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16.3억 달러…7월 두달째 '불황형' 무역흑자
수출 16.5%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2018년 이후 최장
수입 25.4% 대폭 감소…원유 등 에너지 수입 47% 줄어
수입액 줄어 생긴 결과여서 2개월 연속 무역흑자 빛바래
반도체 수출 12개월 연속 감소, 자동차는 13개월간 증가
7월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이 잘 돼서 얻은 흑자가 아니라 수입이 줄어서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 3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1억 3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가 지난 6월 흑자로 전환됐다.
올해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 1월 125억 7000만 달러 적자 이후 2월 53억 3000만 달러 적자, 3월 47억 3000만 달러 적자, 4월 27억 5000만 달러 적자, 5월 22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내다 6월 11억 3000만 달러 흑자, 7월 16억 3000만 달러 흑자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연간 누적 무역수지는 1∼5월 적자의 영향으로 248억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7월 수출액은 503억 3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6.5%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지속,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단가 하락 등이 주된 감소 원인이지만, 작년 7월 수출이 역대 최고인 602억 달러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해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월간 수출 연속 감소로는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최장기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은 지난 5월 –15.4%에서 6월에는 –6.0%로 감소 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지난달에는 다시 –16.5%로 떨어졌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7월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33.6% 줄어 든 74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12개월째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36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7% 감소했다. D램과 낸드 고정가는 지난해 7월 각각 2.88달러, 4.49달러에서 올해 7월 1.34달러, 3.82달러로 떨어졌다.
자동차(15%), 일반기계(3%), 가전(3%) 등 3개 품목의 수출은 증가했다. 자동차의 경우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친환경차·SUV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 나가는 속에서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석유제품(-42%), 석유화학(-25%), 철강(-10%), 바이오헬스(-17.6%), 무선통신(-15.3%), 컴퓨터(-33.4%), 섬유(-15.4%) 등 다수 상품의 수출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99억 달러·-25.1%)·미국(92억 8000만 달러·-8.1%)·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88억 2000만 달러·-22.8%)·유럽(56억 4000만 달러·-8.4%) 등 6대 주요 지역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 7월 수출 실적이 역대 7월 중 가장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감소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상품인 전기차와 양극재의 수출은 각각 103.4%, 29.3% 증가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경우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베트남의 수출 부진이 중간재 수입 감소로 이어져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수출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7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40.8%로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율(-34%)보다 컸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7월 12억 7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 3월(27억 1000만 달러 적자) 이후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다.
7월 수입액은 487억 1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25.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은 지난 5월 –14.0%에서 6월에는 –11.7%로 감소 폭이 다소 줄어드는 듯했으나 지난달에는 –25.4%로 대폭 하락했다. 올 들어 수입액은 지난 2월 전년 동월보다 3.5% 증가하기도 했지만 이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입액 감소의 주 원인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원유(-46%), 가스(-51%), 석탄(-46%) 등 에너지 수입액이 47% 감소했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7월 103.14달러에서 이달 80.45달러로 22% 떨어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흑자 기조 유지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반도체 또한 점진적 회복세에 있기 때문"이라며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적극적 투자 유치를 통해 수출 확대 기반을 강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