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는 이"…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돌입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한 미국‧일본‧네덜란드 '1차 타깃'

정부, 반도체 등 관련 업계와 공급망 상황 긴급 점검

중국, 희토류 등 20개 원자재 제련‧가공 분야도 지배

2023-08-01     이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중 외교안보 라인의 최고위급 인사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작년 11월 발리에서 개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에 재개된 고위급 정무 대화다. 2023.05.12. 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1일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수출통제법과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의 규정에 따라 이날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그리고 관련 품목을 수출하고자 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제조와 통신 및 군사 장비 등에 널리 사용된다. 갈륨은 화합물 반도체에 쓰이며, 특히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산화갈륨과 질화갈륨도 수출 허가 품목에 포함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과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쓰이는 필수금속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갈륨의 경우 전 세계 공급량의 94%, 게르마늄은 83%를 각각 점하고 있는 사실상 독점적 생산국이다.

 

중국은 1일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에 돌입했다. 2023 07.06 [로이터=연합뉴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한 미국‧일본‧네덜란드 '1차 타깃'

앞으로 수출업자가 갈륨과 게르마늄, 그리고 관련 품목을 수출하려면 상무부에 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신청서 제출 시 외국 수입업자와 최종 사용자에 대한 정보는 물론 관련 수출계약과 최종 사용자에 대한 증빙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관측통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첫 조치는 중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취해진 것인 만큼 중국을 "탄압"한 국가들의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다루이 경영컨설팅의 마지화 창업자는 "영향을 받을 1차 대상은 중국에 유사한 통제를 부과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한 나라들의 기업이 될 것같다"며 "그러나 사용처가 합리적이고 관리가 적절하다면 수출 통제 확대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과 기술 이전을 통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미국의 줄기찬 압박에 일본은 7월 23일 첨단 반도체 노광·세정‧검사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할 때 중국에 대해선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사실상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네덜란드도 오는 9월 1일부터 의무적 수출 허가 조치를 시행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미일 양자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안보 동맹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2023.05.18. AP 연합뉴스

중국, 희토류 등 20개 원자재 제련‧가공 분야도 지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기업들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며, 한국과 대만도 미국을 뒤따를 경우 그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등 희토류를 비롯해 중요한 20개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며 제련과 가공 처리 분야도 지배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서방국들이 당장 공급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이외의 더욱 필수적 희토류로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하지 않겠느냐는 외국 기업들의 우려에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의 수출 법규를 문제 삼는 대신에 자국 정부에 중국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한 처분을 중지하도록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수출 통제 발표 후인 지난달 5일 브리핑에서 "갈륨·게르마늄 관련 항목은 명백한 군수·민수 겸용 속성을 갖고 있어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고, EU 회원국도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또 "중국 정부는 법에 의거해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실시해 합법적 용도에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특정 국가를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은 제조장비 납품 등이 늘면서 4개월 만에 소폭 상승한 70을 나타냈다. 사진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삼성전자 제공]

정부, 반도체 등 관련 업계와 공급망 상황 점검

한편,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업계와 함께 국내 공급망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반도체협회, 디스플레이협회,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업종별 협회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센터, 희소금속센터, 광해광업공단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갈륨, 게르마늄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정부와 업계는 서로 긴밀히 협력해 수급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때 신속한 해결을 도모하기로 했다.

또한 갈륨, 게르마늄을 포함한 주요 수입 의존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소부장 공급망센터, 희소금속센터, 광해광업공단은 공급망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세계 수급 동향 등 정보 공유, 비축 수요 조사 및 조달, 재자원화 및 대체 기술 발굴에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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