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풍수' 백재권, 윤석열·김건희를 어떻게 봤을까?
"악어상 윤석열, 세상을 정화할 숙명"
"윤 정부 들어서면 우리나라 국운 상승"
"김건희, 귀하게 태어나 쥴리일 리 없어"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 대통령 되기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야당이 대통령 관저 이전을 결정할 무렵 천공이 용산을 방문했다는 의혹이 나오더니, 다시 천공이 아니라 풍수가 백재권 씨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당은 “천공이 아닌 다른 인물이니 문제 없다”며 야당을 향해 ‘역공 모드’에 들어갔다.
천공이냐, 백재권 씨냐는 공방이나 논란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이든 풍수가든 개입을 했느냐, 안 했으냐가 문제의 본질이다.
백 씨의 존재를 숨겨온 배경도 의심스럽다. 여러 추측이 가능하지만, 결국 정부는 천공도 백 씨도 모두 숨기고 싶었다는 얘기 아닌가. 천공이 용산을 방문하지 않았다 쳐도,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재권 씨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공, 건진 등에 이은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세상이치 깨달으려 명상과 기 수련에 매진”
백재권 씨는 어떤 사람일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 학교 ‘설립 취지’를 보니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동방문화를 창달하고 유불선 합일의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21세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동방문화를 정립하는 선구자가 되기 위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한다’고 돼 있다.
백 씨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지금까지 <여성경제신문>에 풍수나 관상과 관련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건이 좀 넘는다. 그의 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씨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대체로 ‘관상도 좋고, 태어난 곳도 좋고, 선산도 좋고, 두루두루 좋으니 대통령감’이라는 주장이 태반이다. ‘찬양’이라 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특히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좋은 관상이라고 감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인지, 이 매체에 실린 백 씨의 글과 인터뷰를 살펴봤다. 주로 ‘정치인 윤석열’ ‘대선후보 윤석열’ 관련 내용들을 봤다. 백 씨는 중앙일보에도 100회 가까이 기고했지만 지난 2020년 3월에 중단된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 관련 글이 거의 없어 참고하지 않았다.
“김건희, 귀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쥴리일 리 없어”
백 씨는 지난해 5월 4일 실린 인터뷰에서 김건희 씨의 첫인상에 대해 “처음 보자마자 귀한 신분이 될 관상이라는 것을 알아봤다”며 “고귀한 인물이 되는 귀(貴)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공작상이라는 평도 내놨다.
그는 “김 여사가 윤 당선인과 함께 외국에 방문하면 많은 국가 정상들에게 남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백공작상을 지닌 김 여사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큰 호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은 반쯤 맞다. 김건희 씨가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남다른 인상’을 준 건 사실이다. 바로 얼마 전만해도 리투아니아 고가 매장에 들러 국제적 구설수에 오르며 ‘남다른 인상’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구설수가 반복되고 있지만, 그것을 ‘호감’으로 연결짓는 사람들은 대체로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사람들뿐이다.
인터뷰에서 기자가 김건희 씨의 ‘쥴리 의혹’에 대해 물었다. 백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술집에서 일했다는 주장은 김 여사 관상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고 흠집을 내기 위한 억측이라고 본다.” 억측이라는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귀하게 태어난 인물은 고생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며 “그래서 김 여사가 술집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귀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쥴리일 리가 없다는, 기이한 논리다.
“윤석열, 구설 잠잠해질 것”?
‘윤석열 당선인’이 국정을 잘 이끌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신속한 판단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며 “처음에는 구설이 일부 나오더라도 점점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예언도 했다.
이 예언은 완전 빗나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이나 취임 후나, 구설수라는 말로는 부족한 망언과 망발을 계속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늘도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어”라는 과거의 거짓말이 구설수에 올라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국운이 좋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국운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예언도 했다. 이 예언도 틀렸다. 하루하루 경제가 망가지고 외교가 망가지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절망적이다.
흥미롭게도 백 씨는 윤 대통령 임기중에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특히 큰 발전이 예상된다”고 단언했다. “김건희 여사의 (백공작) 관상 때문”이란다.
또 틀렸다. 출판계만 봐도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던 오정희 작가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임명되질 않나, 국민의힘 의원이 학교 도서관에서 조국·유시민 책을 빼라고 하질 않나, 현대판 분서갱유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판이다.
윤석열은 협치 잘하는 관상? ‘불통의 아이콘’인데?
그런가하면, 백 씨는 2021년 6월 2일 인터뷰에서 “만일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뛰어든다면 관상을 볼 때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펼 것 같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악어상’은 정치를 할 때 의외로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정치인보다 협치를 잘하는 관상을 가졌다. 반대 진영에 있는 정치 조직·인사와도 교류와 소통을 잘할 거다.”
