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일' 김영호, 'BBK' 김홍일 입각…"어디서 이런 인물만"

윤석열 대통령 첫 개각, 국정 폭주 가속화 메시지

극우에 포획된 채 검찰독재정권 완성에만 집착해

김영호, 전향 뉴라이트…대북 초강경 발언 '매파'

"통일부와 외교부 합쳐야" 지론…차관 외교부 발탁

'김홍일 권익위' 정권 사정기관화 포석 "부적격"

차관 5명 대통령실에서 발탁…'윤 직할 체제'로

2023-06-29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통일부 장관에 '반통일' 성향의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비단길을 깔아줬던 'BBK 그 검사' 김홍일 변호사를 임명했다.

어디서 이런 인물들만 골라오는지 기이할 정도의 인사이지만, 갈수록 극우에 포획된 채 검찰독재정권 완성에 집착하는 윤 대통령에겐 필연적인 선택지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후 첫 개각임에도 그 내용은 국정 기조 쇄신의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줬으며, 나아가 지금까지의 폭주를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김 비서실장은 우선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영호 후보자는 통일부 수장에 걸맞는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고 거꾸로 '북한 체제 파괴' '김정은 정권 타도'와 같은 대북 초강경 발언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김 비서실장이 "흡수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면 맞는 이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1982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도서출판 녹두' 대표를 지내면서 1987년 4월 소련 공산당 공식 철학서인 '철학교정'을 번역·출판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0개월간 옥살이를 하는 등 80년대 후반까지 운동권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미국 유학을 나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따고 귀국한 뒤 극에서 극으로 전향해 2005년 뉴라이트 지식인 모임인 '뉴라이트싱크넷'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극우적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 발탁돼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 등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19년 2월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해 4월 기고문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극도로 경계하는 '체제 전복'을 통한 흡수통일을 시사하는 발언은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그는 2018년 7월부터 '김영호 교수의 세상 읽기'라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운영해 왔는데, 가령 올해 1월 게시한 영상에서는 "북한 내부 상황이 악화할 경우 언제든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 "대한민국에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장차관 인선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국내 시사 현안을 둘러싼 발언들 또한 태극기부대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체제 전복 세력에게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맹비난했고, 촛불시위엔 "전체주의적"이라고 매도했다. 2019년 7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 등장해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두고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폄훼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또 "통일부와 외교부를 합쳐야 한다"며 외교통일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그래서 통일부 차관에 외교부 출신이 기용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은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 북미국장, 박근혜 청와대 외교비서관, 주미 정무공사, 주태국 대사 등을 지낸 골수 외교 관료다. 이로써 통일부는 장‧차관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진 채 앞날이 불투명한 처지가 됐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일부 홈페이지에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을 설립 목적으로,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주의와 실사구시적으로 공동 이익 실현'을 과제 목표로 소개하고 있다.

대북 초강경 매파이자 통일부 축소론자인 김 후보자는 어떤 측면으로 봐도 통일부 사령탑으로서 매우 부적격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은 통일부를 근본 정체성부터 형해화하고 대북 협력이 아닌 대북 공세의 주력부대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 역시 부적격인 건 마찬가지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뒤 MB정부 내내 승승장구하고,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윤 대통령 당선의 공신이 됨으로써 장관급에까지 오르게 됐다. 특수통 검사 출신 '찐윤' 인사가 권익위를 장악해 독립성을 흔들고 정권 2중대로 전락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다. ☞ 시민언론 민들레 6월 28일 기사 <이명박 면죄부 준 '다스·BBK 검사' 김홍일, 장관 되나> 참조

통일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권익위원장과 차관은 다음 달 3일 자로 임명될 예정이다.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사실상 내정된 장관급 방송통신위원장 발표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동관 특보의 방송 장악 전력과 아들 학폭 문제 등에 대한 여론 추이를 놓고 좀 더 간을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역도 스타 장미란 용인대 교수(체육학)를 임명하는 등 11개 부처 차관 12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을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배치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과 회의가 적지 않은 공직 사회를 더욱 바짝 조이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29일 장·차관 인선 등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2023.6.29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야권은 '구제불능의 인사'라며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인사가 만사라는데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완전히 망사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같이 자격 없는 사람만 고르는가?"라며 "극단적 남북 대결 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우고,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덮어준 정치검사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앉히겠다니 가당키나 한가? 윤석열 대통령의 극우 편향, 검사 편향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개탄했다.

박 대변인은 "김영호 교수는 통일이 아니라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스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김홍일 전 검사는 권력자의 권익을 지켜온 사람이다. 권익위원회 역시 정권의 사정 기관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전진 배치는 정부 부처를 대통령의 직할 체제로 운영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장관은 결재만 하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부처는 실세 차관들을 통해 대통령실의 하명을 실행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김영호 후보 지명은 실상 통일부 해체 선언"이라며 "지명 발표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은 국민 권익 구제와 반부패 기관인 국민권익위를 제2의 사정기관화 하겠다는 선언이며, '한동훈 검찰'과 '유병호 감사원', '김홍일 권익위' 삼각편대로 야당과 시민사회 등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공세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찔끔 개각의 핵심은 차관 인사에 있다. 이번 개각은 차관 인사가 장관 인사보다 많은 거꾸로 인사"라며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 없는 차관으로 국회 인사 검증을 패싱하고 실세차관으로 '친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를 '통일파괴부'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여가부 장관에 이어, 장관계의 슬픈 코미디 쌍벽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만사검통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임명도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권익위가 아니라 윤석열 권익위로 오히려 국민의 권익을 옭아매는 데 앞장설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