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尹의 무리수"
노동자 기본권 담긴 헌법 33조 벗어나 한 번도 발동한 적 없어
尹 "노사 법치주의 세울 것"…ILO “정부가 대화 나서야” 이미 권고
정부-언론-재계 "파업 피해는 국민 몫" 프레임 '노동자 옥죄기'
"내일(29일)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윤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문제는 노측의 불법행위든 사측의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이제 시간문제일 뿐, 구체적 수순만 남았다.
업무개시명령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노동자들의 기본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제33조를 벗어나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개시명령은 2000년대 화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서둘러 삽입한 조항에 불과하다. 그때도 이미 입법 단계부터 위헌 논란이 있던 조항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정부도 이 조항을 내세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사문화된 조항일 뿐이다.
업무개시명령은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원칙 이행감독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11년부터 국내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제소 사건에서 ‘화물기사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를 포함,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할 단체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며 ‘제87호·제98호 기본협약에 따라 누려야 할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를 완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한겨레신문, 2022년 6월 13일)
윤 대통령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파업의 책임을 오로지 화물연대에만 떠넘기고 있다. 파업은 정부의 약속 불이행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노동자들과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품목 확대’에 대해 논의하자고 약속했다. 노동자들은 그 말을 믿고 6개월을 기다렸다.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 배신감이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도 파업 초기부터 윤 대통령은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직접 SNS에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 여러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등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의 의지’를 읽은 정부-언론-재계는 우애 깊은 3형제처럼 “파업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같이 ‘일 손해액 수천억~수조원’ ‘항만 기능 마비 조짐’ ‘건설 현장 피해 가시화’ 등의 근거가 확실치 않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윤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은 업무개시명령이 아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해 교섭-협상부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6개월 전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