완전히 틀린 예언이다. 윤 대통령은 ‘불통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취임 뒤로 아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회의석상에서도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단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말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까지 나올까.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다.
민망할 정도의 ‘윤석열 찬양’
백 씨는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글을 썼다. 찬양에 버금갈 정도의 추켜세우기였다. 지난해 3월 23일 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했다.
“영웅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평화로운 치세에 태어났다면 단지 청렴한 공직자로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진영대립과 혼란의 미명(未明) 속에 있기에 시대적 영웅이 필요했다. 그 인물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자신이 원해 정치에 입문한 게 아니다. 시대가 윤석열을 원한 것이며, 세상의 부름을 받고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이다.”
기시감이 드는 글이다. 지난 세기 조중동의 ‘전두환 찬양’이 떠오를 정도다.
“시대의 부름 받은 윤석열”
그의 ‘윤석열 찬양’은 또 있다. “지금 세상은 부정과 부패, 비리가 판치는 세상이다. 세상의 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애먼 서민들과 국민만 고통 받는다. 더러운 물은 세상을 병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어지러운 난세(亂世)에 등장한 악어는, 세상을 정화할 숙명을 타고난 것이다. 윤석열 본인이 원해서 정치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시대의 부름을 받은 관상이 윤석열이다.”라는 글을 내놨다. 지난해 3월 9일의 글이다.
“혼탁한 시대의 영웅 윤석열”
지난해 2월 23일에는 “윤석열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지인의 소개로 윤 후보와 김건희 씨를 만났다”며 ‘윤 후보’에게 “굉장히 희귀한 관상으로 ‘악어상’이라고 말해줬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혼탁한 이 시대에 영웅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악어상이다. 그래서 윤 후보가 정치권에 입문하기 훨씬 전인 7~8년 전부터 눈여겨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때 그는 ‘윤 후보’를 어떻게 봤을까.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올라오긴 왔는데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특히 본인의 관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면이 더 많았다. 윤 후보가 사시에 여러 번 떨어지고 고시원 같은데서 공부할 때 술자리에서 사주, 관상 책을 뒤적이던 선배들의 잡담을 우연찮게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마다 자기 관상을 좋게 평가한 사람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엄청 좋은 관상이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도리도리’ 고쳐라…쓴소리도
백 씨가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대놓고 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 8일 <윤석열, 이거 못 고치면 대통령 되기 어렵다?>는 글을 통해 ‘몸 흔드는 버릇’을 고치라는 지적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 그는 “현재 보수계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도 위험한 버릇이 있다. 몸을 좌우로 흔드는 걸음걸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말하는 버릇, 말을 많이 하는 다언(多言)의 습관이다. 이 세 가지 모두 자기 자신을 해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윤석열도 몸을 좌우로 흔드는 버릇이 있었으나 고쳤다. 그런데 말을 할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과,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도리도리’는 초식동물만?
피식자(초식동물)와 포식자(육식동물)로 나눠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피식자인 초식동물은 끊임없이 고개를 좌우를 돌리며 경계한다. 먹이를 먹을 때도 수시로 고개를 들고 좌우를 살핀다. 자기를 해치려는 살기가 항상 주변에 맴돌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말할 때 고개를 정신없이 돌리며 말하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포식자인 사자나 호랑이는 평상시는 물론 사냥할 때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멈추고 한 곳을 응시한 채 집중하며 살아간다. 즉, 고개를 흔드는 것은 포식자의 행동이 아니라 피식자의 행동이다. 고개를 흔드는 것은 스스로 피식자의 위치로 자리바꿈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이 악어는 고개를 고정한 채 미동도 없이 먹잇감을 기다리는 동물이다. 윤석열은 악어상이다. 자신을 위기에 빠트리는 위험한 버릇이다.”
“아는 게 많은 윤석열”?
백 씨는 다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윤석열은 말(言)이 많고 달변가다. 아는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려는 자가 말을 많이 하면 그 말이 곧 독(毒)으로 변한다. 더욱이 윤석열은 악어상이다. 악어가 떠들거나 울부짖는 걸 본 적 있나?”
윤 대통령이 아는 게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라는 책도 읽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것도 많아 보인다.
가슴에 와 닿는 글도…“대통령 되는 건 운이 절대적”
놀랍게도, 가슴에 와 닿는 글도 있다. 지난해 3월 1일 게재된 글이다.
“세상일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작용이 보이는 스펙과 데이터를 압도할 때가 많다. 특히 선거는 바람을 많이 탄다. 일정한 방향성도 없다.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한다. 여론조사로 가늠하기 힘든 영역이 선거다. 정책보다 운이 절대적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거꾸로 뒤짚어 읽으시라. 그렇게 읽으면, 정말 가슴에 와 닿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