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데이비드] 중국 "한‧미‧일, 아세안을 총알받이로"

북한 위협은 '3국 군사협력 구실'…과녁은 중국

중 외교부, 3국 안보협력체에 "냉전 부활 시도"

아세안· 태평양 도서국 '졸' 삼아 대중 봉쇄 전면에

"한국, 낡은 진영대항 거부하고 역내국가 동참 희망"

2023-08-23     이유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AP 연합뉴스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단순 명료하다.

세 나라가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배타적 그룹을 만들어 군사협력을 가속화하고, 그 구실로 북한의 위협을 내세웠지만 진짜 과녁은 중국임을 드러낸 회동이었다고 중국은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마친 지 사흘이 지난 21일에서야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였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주요 사안마다 나름의 논리를 갖고 상세히 설명한 것을 보면 자못 숙고한 흔적이 짙다.

먼저 중국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남중국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화인민공화국(PRC)"이란 실명까지 써가며 지역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해치는 세력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한‧미‧일 3국 정상이 중국을 먹칠하고 공격했다"고 반발했다. 내정간섭이자 중국-이웃국 이간 행위이고, 중대한 국제관계 규범 위반이란 주장으로 이어졌다.

앞서 3국 정상 공동성명은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 불법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위험하고 공격적 행동과 관련해 우리 각자가 밝혔던 입장을 되새기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성명은 "특히 우리는 매립지의 군사화, 해안경비대와 해상 민병대 선박의 위험한 활용, 강압적 행동을 변함없이 반대하며, 미신고나 규제받지 않는 불법 조업을 우려한다"고도 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2023.7.16 [해군 제공] 연합뉴스

중국, 3국 안보협력체에 "냉전 부활 시도"

이에 왕 대변인은 "3자 파트너십은 누구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미국의 발언에 주목한다"면서도 "3자 동맹의 재활성화가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성명에 맞춰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에 외교 채널을 통해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연대와 협력, 경제통합을 진작하는 길이 하나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그 사례들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RCEP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2022년 중국도 가입함으로써 중간재 단일 시장이 창출돼 교역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RCEP 가입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다른 하나의 길은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고 냉전 사고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다. 그 사례로 앵글로색슨동맹인 '오커스'(미국‧영국‧호주)와 '미‧일‧한 파트너십',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를 차례로 들었다. 중국은 이번에 공식화한 '미‧일‧한 안보협력체'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해온 쿼드보다 앞세웠다. 3국의 군사동맹화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전자의 길에선 보이지 않고, 후자의 길에선 언제나 중심에 있다"고 비꼬았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은 주요 강대국들의 '복싱 링'이 되어선 안 되며, 냉전이나 열전의 전장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신냉전 선동 시도는 역내 국가들과 국민의 단호한 반대를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정전기념일은 '전승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전승절 70주년 기념공연을 러시아 군사대표단(왼쪽), 중국 당-정부 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2023.7.27.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위협은 '3국 군사협력 구실'…과녁은 중국

한반도 문제도 주요한 의제 중 하나였다. 북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연내에 실행한다는 3국에 대해 왕 대변인은 "그들은 배타적 그룹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이기적으로 지정학적 이익을 챙기고자 한반도 이슈를 활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존의 중국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은 관계 당사국이 냉전 사고를 버리고 한반도 이슈의 핵심을 직시하며 대립과 압박을 중단하는 한편,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균형 있게 각국의 정당한 우려를 다루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캠프 데이비드 회동 결과와 함께 회동이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중국에 외교 채널을 통해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왕 대변인은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대중 관계를 챙기려는 한국의 바람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사아‧태평양에서 한국이 분열과 대립, 진영 대항이란 낡은 패턴을 거부하고 연대와 협력, 발전, 번영이란 새 전망을 여는데 중국 및 역내의 다른 국가들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한국을 '중립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이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을 별도로 다루면서 3국의 적극적 '관여' 계획을 밝힌 것에 주목했다. 이들 나라를 대중 봉쇄 전선의 앞세우겠다는 의도로 풀이했다.

또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이름을 굳이 '적시'한 것도 중국과 아세안을 이간하려는 '고도의 노림수'로 봤다. 관영 매체를 통해선 매우 신랄한 발언들을 던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 30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와 아세안 외교장관 지역포럼. 2023 07. 14.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관영지 "한‧미‧일, 아세안을 총알받이로"

글로벌 타임스는 21일 자 사설을 통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실체'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신냉전"의 칼을 넘기고자 마련한 연회였지만, 일본도 한국도 이를 거부하자 결국 3국이 함께 그 칼을 전혀 관련 없는 3자인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에 떠넘기려 한 것으로 봤다.

사설은 "세 나라는 공개적으론 중국을 피하면서도 비밀리에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을 '졸'로 삼아 대중 봉쇄의 전면에 세우고 있다"며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이들 나라를 신냉전의 총알받이로 만들려는 악의적 계산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이제 일본과 한국까지 동참시켜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 '공략'에 발 벗고 나섰지만, 결국은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패의 가장 근본적 이유로 미국이 아세안의 역사와 현실을 무시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 외교에 일관성을 경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사설은 "아세안 국가들은 냉전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부정적 기억을 지니고 있어 신냉전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극도로 경계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세안-중심적 접근"을 한다지만, 실제론 아세안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놓아 '총알받이'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을 RCEP'과 CPTPP와 같은 '지역 협력의 중심'에 놓으려는 중국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사설은 "미‧일‧한이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을 진정으로 지지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3국의 행동이 이들 나라를 위해 생계유지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개발 기회를 창출하며, 더 안정적으로 외부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지에 그 열쇠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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