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판결금 공탁' 윤 정부 판정패…"석고대죄하라"

전주‧광주 이어 수원지법도 공탁 이의신청 기각

평화행동 "대통령의 사법부 판결 부정에 제동"

"정부, 반인도적 불법행위 피해자란 인식 없어"

2023-08-22     이유 에디터

 

15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양금덕·이경석·이춘식·오연임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보고 있다. 2023.8.15.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염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2일 법원들이 일제 강제동원(징용) 판결금의 '3자 변제' 공탁 불수리에 대한 윤 정부의 이의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이같이 주장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하 평화행동)은 이날 '공탁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기각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대한 파산 선고'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사필귀정이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존엄과 인권 옹호에 기초한 법원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14일 전주지법과 16일 광주지법에 이어 21일 수원지법도 윤 정부를 대리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낸 '3자 변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피공탁자는 작고한 정창희 할아버지의 배우자와 고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3.8.19 [공동취재]. 연합뉴스

전주‧광주 이어 수원지법도 공탁 이의신청 기각

수원지법 민사44단독 오대훈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판결금 채권과 같은 법정채권에도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가 적용돼 당사자 일방 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피공탁자가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어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민법 제469조 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삼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돼 있다. 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수원지법 평택지원과 안산지원 등에서 진행 중인 이의신청 건도 조만간 같은 내용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성명에서 평화행동은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뒤집어쓰는 윤석열 정부의 '셀프 배상' 해법이 법원으로부터 잇달아 철퇴를 맞고 있다"며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피해국이 대신 떠안겠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에 반하는 일이자, 웃음을 살 일"이라고 지적했다.

 

12일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광복 78주년, 주권 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 범국민대회'에서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에게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전달되고 있다. 2023.8.12.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대통령의 사법부 판결 부정…법원이 나서 제동"

이어 평화행동은 "강제적인 방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채권을 소멸시키려고 했던 윤석열 정부의 불의한 시도는 산산조각 나고 있다"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결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태를 자행하고, 자국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것에 대해 법원이 나서 제동을 건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전범 기업들에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1인당 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불응하는 전범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하고 현금화 명령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작년 7월 말 윤 정부가 개입해 현금화 프로세스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7개월여 만에 내놓은 것이 '3자 변제 안'이다. 한국 기업들의 돈을 받아 기금을 조성한 뒤 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20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배려해 구상권 포기까지 약속했다.

윤 정부는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 등을 요구하며 판결금을 거부하는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의 손해배상 위자료 채권을 소멸시키고자 지난달 3일 기습적으로 판결금 법원 공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수리' 결정나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다.

평화행동은 "민법 규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무리하게 공탁을 시도한 것은, 한일관계 회복이라는 그럴듯한 구실로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해, 법조차 입맛대로 해석해 온 윤석열 정권의 오만과 광기의 결과"라고 질타했다.

 

18일 '6차 전국집중촛불(31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합성된 대형 욱일기를 찢는 행사를 하고 있다. 2023.3.18. 촛불행동 제공

 

"정부, 반인도적 불법행위 피해자란 인식 없어"

재단이 이의신청서에서 "채무자 본인이 직접 변제하는 경우나 제3자가 변제하는 경우나, 채권자가 동일하게 금전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평화행동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인식은 눈꼽 만큼도 없이 피해자들을 그저 돈만 받으면 되는 존재로 폄훼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평화행동은 "정부가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피같은 혈세로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면책시키기 위해 호화변호인단을 구성해 사법부와 맞서겠다고 설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윤 정부는 일본 전범 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우리 사법부의 다투고자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들여 대법관 출신 민영일 변호사,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 등 8명의 호화 변호인단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을 비롯해 모두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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