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의사협 “수술실 CCTV 저지 헌법소원”

환자 등 숙원으로 2년 전 법 통과로 9월 시행

의협 부회장이 시행도 전에 반대 뜻 내비쳐

의대 정원 확대도 “합의한 것 사실 아니다”

의료계 기득권 유지, 의료서비스 확대 ‘몽니’

2023-06-30     민병선 에디터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이필수 의협회장이 간호법에 반대한 단식 중 의료진의 건강 상태 체크를 받고 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와 의대 정원 확대에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있다. 2023. 5.1. 연합뉴스

의사협회가 9월 시행 예정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헌법소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와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의료계의 기득권인 의사들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현안에 대한 의협 입장’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박진규 부회장, 서정성 총무이사 등 주요 집행부가 참여했다.

회견에서 박진규 부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정부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하위법령 마련과 관련해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구성하고 의료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하위법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 중”이라며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계 요구사항인 CCTV 설치 및 관리 비용에 대한 정부의 전액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대국회, 대정부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의 발언은 법 시행도 전에 이를 저지하는 법적 조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술실 CCTV는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성형외과 등의 대리 수술, 수술실 내 성범죄가 문제가 되면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필요성으로 2015년 관련 법안이 처음 국회 제출됐고 6년 만인 2021년 9월 24일 법안이 통과됐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9월 25일에 시행 공포 예정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5년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최초 발의 이후 수차례 의료계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2020년 7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관련 법안을 발의해 비로소 숙원을 이뤘다.

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외과의사 등은 거부감을 느끼고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반발했다. 무분별한 의료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이 자리에서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협회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합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고 적절한지 여부를 따지는 정부와의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의협은 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지저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8일 열린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직후 나온 ‘의대 정원 확대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29일 열린 제12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도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몽니를 부렸다. 의협은 정원 확대를 법정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복지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광래 의협 인천의사회 회장은 이날 “의대 정원 문제를 코로나19 안정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한 2020년 9·4 합의가 아직 유효한 것인가”라며 “의료현안협의체와 사회적 합의체(보정심) 결정이 서로 배치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존재 이유를 상실한 협의체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의협의 이날 발언은 환자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식 기구(보정심)가 아닌 복지부와 양자 협상을 통해 본인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모든 국민이 의료서비스 확대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원하고 있다. 의사들만 본인들의 이익 저하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원 확대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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