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보자는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모았을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해부] ①각종 재산 의혹

한남동 유엔빌리지 아파트 값, 9년 내내 11억대

비상장주식 약 10억 누락…법이 바뀐지 몰랐다?

강남 살면서 부산 농지 구입…농지법 위반 의혹

경주 '웅덩이 땅'은 사주에 수(水)가 없어서 매입?

연수원 갓 수료 20대 때 무슨 돈으로 수천 평을?

2023-09-06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는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야권의 반대표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의 막대한 재산을 둘러싼 각종 축소‧은폐‧투기 의혹과 함께 여성‧아동‧가정폭력 등에 관한 문제적 판결 사례가 '까도 까도' 계속 나오고 있어 도덕성과 청렴성, 인권 감수성 등 기본 자질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이고 대표적 보수 판사라는 점은 대법원의 독립성과 삼권분립을 위협하며 사법부의 우경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 후보자의 문제점과 임명동의안 처리 전망 등을 종합 정리해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8.23 [공동취재] 연합뉴스

신고 재산 72억, 그나마 축소 의혹…실제론 100억 안팎 될 듯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의 재산으로 총 72억 3158만 원을 신고했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최고액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취임한 역대 대법원장의 후보자 시절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이용훈 35억 7000만 원, 양승태 32억 9700만 원, 김명수 8억 6847만 원이었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후보자였을 때와 비교하면 재산이 9배에 달하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내역은 본인 15억 7607만 원, 배우자 43억 4467만 원, 장남 7억 8621만 원, 장녀 5억 2461만 원이다. 부동산으로 부부 공동명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아파트 1채(110.65㎡·11억 5000만 원), 배우자 명의 서초구 양재동 상가 건물 지분 절반(20억 9198만 원) 등을 보유했다.

또 본인 소유 경북 경주시 내남면 땅 1만 1806㎡, 배우자 김희련 씨 소유 부산시 동래구 명장동·북구 만덕동·사상구 주례동 임야 및 사상구 덕포동 공장부지 등 토지 1만 4143.37㎡를 각각 신고했다. 아울러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 등 가족 전원이 비상장주식 2억 4731만 원어치씩을 보유하고 있다. 가족 예금 총합은 23억 8104만여 원이다. 이 중 1989년생인 장남이 4억 389만 원, 91년생 장녀가 2억 7729만 원의 예금을 각각 보유했다.

이 후보자는 안 그래도 신고된 재산이 많지만 여러 부동산의 실제 가액은 이보다 훨씬 많아 10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자 부부가 소유한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에 위치하고 실평수가 45평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는 이 아파트를 2015년 11억 5000만 원에 매입한 이래 올해까지 9년 내내 똑같은 가격으로 신고했다. 이 아파트 매물의 실거래가는 4년 전인 2019년에 이미 14억 원이었고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현재 호가는 21억~22억 원 정도 된다.

게다가 이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작고한 모친을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망신고에 따른 가족관계부 정리와 모친이 생전에 소유했던 예금에 대한 상속과 관련된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차후 재산 신고 시 상속재산을 신고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포함하면 재산이 또 얼마가 증가할지 알 수 없다.

10억 가까운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자녀들은 9세, 11세 때 취득

1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비상장주식에 대한 재산 신고를 지난 3년간 누락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 가족은 이 후보자의 손아래 처남이 운영하는 ㈜옥산 주식 1000주, ㈜대성자동차학원 주식 1000주를 갖고 있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 2명이 4분의 1씩 균등하게 각각 2억 4731여만 원어치씩, 총 9억 8924만 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고한 재산 총액의 7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이다. 이 후보자 가족이 이들 회사에서 2020년부터 3년간 받은 주식 배당금만 해도 1억 2690만 원에 이른다.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 가족은 2000년 12월 29일 처가에서 운영하는 가족회사 ㈜옥산 주식 각 250주를 증여받았다. 2006년 1월 20일 ㈜옥산 분할로 ㈜대성자동차학원이 설립됐고, 이에 따라 후보자 가족은 ㈜대성자동차학원 주식 각 250주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며 "㈜옥산 주식 각 250주를 증여받을 때 증여세 신고를 했고, 그 무렵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도 취득 경위와 소득원 등 재산 형성 과정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는데, 이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공개 때 한 번도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서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 첨부된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을 통해 처음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 당시엔 법률상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며 "2020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가 된 2010년부터 재산공개 대상이 돼 매년 재산 신고를 한 이 후보자가 법이 바뀐 사실을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직종도 아닌 법관이라 더욱 그렇다.

