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제데모 사주' 범죄에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

언론탄압·국민분열 중대 범죄인데도 보도 '미미'

박근혜 정부 땐 같은 사안으로 비서실장 감옥 가

강 수석 입장ㆍ관제데모 실체 등 추가로 밝혀내야

작은 매체 특종은 무시? 시민들 분노에 답해야

2023-09-07     김성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7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지난해 극우 단체 활동가에게 관제데모를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민간인들에게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관제데모’를 사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시민언론민들레와 더탐사가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을 들어보면, 강 수석은 MBC가 ‘바이든, X팔려서 어떡하나’ 발언을 보도한 지난해 9월22일 한 극우단체 활동가이자 유튜버와 전화통화에서 ‘MBC는 완전히 친문 좌파 선동 방송이다, 이거 조져야한다.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가지고 시위해야 한다’는 극우단체 활동가의 말에 ‘그렇게 하라, 그렇게 주변에 전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극우 유튜버는 이런 대화를 나누고 닷새 후에 강 수석과 저녁식사를 했고 다음날 MBC 앞에서 실제로 시위를 했다. 다시 사흘 뒤인 개천절에 광화문에서는 극우단체 등에서 나온 3만여명이 MBC 규탄 시위를 벌였다.

강 수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1월에는 이 유튜버에게 김건희 씨 팬클럽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의 출마자제를 요청한 사실도 있다. 여당의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대통령 최측근 참모가 개입한 것이다.

정권이 관제데모를 사주해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범죄행위다. 국민통합을 일로 삼아야 할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을 공격하고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일을 한 것이다. 언론이 비판하고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강 수석은 물론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관제데모를 지시한 혐의로 실형을 받고 감옥에 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언론은 조용하다. 이 정도 사안이면 수십개 주요 언론사들이 수백 건의 기사를 쏟아내야 할 판인데, ‘강승규’로 검색한 관련 기사는 열 건 남짓이다. 주요 일간지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시민언론민들레와 더탐사 보도 이후 관제데모의 ‘타깃’이 된 MBC, 그리고 YTN, 민중의소리, 고발뉴스, 굿모닝충청의 보도가 전부다. KBS와 프레시안, 뉴시스는 이 보도 이후 ‘용서할 수 없는 중대범죄로 시민사회수석실을 차라리 폐지하라’는 야당의 반응만을 받아 전달하는 정도였다. 

시민들은 강 수석의 이런 반민주적 발언의 진의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당사자인 강 수석과 대통령실의 해명이 궁금하고, 이 발언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궁금해 한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의 관제데모 사주라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강 수석의 전화통화 이후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쳐 실제 관제데모가 벌어졌는지, 누가 동원됐는지, 이런 관제데모가 그 때 한 번뿐이었는지, 대통령은 알고 있었는지 등 취재하고 보도할 뉴스가 너무나 많다.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 뉴스 구성요건과 뉴스가치, 편집방향 등을 고려해 취재·보도를 할지 말지는 각 언론사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녹취록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왔고,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참모가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과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범죄행위를 사주했다는 의혹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이 사안을 추가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일 정도다.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아니라 행정관의 작은 실수도 지면 1면에 보도하고 며칠 동안 보도하던 집요함과 근성은 어디갔나? 또 최고권력의 범죄행위를 취재·보도하는 것은 정파주의나 진영논리 – 요즘 기자들이 극도로 꺼려한다는- 와도 상관없는 일이다.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파주의요 진영논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민들레와 더탐사의 녹취록 공개, 그리고 야당의 ‘용서할 수 없는 중대범죄’ 반응 이후에도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판언론에 대한 이 정권의 무자비한 압수수색과 기자 고소·고발 등 보복이 두려워서일까? 애완견 언론들의 주인 눈치 보기일까? 비판할 게 너무 많은 정권이라 이 정도 사안은 가볍게 보기 때문일까? 혹시라도 ‘작은 매체가 특종 보도한 것을 주요 매체는 따라 보도하지 않는다’는 못난 자존심은 아니길 바란다.

전언에 따르면, 동남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한 기자들이 강 수석 관제데모 사주 사실이 알려진 6일 대변인에게 질문을 했는데, 대변인은 ‘순방 중에는 순방과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며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질문은 이게 전부였다. 전혀 기자답지 않은 기자들의 이런 모습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해소되기는커녕 쌓여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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