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쏙 빼고 재정건전성만…국민연금 반쪽 개혁안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보고서…일부 위원 불만 사퇴

2025년부터 보험료 연 0.6%씩 올려 12~18%로

연금수급 연령 2033년 이후도 계속 조정해 68세로

노후보장 강화 위한 소득대체율 상향 끝내 불포함

시나리오 18개나 되고 재정안정만 강조됐다는 비판

10월중 최종 정부안 국회 제출…확정까진 험로 예상

2023-09-01     유상규 에디터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더 내고, 늦게 받고, 액수는 그대로"

정부 산하 전문가위원회가 진통 끝에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뼈대이다.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을 막으려면 보험료는 더 내고, 지급 개시 연령은 늦추고, 연금액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노후 보장을 위해 필요성이 부각됐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인상안은 기금재정 안정론에 밀려 빠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작성해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재정계산위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개혁 시나리오 18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1998년 이후 계속 적용해 온 보험료율(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 9%를 각각 12%, 15%, 18%로 올리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2025년부터 1년에 0.6%p씩 5년간 올려 12%로, 10년간 15%로, 15년간 18%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소진 예상 시점이 2055년에서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으로는 66세, 67세, 68세로 각각 늦추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0세였으나 2033년까지 5년마다 1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조정되는 중이다. 올해는 63세인데 2033년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5년마다 1살씩 늦추자는 방안이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에 따른 기금소진 예상 시점은 66세이면 2057년, 67세이면 2058년, 68세이면 2059년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 종합 시나리오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p, 1%p 상향시키는 경우도 상정했다. 각각 2057년, 2060년으로 기금소진 시점이 늦춰진다.

보고서는 이런 3가지 변수와 관련된 경우들을 조합해서 모두 18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런 방안을 종합한 결과로 ▲ 보험료율 12%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투자수익률 1% 제고(기금소진 2080년) ▲ 보험료율 15%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소진 2082년)+기금투자수익률 0.5% 제고(기금소진 2091년) 혹은 기금투자수익률 1.0% 제고(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 보험료율 18% 인상(기금소진 2082년)·지급개시연령 68세와 기금수익률 0.5%·1.0% 중 하나 이상 조합(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등 사례를 제시했다.

계산위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 ▲ 유족연금 지급률(기본연금액의 40~60%) 60% 상향 ▲ 가입연령 상한과 수급개시 연령 순차적 일치 ▲ 출산크레딧 첫째아 출산 적용,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인정 등을 제안했다.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상향은 논란이 계속됐지만 보고서 확정을 앞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제외됐다. 계산위 민간전문위원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이를 2025년에 바로 적용할 것을 주장해 기금 재정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위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회원들이 '소득대체율 상향없는 보험료 인상 반대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지난 회의에서 소득대체율 상향안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담기로 했지만, 소득대체율 상향안은 '소수안', 소득대체율을 '다수안'이라고 명시하려는 움직임에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남교수와 주교수가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사퇴했다. 결국 소득대체율 상향안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퇴한 위원들은 공청회에 참여하는 대신 '노후보장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재정적으로도 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대안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재정계산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10월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개혁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 자체가 18개나 되고, 주요 항목이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라는 평가도 있어 국회 논의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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