재산공개 누락은 엄연히 공직자윤리법상 불법 행위다. 앞서 대법원은 고위 법관이 재산 신고를 누락하면 징계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재산공개 때 "재산 누락 등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경고, 징계 요구 등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후보자는 4년 전 서울고등법원 재직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를 누락한 피고인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사실이 있어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19년 6월 21일 당시 서울고법 형사7부 부장판사였던 이 후보자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우석제 안성시장이 재산 신고 때 가족 채무 40억 6000만 원을 빠트린 혐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를 적용해 1심 대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이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공직자윤리법이 등록재산 신고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자 윤리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 시장이 재산 기재를 누락한 것은 입법 취지에도 반하고 국민 알 권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더해 이 후보자의 자녀는 미성년자 때 이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 자녀들의 나이는 올해 32세, 34세다. 2000년 해당 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이 후보자의 설명대로라면 자녀들은 9세, 11세 때 취득한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1인당 2억 5000만 원에 가까운 주식을 취득한 경위 및 편법 증여 여부는 인사청문회에서 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부산 지역 논 사들여 거액 차익…농지법 위반 의혹

이 후보자 본인이 소유한 땅은 크게 부산과 경주 일대로 나뉘는데 투기 가능성이 높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그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부산 지역의 논을 사들여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을 막 수료하고 해군 법무관으로 근무하던 1987년 12월 31일 장인과 처남 등 3명과 함께 지분을 4분의 1씩 나눠 부산 동래구 명장동 530-2번지 땅을 구입했다. 이 후보자의 부인은 그보다 2년 전인 1985년에 530-2번지 일대 6필지를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해당 땅의 지목은 '답(논)'으로 벼 등의 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농지다.

하지만 농지 구입 당시 이 후보자의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잠원동이었다. 1988년 이전까지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농지개혁법에 통작거리(통상 4㎞)와 사전거주기간(최소 6개월)을 명시해 농지 구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었다. 즉, 농지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농작이 가능한 통상 4㎞ 범위 내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했던 것이다.

이후 이 후보자 부부는 부산 명장동 땅 7필지를 2013년 11월 28억여 원에 팔았다. 매입 때보다 4~5배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여 뒤 이 땅은 '명장동 동일아파트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편입됐는데, 이 부부의 땅이 전체 개발면적(3만0606㎡)의 12%인 3798㎡에 달했다. 여기엔 결국 702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명장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농지법의 농지 범위는 실제 경작되고 있는 여부가 기준으로, 해당 지목은 '답'이었으나 이미 취득 당시 논이 아닌 잡종지로 사용되고 있었다"며 "해당 토지는 후보자의 장인이 자동차운전면허학원과 부대시설로 실제 이용한 것이다. 후보자의 토지 취득 30년 뒤에 진행된 아파트 재개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목이 '답'인 토지를 전용허가도 받지 않고 잡종지처럼 사용했다면 농지 불법 전용일 뿐, 법적으로 농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실제 대법원은 2021년 농지법상 '농지'이지만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토지를 두고 "농지법상 농지에 해당한다"는 판단한 바 있다. 이 후보자 본인도 2011년 서울고법 민사26부 재판장이던 시절 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농지로 원상회복이 가능한 땅은 여전히 농지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과 농지법에 따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 농지법은 또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도 아닌 대법원장 후보자가 "농지이지만 실제로는 잡종지로 쓰였기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는 내가 부산 농지를 매입한 건 아무 잘못이 없다"는 요지로 당당하게 나오는 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후보자 부부가 명장동 땅 7필지를 2013년에 매각할 때도 지목은 변함없이 '답'이었다.

