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사진 따귀' 역풍…대한노인회장 과거 언행은?

김은경 면전에서 얼굴 사진 4차례 힘껏 내리쳐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사진이 튕겨 날아가기도

SNS 등 비판 봇물…"사과하러 온 사람 앞에서?"

"상식 이하 모욕" "같은 노인으로서 부끄럽다"

김호일, 과거 의원 시절 DJ 등에 저질 막말 파문

공천 떨어졌다며 한나라 사무총장 엽기 폭행도

2023-08-04     김호경 에디터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이 노인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 중 위원장의 뺨 대신 사진을 때리고 있다. 2023.8.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정신 채려! (퍽) 정신 채리라고! (퍽) 정신 채려! (퍽) 진정성을 갖고! (퍽) 사과도 하고."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소위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러 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앞에 두고 김 위원장의 얼굴 사진을 손바닥으로 4차례나 세게 때린 행위가 역풍을 맞고 있다. 사과하러 온 당사자 면전에서 퍽!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과격하게 '사진 따귀'를 때리는 모습이 어른스럽지 못함은 물론 극히 폭력적이고 모욕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눈살을 찌푸린 많은 시민이 SNS 등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아울러 김호일 회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벌였던 저질 막말과 폭력 사건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3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어르신들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듣겠다. 그런 생각에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 신중히 발언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했던 발언은 10여 년 전 중학생이던 아들의 질문 내용을 예시로 소개하면서 미래세대인 청년층의 투표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노인의 '1인 1표'를 부정하기는커녕 "(중학생이 보기엔)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혔다. 또 "그래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언론과 국민의힘이 앞뒤를 생략한 채 특정 부분만 부각시켜 '노인 폄하'라고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아간 것이다.

전체 맥락을 보면 애초에 이토록 크게 파문을 일으킬 발언 수위가 아니었지만 '세대 갈라치기'에 따른 안팎의 압박이 고조되자 김 위원장은 결국 기자들 앞에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고, 곧이어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직접 방문해 다시금 머리를 조아렸다. 김 위원장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제가 많이 서툴러서 (잘못)했던 것이라 말씀드렸다. 사과를 드린다"며 "오늘 정례회의가 오전 10시부터인데 멈춰놓고 서둘러 왔다. 어설피 말씀드린 것, 마음 상하게 해드린 것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 푸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김 위원장을 향해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내가 볼때기라도 때리고 이래야 우리 노인들이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가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까"라며 미리 준비한 A4 용지 크기의 김 위원장 얼굴 사진을 왼손으로 집어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어 "정신 채려!"라며 오른손 손바닥으로 연거푸 내려쳤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사진이 손에서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다.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이 노인폄하 발언 사과를 위해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면담 중 위원장의 뺨 대신 사진을 때리고 있다. 2023.8.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이 나라를 위해 고생하고 금반석 위에 앉도록 만들어준 노인들에게 앞으로 대우하고 대접하는 발언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훈계했다. 김 회장은 전날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같은 사안으로 사과를 하러 찾아왔을 때도 "분노하는 노인들을 대신해서 뺨이라도 한 대 때려야 속이 풀릴 텐데 뺨을 때릴 순 없고 명함이라도 때린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양이원영 의원의 명함을 탁!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친 바 있다.

김은경 위원장은 뜻밖의 '사진 따귀' 광경에 충격을 받은 듯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2006년 1월 남편과 사별하고 13살, 3살 난 아들을 키웠다. 아이들이 기 안 죽게 하려고 이야기하면 '그래, 그 말도 맞겠구나' 하는 식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그렇게 키워서 말을 열어놓고 대화하는 편이었다"며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48세에, 아버지는 68세에 돌아가시고 시댁 어른들은 남편 사후 18년을 모셨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당시 발언의) 마음은 순수했고, 설명의 과정에서 제 딴에는 설명을 잘했다고 한 건데, 이렇게 퍼져나가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어르신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고 내밀한 개인사까지 밝히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번 사건 수습 안 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원 하나도 당선 안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엄포를 놨고, 대한노인회 다른 관계자들도 "자리를 내려놓으라" "그만두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고) '윤석열 밑에서'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호통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한 걸 문제삼은 것이다. 노인회 방문을 마친 김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에 대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SNS에는 "사과하러 온 사람을 앞에 앉혀 놓고 그 사람 사진을 손으로 때리다니" "뭘 보고 배우라는 건지" "어른답지 못하고 품격이 없다" "무례하고 폭력적이다" "김은경 위원장 발언이 맥락상 이렇게까지 크게 문제 삼을 정도인가" "노인 비하 발언도 아니었지만 비하 발언이었다고 해도 저렇게 행동하는 건 상식 이하" "저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는 젊은이들의 충격과 상실감이 노인들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질까 걱정" 등의 비판과 우려가 봇물을 이뤘다.

