여하지 않은 김선수 대법관 역시 같은 대법원1부 소속이다.

특히 오경미 대법관은 다수 의견 중 3인의 대법관의 보충의견에 대해서도 다시 반대 의견을 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전합 회부 이전 담당 소부였던 대법원 1부는 오경미, 김선수, 노태악, 박정화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중 박정화 대법관이 7월에 퇴임하면서 후임으로 서경환 대법관이 합류했다.

한편 대법원1부 소속이기도 한 김선수 대법관이 이 전합 판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회피한 것으로, 피고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자신과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이유였다. (최 전 의원과 김 대법관은 2017년에 ‘권력과 검찰’이라는 책을 공저한 바 있다.)

김선수 대법관의 소신에 따라 소부 단계에서도 회피했을 것으로 본다면, 전합 회부 이전 소부 단계에서의 대법원1부 대법관들의 의견 분포는 오경미는 무죄 의견, 김선수는 의견 불참, 노태악은 유죄 의견, 박정화의 의견은 미지수다.

이 대법원1부는 지난해 7월에는 영상진술녹화 증거에 대해 전 과정이 담겨있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하는 등 증거능력 문제에 엄격함을 보였었다.

또 이 재판이 전합에 회부된 직후인 7월에 이 소부에서 퇴임한 박정화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는데, 박 대법관 후임으로 합류한 서경환 대법관 역시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다수 의견에 참여했다. 최근의 대법관 교체로 불리해진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번 최강욱 판결과 관련해 소부 단계에서는 4인의 대법관 사이 유무죄 의견이 비등했거나 오히려 무죄 의견이 다수였던 것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되면서 도리어 유죄 다수로 뒤집어진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투철한 소신에 따라 스스로 재판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의 의견이 크게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또 한가지 특기할 것은, 유죄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낸 3인 중 민유숙 대법관은 대법원2부 소속으로서 2022년 1월 정경심 판결에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한 재판관의 소신이 증거능력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서 2년도 되지 않아 정반대로 뒤집어졌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만큼, 민유숙 대법관은 2022년 정경심 판결 당시에도 소극적이나마 홀로 반대 의견이었으나 전합 회부 요구 대신 다수 의견에 동참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입법기관이 아닌 사법기관이지만 ‘판례’라는 형식으로 입법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해왔다. 판례가 법률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경심과 최강욱 판결에서는, 매번 기존 판례에 예외 조건들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불과 몇 개월 전에 정립한 중요 판례의 취지를 자유롭게 피해감으로써, 사법의 일관성을 흔든 결과가 되었다.

더욱이 그 결과가 애써 이룬 피의자 참여권에서의 의미 있는 진전에 역행하고, 향후로도 그런 역행을 더 양산할 여지까지 열어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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