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원들 "'혐의자·혐의 빼라' 들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 수사외압, 추가 증언 나와

법무관리관 "빼라한 적 없다" 국회 거짓 증언

2023-08-23     김성진 기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맨 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의원 질의를 지켜보고 있다. 앞은 이종섭 국방장관. 2023.8.21. 연합뉴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혐의자와 혐의 삭제 요구를 했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다. 유 법무관리관은 국회에서 혐의자나 혐의를 빼라는 언급을 한 적 없다고 했는데,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앞서 박 전 단장 측이 공개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진행 경과 문건에 따르면 유 관리관은 8월 1일 오전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당시 유 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하자, 박 전 단장은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유 관리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통화 과정에서 사단장과 여단장도 초동수사 결과 그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박 전 단장과 혐의자와 혐의를 빼라는 유 관리관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전 대령은 유 관리관에게 전화해 "사단장 등 혐의자를 빼고 혐의 내용을 빼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통화는 수사단 동료들도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8.21. 연합뉴스

그러나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미 장관 결재가 났는데 혐의자와 혐의를 빼라고 했냐'는 지적에 "이걸 빼라 저걸 빼라고 말한 적 없다"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또 유 법무관리관은 박 전 단장과 통화에서 혐의를 빼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며 "기록을 넘겨서 군사경찰과 민간경찰 간에 협조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압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송갑석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건의 기록만을 넘겨서 군사경찰과 민간경찰이 협조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원론적인 설명만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당시 통화를 들었던 수사단 동료들의 증언은 유 관리관의 주장과 달랐다.

박 전 단장 측이 23일 유 관리관을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며 첨부한 사실 확인서에는 유 관리관이 통화에서 외압을 가한 정황이 드러난다.

8월 1일 박 전 단장의 스피커폰 통화를 들었던 해병대 A 수사관은 사실 확인서에서 "유 관리관이 사건서류에서 죄명, 혐의자, 혐의내용 같은 것 다 빼고 일반서류처럼 넘기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함께 통화를 들었던 해병대 B 수사관 역시 "유 관리관이 인계서에 피혐의자 말이 들어가야 하느냐, 죄명, 혐의자, 혐의내용을 다 빼고 그냥 일반서류 넘기는 식으로 해서 넘기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고 자필로 진술했다.

 

해병대 A 수사관 사실 확인서. 2023.8.23. 박정훈 대령 변호인 제공

해병대 B 수사관 사실 확인서. 2023.8.23. 박정훈 대령 변호인 제공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원문을 직접 보지 못한 상태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유 관리관의 주장도 해병대 수사단원의 진술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수사관은 "박 전 단장은 법무관리관이 사건 관련 서류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말을 하고 있어 사건인계서부터 한번 보고 다시 말하라는 내용으로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며 "박 전 단장이 본인에게 사건인계서를 법무관리관과 법무담당에게 보내주라고 하여 1광역수사대에서 사건인계서를 받아 8월 1일 오전 9시 14분에 메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단장 측은 이날 유 관리관과 함께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전 단장 측은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범죄 인지 통보서를 영장 없이 회수하고, 수사단장에 대해 구체적 범죄 사실 없이 '집단항명 수괴'라는 혐의만 적시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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