경주의 '웅덩이 땅'은 왜 샀을까…사주에 수(水)가 없어서?

이 후보자는 경북 경주시에도 1억 원 상당의 토지 3000여 평을 갖고 있다. 부산 명장동 땅을 산 바로 다음해인 1988년 6월에 사들인 3필지(1만 1806㎡)인데 ▲내남면 망성리 1023-111번지(190㎡) ▲내남면 용장리 1288-363번지(653㎡) ▲내남면 망성리 1023-102번지(1만 963㎡)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형산강 주변에 위치한 이들 3필지 땅은 용도가 뭔지부터 애매모호하다. 가장 면적이 작은 망성리 1023-111번지 50여 평은 이웃 주민이 텃밭 삼아 고추 농사에 쓰고 있고, 나머지 두 필지는 무성한 나무와 수풀에 뒤덮여 사실상 버려진 상태다.

지목은 유지(溜池·웅덩이)다. 유지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논과 논 사이에 연못을 파 물을 저장하던 곳이다.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물이 고이거나 상시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있는 댐·저수지·호수·연못 등의 토지, 또는 연꽃과 왕골 등이 자생하는 배수가 잘 안 되는 토지를 말한다. 3년 이상 연속 농작물을 경작하면 농지가 되기 때문에 이 후보자 측은 '기회'가 올 때까지 그냥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후보자는 부산 땅에 대해선 "장인의 자동차운전면허학원으로 쓰였다"고 해명하지만, 경주 땅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인이 딸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사주에 수(水)가 없는 이 후보자가 (백년)해로하기 위해선 수(水)와 관련된 토지가 있어야 한다는 장인의 조언 때문에 매입한 것"이라는 해명을 언론에 산발적으로 내놓고는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선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2023.8.22. 연합뉴스

사법연수원 갓 수료한 20대 나이에 무슨 돈으로 땅 수천 평 샀나?

이들 부동산의 자금 출처 또한 의문이다. 1962년생인 이 후보자는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결혼했다. 26세 때인 1987년에 연수원을 수료하고, 이후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90년 서울민사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첫 임관했다. 20대 사회초년생이던 1980년대 후반에 부산 명장동, 주례동, 덕포동과 경주 내남면 일대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1990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명장동 530-1 토지 가격이 4593만 원(1㎡당 12만원)이었다. 이 시절 사법연수생이 받은 월급(5급 공무원)은 1년차 23만 원, 2년차 26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2010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기준으로 이 후보자 부부가 부산과 경주 일대에 보유한 토지 17개 필지는 총 면적이 9249평(3만 577.988㎡)이나 됐다. 이 후보자 이름으로 구입한 토지도 3685평(1만 2160㎡)에 이르렀다.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상태에서 수천 평의 땅을 무슨 돈으로 사들였는지는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후보는 비공식적으로 "결혼할 때 들어온 돈 3000만 원으로 구입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결국은 재력가였던 장인 등 처가에서 나온 돈이 종잣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조세 회피'도 의심된다. 실제 이 후보자 부인은 2000년 이 후보자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일 때 아버지로부터 부산 북구 만덕동 소재 임야 1만 1322.7㎡를 '증여'받고도 부동산등기부에는 '매매'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됐다. 증여세를 아끼려고 허위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실제 성남세무서는 '현금 증여'로 판단해 2002년 4월 증여세 88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편 이 후보자의 부인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상가 건물의 지분 절반(20억여 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매월 700만 원 가까이 임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건물의 지하부터 5층까지 사무실을 교회나 카페 등으로 임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임대차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5곳과 올해 1·7월 각각 계약이 만료된 2곳을 종합해보면 총 보증금은 1억 6500만 원, 월세는 1325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기준으로 보면 월세로만 1억 5900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 후보자 부인이 지분 비율에 따라 월세 절반을 가져갔다면 약 7950만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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