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동차 파업 지지…윤석열, 철도 파업 죽이기

미국 빅3 자동차 88년만에 동시 파업 돌입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물결…파업 급증

바이든 "공정하게 분배 안 해" 파업 지지

반면 윤석열 정권은 '법대로 엄단'만 외쳐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한 철도노조 파업

2차 무기한 파업에 무자비한 탄압·징계 예고

2023-09-18     전지윤 편집위원

9월 15일부터 미국에서 GM, 포드,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피아트·푸조의 합병 회사) ‘빅3’ 자동차의 노조가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아직은 15만 조합원 중에 일부만 파업하는 형태이긴 하지만 이것은 88년 만에 벌어진 역사적 동시 파업이다. 파업의 배경이 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 4년 동안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과 더욱 벌어진 불평등이다. 이 기간 동안 많은 노동자가 고통받고 실질임금이 크게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빅3 자동차 회사의 수익은 65%나 증가했다. 이 회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거둔 2500억 달러의 수익 대부분을 4년 동안 벌어들였다. CEO들의 급여도 4년 동안 40%나 올랐다. 예컨대 현재 자동차 노동자들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달러인데, GM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무려 2900만 달러이다. 

 

역사적 동시 파업에 돌입한 전미자동차노조 노동자들 - 게티 이미지 뱅크

그래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앞으로 4년간 임금 46% 인상,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 노동, 계약직 노동자의 90일 내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테슬라처럼 저임금 무노조 공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막는 것도 핵심 쟁점이다. 이 파업이 일론 머스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자동차 3사 동시 파업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나타난 노동운동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봐야 한다. 새로운 물결 속에서 아마존, 스타벅스에서도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고 최근 헐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도 있었다. 올해 미국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해보다 40%나 증가한 상황이다.

지금 자동차 3사 파업을 이끄는 숀 페인(Shawn Fain) UAW 위원장은 새로운 물결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UAW 역사상 최초로 조합원 직선 투표로 선출됐고 노조의 민주적 운영, 재정 투명성, 밀실 협상이 아닌 공개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좌파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와 합동 연설을 하고, 페이스북 라이브로 조합원에게 직접 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인상적인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태도다. ‘친노조 정부’를 자처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회사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도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았다”면서 “노조가 노동 현장과 산업 전반의 기준을 상향하고 임금을 인상하며 모두의 이익을 강화한다”고 지지의 뜻을 분명히 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지금 자동차 3사 노조의 파업은 미국 시민들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의 요구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75%나 나왔다. 그래서 주류언론과 공화당마저도 노골적으로 파업을 비난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미트럭노조(팀스터)는 관련 물품의 운송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노조의 파업에 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정도만이 자동차 노조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며 바이든 공격에 이용하는 상황이다. 

 

노조 파업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여주는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 미국 노조 활동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방송 장면에서

반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완전히 거꾸로다. 지난 9월 14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나흘간의 시한부 파업에 윤석열 정부는 “불법 파업을 당장 중단하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2016년의 SRT 개통과 ‘철도 경쟁 시대의 개막’이 이번 파업의 뿌리가 됐다. 그러면서 철도공사(코레일)가 KTX에서 얻은 흑자로 무궁화호 등을 지원하던 ‘교차보조’는 없어지기 시작했다.

돈벌이가 안 되는 무궁화호는 축소됐고 시골의 철도역들은 사라졌다. 철도공사는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에 이미 무궁화호 94편을 감축했고, 올해는 55칸, 2028년까지는 509칸을 폐차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용 절감의 압박 속에 선로 유지관리나 안전 영역의 인력도 줄여 나갔다. 차량정비 업무, 유지보수 업무, 고객센터 업무 등은 코레일이 아니라 민간위탁이 되고 있다. 또 국토부는 최근 전라선, 동해선, 경전선에 SRT 열차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특정한 업무나 노선들을 쪼개서 민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모순인 것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한 이원적 경쟁체제 때문에 매년 400억 원이 넘는 중복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필수 인력이 줄어든 데다가 철도공사의 통일된 관리와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커지게 된다.

올해 초에 그리스에서 57명이 사망한 열차 사고가 바로 이러한 경쟁체제와 민영화가 낳은 비극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쟁체제 도입 이후에 2018년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지난해 오봉역 철도 노동자 사망 사고, 올해 영등포역 무궁화호 열차 이탈 사고 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고들이 어느 순간 대형 사고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출처 - 철도노조 홈페이지에서

그래서 철도노조는 지금 KTX와 SRT를 다시 철도공사 아래 하나로 통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요금 인하, 부족한 좌석과 환승 불편 해결이 가능하고, 사라진 무궁화호와 철도역들도 되살릴 수 있다. 인력 충원과 4조 2교대 근무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요구들을 수용하려는 방향과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파업에도 군인과 경찰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 ‘법대로 엄단’만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죽음을 무릅쓰고 단식하는 야당 대표는 만날 필요도 없는 ‘확정적 중범죄자’일 뿐이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반국가 세력’이고, 이들 모두는 ‘용납할 수 없는 공산전체주의자와 추종 세력’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곧 시작될 철도노조의 2차 무기한 파업에는 무자비한 탄압과 징계가 예고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의 숀 페인 위원장은 이번에 파업을 시작하면서 “이것은 노동계급과 부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억만장자 계급과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것은 이 나라의 철도노조 파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또 숀 페인 의원장은 더 이상 기업별 노조운동에 갇히지 말고 울타리를 넘어서 단결해, 노동자들 스스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조원들은 부패한 리더십과 기업별 조합주의에 싫증이 났다. … 이 기업들은 산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이들을 움직일 수 있다. … 함께 일어서서 그 산을 옮길 준비가 됐는가? 왜냐하면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 … 일어서서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과 한국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 모두가 정당하며 지지받을 가치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받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가? 그건 지옥이다. 약값과 집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지옥이다. 7, 하루 12시간씩 몇 달 동안 계속 일하는 것은 지옥이다. 공장이 문을 닫고 가족이 전국에 흩어지는 것도 지옥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이 병에 걸려 죽을지, 가족에게 병을 옮길지 모른 채 일해야 했던 것은 지옥이다. 이제 충분하다. 이제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결정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때이다.” (숀 페인이 동시 파업의 시작을 선언하며 한 연설 중에서)

철도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1만여 조합원(사진: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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