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그 가족 고난의 기록…'조국 그림' 전시회

다음달 13~27일 나무아트 갤러리 '시간, 산책 전'

이정헌 화백 "조국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

전시회 이름은 '조국의 시간' '법고전 산책'서 따와

고경일·박재동·박건웅 등 13작가 30작품 선보여

2023-08-19     이승호 에디터

 

백영욱 작. ​ 작품명 미정

“조국을 잊지 말자는 그림 전시회지요.”

<시민언론 민들레>가 다음달 ‘조국을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를 여는 이정헌 화백을 인터뷰했다. 오랜 시간 미술판 동지들과 함께 준비해온 전시회다. 그가 18~19일 이틀간 전화와 SNS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조국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길어도 1~2년이면 끝나겠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정상화되고 제자리를 찾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오히려 윤석열 정권의 조국 일가 도륙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조국 수호 집회’ 당시 시민들이 보여줬던 그 뜨거운 열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좀 식었다고 봐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요. 시간 탓이기고 하고, 지친 탓이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거죠. ‘조국을 잊지 말고, 조국을 기억하자’는 취지지요.”

전시회는 다음달 13~27일 서울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시회 이름은 <시간, 산책 전>이다. 전시회 이름을 좀 추상적으로 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전시회 이름은 조국 전 장관이 쓴 두 권의 책 <조국의 시간>과 <법고전 산책>에서 가져온 겁니다. 그러니 오히려 구체적인 이름이지요. 처음엔 <시민 조국전>이라고 할까 하다 너무 직접적인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은유적이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보자는 뜻에서 <시간, 산책 전>이라고 정한 겁니다.”

<조국의 시간>(2021)은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기록이고, <법고전 산책>(2022)은 법과 관련한 고전들을 한국 사회와 접목해 해설한 책이다. 그러니 전시회 이름에는 조 전 장관의 ‘발언’이 암시적으로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전시회에는 고경일·권동희·박건웅·박성완·박재동·백영욱·아트만두·이윤정·이정헌·임대니·전종원·조덕희·조은성(가나다 순) 등 모두 13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작가당 두세 작품을 출품하기로 했다. 이 화백은 “30여 점의 ‘조국 그림’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대니 작가가 그린 이정헌 화백의 초상화.  이정헌 화백 제공  

이 화백의 전시회 구상은 1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조국 사태’ 이후 한동안 조국 전 장관과 가족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분노를 참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무력감이었다. 정권의 폭력 앞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무기력증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아 그렇지,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는 미술계의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작품을 통해 ‘조국 사태’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자”고 사발통문을 돌렸다. 누가 마다겠는가. 일면식도 없던 광주에서 활동하는 박성완 화백 같은 이는 소문을 듣고 먼저 연락해 오기도 했다.

이 화백은 이번 전시회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글 쓰는 사람은 글로,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역사를 기록해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국과 그 가족의 고난은 현재 진행 중인 역사잖습니까. 그러므로 이번에 전시할 그림들은 지난 4년간의 역사이자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회로 시민들이 지난 4년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이정헌 화백 작

 

이 화백은 2019년 ‘조국 수호 집회’가 한창일 때 이른바 ‘케이크 들고 귀가하는 조국’ 그림을 그려 시민들의 뜨거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시민들은 이 그림을 ‘조국 수호 집회’ 포스터와 깃발로 만들었다. 티셔츠에도 그림을 담아 입고 다녔다.

“세상에 자식에게 당당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4년 전,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주어진 상황에 당당히 행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아빠의 등을 닮고 싶었다. 그래서 그렸고, 그 인연이 이어져 이렇게 전시까지 하게 된 거다.”

이 화백이 전화 인터뷰가 있던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편 이 화백 등 작가들은 지난 16일부터 텀블벅 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후원도 받고 있다. 목표액이 1800만 원인데 나흘만인 19일 오전 현재 90% 가까이 달성했다. 그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고경일 작, 작품명 미정

박건웅 작. 작품명 미정

박성완 작. 작품명 미정

박재동 작. 작품명 미정

아트만두 작. 작품명 미정

이윤정 작. 작품명 미정

임대니 작. 작품명 미정

 

조덕희 작. 작품명 미정

이정헌 작. 작품명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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