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까?…가계부채 부담-증가 속도 세계 2위
작년 BIS기준 DSR 13.6%…호주 이어 둘째
코로나19 이후 상승 폭은 한국이 가장 높아
소득 증가보다 대출금 원리금 부담 더 늘어
기준금리 인상 멈췄지만 가계부채 증가 전환
금리 재상승 땐 가계부채 상환부담 불안불안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부담 정도와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소득 증가 속도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 멈췄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해 가계의 빚 부담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집계됐다. BIS의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BIS는 국민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한다.
호주와 한국에 이어 캐나다(13.3%)와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도 지난해 기준 DSR이 10%가 넘었다.
영국(8.5%)과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등은 10%를 밑돌았다.
한국은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정도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하면 0.8%p 상승했다. 증가 속도도 호주의 1.2%p(13.5→14.7%)에 이어 두 번째다.
이밖에 1년 전보다 DSR이 상승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나라는 캐나다 0.7%p(12.6→13.3%), 미국 0.4%p(7.2→7.6%), 핀란드 0.3%p(7.2→7.5%), 일본 0.1%p(7.4→7.5%), 스웨덴 0.1%p(12.1→12.2%), 포르투갈 0.1%p(6.1→6.2%) 등이다.
반면 조사 대상 17개국 중 9개국은 지난해 DSR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만 해도 노르웨이(14.5%), 덴마크(14.2%), 네덜란드(13.8%), 호주(13.5%) 등의 DSR이 한국(12.8%) 보다 높았지만, 1년 새 한국의 DSR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보다 높아졌다.
특히 DSR 추이 변화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DSR 상승 폭(2019년 말 대비)은 1.4%p로 조사 대상 중 가장 크게 상승했다.
BIS가 작성하는 DSR는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 미보유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 시 대출 만기를 일괄 적용(18년)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속도, 국제적 비교에는 유용하다.
실제 한국은행이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2021년 소득·지출 대상) 기준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29.4%,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가계대출 차주 기준으로 평균 DSR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4분기 40.6%로 BIS 기준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DSR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소폭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1261조 4859억 원에서 지난해 1248조 11억원으로 1.1% 줄어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크게 상승했다.
기존 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
더구나 그동안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증가세로 전환, DS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2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고,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 5000억 원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3.25%에서 2분기 3.52%, 3분기 3.98%, 4분기 4.66%에 이어 올해 1분기 5.01%까지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4.81%에서 4분기 5.5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5.22%로 내려왔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등이 다시 오르고 있어 2분기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더 커지게 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