같은 노인 세대임에도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대한민국 '1000만' 노인을 대신해 그런 만행을 저지른다는 말인지 기가 막힌다" "같은 노인으로서 부끄럽다" "누가 누구를 대표해 따귀를 때린단 말인가. '대한노인회'란 말을 참칭하지 말라. 대한민국 노인들을 대표하지도 않고 솔직히 관변단체 아닌가"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해야지,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사에 인용된 의견들은 거친 표현이 많아 상당 부분 순화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3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사과하러 방문해 김호일 회장을 만나고 있다. 2023.8.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이자 혁신위원회 소속인 이해식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잘한 일이다. 본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닌데 혁신위원장을 맡았으니 그 기간만큼은 정치인이다. 억울한 점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김호일 노인회장이 김은경 위원장 사진 속 뺨을 때린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너무나도 모욕적인 행위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폭력"이라며 "영상을 보면서 제 뺨도 화끈거렸다. 아마 모든 사람이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또 "더욱이 여성들은 참기 어려운 치욕과 분노를 느꼈을 법하다"면서 "김은경 위원장이 간접적인 폭력행위를 당해야 할 만큼 잘못한 것일까? 사과를 하러 간 사람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이 후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르신의 올바른 처신일까?"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사과를 하러 간 사람에게 그렇게 대한다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장모가 법정구속이 되었고 부인이 외국 방문 중 명품 쇼핑을 했는데도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는 대통령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예타까지 끝난 서울 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축구장 12개 넓이의 처가 땅이 밀집된 곳으로 변경되었는데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세상 참 불공정합니다. 사과하랬더니 '개사과'를 하지 않나,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함에도 사과의 '사'자 조차 꺼내지 않는 것에는 애써 눈을 감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머리 숙인 사람에게 간접 폭력을 행사하고 치욕을 안기는 일을 그저 참고 견디고 넘어가야 하는 세상, 참 비감합니다. 이게 과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의 오늘이란 말입니까!"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사과하는 사람 앞에서 사진을 때리신 걸 보고는 조금 충격적이기는 했다"며 "어르신께서 조금 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여당 등의 비난을) 저희는 세대 갈라치기라고 생각한다"면서 "결코 어떤 세대를 비하하기 위해서 한 그런 주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많은 분이 화가 아무리 많이 났더라도 사과하러 온 사람에게 저렇게 할 수 있냐 하는 좀 안타까운 얘기들을 많이 하시더라. 사람들의 보편 감정 다 비슷하지 않나"라며 "사과하러 오신 분에게 과한 행동을 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출신 노인회장님께서 사과하러 찾아온 여성의 사진을 들고 뺨을 때린 행위와 별개로 그래도 김 위원장께서 차분하게, 진실하게 사과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이분이 어떤 분이신가 놀라서 한번 이력을 찾아봤더니 전직 국회의원을 하셨던 분이시더라"고 했다.

 

2000년 2월 18일 당시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이 당무회의 직후 서둘러 집무실로 향하는 하순봉 사무총장을 주먹과 발길질로 난타하고 있다. 김 의원이 청년당원의 제지를 뚫고 달아나는 하 총장을 붙잡아 목을 조르고 왼손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뒤 오른발로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있다. 한국일보 손용석 기자 〈"공천장 내놔" 낙천 분풀이 폭력〉 기사에서 인용.

서 최고위원 말처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의 이력에 대한 관심이 쏠리며 과거 행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남 마산 출신인 김 회장은 제14-16대 국회의원으로 내리 3선을 했고 한나라당 원내수석부총무 등을 지냈다. 그는 의원 시절 거친 언행으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는데, 지난 1997년 12월에는 경남 함안에서 대선 유세 도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그 아들 김홍일 의원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막말을 퍼부어 파문을 일으켰다.

"걸음 걷는 것을 보면 좌우간에 말이지, 부전자전이라든가. 애들은 더 절뚝이는 거야. 그 아들이 국회에 회의하러 들어오면, 자가용이 턱 대면 운전수하고 비서가 가서 시체 끄집어내듯이 끄집어내는 거야. 부자지간에 절뚝거리고 다니면 이주일이 하고 연예인들은 다 굶어죽겠네."

그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를 향해서도 "이인제는 김영삼 씨를 자기 정치 아버지라 하데. 김영삼 씨는 정치 아버지고 양아버지가 김대중인가베. 보따리 싸갖고 나가는 그 본을 딱 배워 가지고 아이고 참 호로자식이다. 더럽게 배워 처먹었다" 등 입에 담기 힘든 비방을 쏟아냈다. 그래서 당시 국민회의는 그에게 의원직 사퇴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까지 했으며, 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은 400만 장애인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공식 사과하고 김 의원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 김호일 의원 저질 발언 파문, 장애인연합회 사퇴 촉구

김호일 회장은 특히 16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000년 2월 18일,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하순봉 사무총장에게 달려들어 주먹질과 함께 하 총장의 목을 조르고 사타구니를 걷어차는 등 발길질로 난타해 전 국민을 경악시켰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이 적나라한 낙천 폭력 현장을 담은 한국일보의 연작 사진은 그 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할 정도로 정치적‧사회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 "공천장 내놔" 낙천 분풀이 폭력 그러다 보니 이번 '사진 따귀' 사건을 놓고 SNS에서는 더욱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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