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영정·위패 없는 분향소가 2차 가해"
이태원 참사 유족들, 첫 기자회견서 발언하며 울분, 오열
"유족들 모이지 못하게 하고 존재 숨기려는 정부가 문제"
"유가족 뜻 반영, 희쟁자 추모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핵심"
22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유족들과 민변은 "명단 공개보다 유가족을 모이지 못하게 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의 존재 자체를 숨기려는 정부의 조치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 말미에 한 유족은 발언 기회를 얻어 "매스컴이나 인터넷 기사로 명단 공개가 2차 가해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쪽으로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 다 같이 하시는 말씀이 동의 없는 공개는 2차 가해라고 했다"며 "그 전에, 저희들 동의 없이 위패 없고 영정 없는 분향소도 저한테 2차 가해였다. 그 점에 대해 얘기해주는 전문가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례 치르고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 앞에 교복 입은 학생이 무릎 꿇고 통곡하는 것을 봤다"며 "그게 분향소가 맞나요? 그런 분향소를 보셨나요? 못 봤습니다"라며 오열하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앞서 희생자 이민아 님의 아버지도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로 갑론을박하게 만든 것도 유족들이 만날 공간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면서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는 겁니까. 정부는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 얘기에 답변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과정에서는 명단 공개와 관련된 여러 차례의 질의가 있었다. 그때마다 유족들을 대표해 대리하고 있는 민변 윤복남 변호사는 "명단 공개가 핵심이 아니라 희생자들을 온전하게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정부의 조치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소개한 직후 "최근 명단 공개나 영정사진 얘기가 많은데, 사실은 핵심이 정말 유가족들의 진정한 뜻이 제대로 반영되고 제대로 되고 있는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에서 "유가족 연락처 명단을 몰라 (유족을) 모을 수가 없다"고 답변한 것과 관련된 기자의 질의에 대해 "명단을 공개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전체 158명 희생자들의 가족이 전부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몫"이라고 했다.
또한 "(시민언론 민들레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명단 공개에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민변에서도 밝혔듯이 유가족 의사에 따라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부에서 선제적인 조치가 없다보니 희생자 추모를 위해 어떤 언론사가 됐든 종교행사가 됐든 사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형태"라며 "온전한 추모와 기억을 위해 동의하시는 분들의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것이 유가족과 민변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다시 말해 명단을 공개하는 게 잘됐냐 잘못됐냐, 이게 핵심이 아니고 정부가 공적 조치를 통해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려는데 동의 여부를 유가족들에게 묻고 동의하시는 분들에 한해 명단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그걸 가지고 마치 그게 문제이고 모든 것인 양 잘못 호도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그 점에 대해 정부의 조치가 미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