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오염된 땅에 아이들 뛰어놀게 둘 수 없다"

4개 환경단체 '용산 미군기지 공원 개방' 토론회

"용산어린이정원에 납·다이옥신 등 독성 물질"

"용산 지역 '확인할 수 없는' 유류 유출 사고 5건"

윤미향 의원 "흙으로 덮어도 오염원 안 없어진다"

2023-08-22     이승호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4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어린이들과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2023.5.4.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일본은 동해바다에 핵오염수 투기하고, 미국은 용산에 폐기물 묻어두고….”

대한민국이 외국의 폐기장이 됐다. 일본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마하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 미군 기지였던 용산어린이정원은 발암물질과 독성물질로 뒤덮여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녹색연합, 녹색법률센터,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등 환경관련 4개 단체들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 의미 있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오염된 용산미군기지의 공원 개방,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환경안전관리 기준을 위반한 오염된 땅 위에서 어린이들이 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어린이들이 위험한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민들과 국회가 나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 지역의 ‘미확인’ 유류 유출 사고만 5건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휘중 에아가이아 토양 및 퇴적물 환경복원연구소장은 ‘토양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특히 미군 주둔 시기 ‘용산 지역의 미확인 유류 유출 사고’를 언급하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 소장에 따르면 사고 시점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1990년대에 4건, 2000년대에 1건이었다. 2010년 10월 5일 발견된 사고를 예로 들면 유출 시점도, 유출량도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용산어린이정원에 납·다이옥신·카드뮴 등 독성물질”

이상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공원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이 과장은 “용산어린이정원 안의 납·비소·다이옥신·카드뮴·구리·아연 등을 ‘가능성 독성물질’로 들 수 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납 오염 수준”이라고 밝혔다.

‘흙을 14센티미터 높이로 덮었기 때문에 충분한 조치를 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산성비나 폭우가 쏟아질 경우 지면 아래 묻혀 있던 독성물질이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군사기지였던 장소의 토양오염에 관해서는 많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확정적이며 단언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과학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은 헌법상 ‘환경권 보호’와 충돌”

변호사인 이상훈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은 “용산어린이정원의 임시개방은 국민의 환경권 보호라는 국가의 헌법상 의무와 충돌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탈법적 사업을 중단시키고 더 나아가 앞으로 같은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일반법에 해당하는 국토계획법, 토양환경보전법을 개정하는 방법과 특별법인 용산공원법을 개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위한 용산시민회의 대표, 권정호 불평등한 한미 SOFA개정 국민연대 공동대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환경관련 4개 단체들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7간담회실에서 의미 있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윤미향의원실

“토사 피복으로 오염원 사라지지 않아”

이에 앞서 토론회의 공동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강민정·윤미향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비판했다.

윤미향 의원은 “정부는 지하 유류저장탱크, 송유관 시설, 기름 유출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고 전수조사해 본 적도 없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해도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주요 유류 시설물의 위치와 송유관의 위치에 해당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한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오염 정화 없이 토사 피복으로 오염원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주한미군기지 반환부지를 제대로 된 공법으로 오염 정화 작업을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의원은 “용산공원 개방을 추진하는 국토부와, 토양과 수질 오염이 제대로 정화되었는지 감독해야 할 환경부, 그리고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육 당국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마련하거나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용산미군기지 개방 문제를 덮는 데 앞장서거나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수진 의원도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지역은 2021년 환경부와 미군의 합동 조사를 통해 이미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크게 벗어난 사실이 확인된 지역”이라며 “의혹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놀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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