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위원장, 경찰 출석…"추모가 왜 불법인가"

양회동 열사 장례 끝나자마자 경찰 자진 출석

정상 신고한 1박 2일 집회가 불법이라는 경찰 

장옥기 "헌법에서 보장한 활동…정권이 불법"

"목숨 잃은 동료 추모하는 것이 왜 불법인가" 

"불법 만들기 위해 그물 쳐놓고 불법 몰아가"

"노조, 민주주의 지키려면 윤석열 퇴진해야"

2023-06-22     김성진 기자
지난달 서울 도심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수사를 받는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22. 연합뉴스

22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도심 1박2일 집회와 관련, 자진해서 경찰에 출석했다. 고 양회동 열사 장례가 끝난 지 하루 만이다. 장 위원장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 활동은 불법이 아니"라며 "떳떳하게 경찰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불법으로 매도해서 건설노조 조합원 간부들을 1000명 넘게 소환 조사해 현재 19명이 구속돼 있다"며 "경찰은 '200일 작전'을 해서 20일부터 오늘까지 14명의 조합원을 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해놨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양회동 열사 장례가 진행됐던 20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기각됐으며, 이날도 4명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오는 23일 7명, 26일 2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다. 무더기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얼마 안 있으면 경찰 진급일이 가깝다고 한다. 진급에 눈이 멀어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죄 없는 사람들을 지금 구속시키고 있다"며 "헌법 보장돼 있는 노조 활동이 어찌 불법이 되겠는가. 우리는 헌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건설노동자 권리와 생존권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는 건설노동자들이 일이 끝나면 어떻게 삶을 책임 질 건지 고민해야 하는데, 일이 끝나면 그냥 가서 죽으라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하고 있는 행태"라며 "이제 우리 건설노조는 우리 삶을 정권에 맡기지 않겠다. 노동자 권리와 생존권을, 땀 흘려 일하며 사람 대우 받는 세상을 분명히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건설노조는 정부에 양회동 열사 명예회복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건설노조 1박 2일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경찰은 임의로 5시까지 해라, 9시까지 해라, 이렇게 잣대를 놓고 불법이라고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도심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수사를 받는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경찰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22. 연합뉴스

그러면서 "양회동 열사가 이야기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무 답변 없어서 건설노조는 표현의 자유 통해서 저항을 한 것"이라며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법이 판결해주리라 본다. 오늘 떳떳하게 경찰에 가서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1일 노동절에 열린 전국노동자 대회와 지난달 11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지난달 16~17일 1박 2일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등이 모두 집회 신고를 정상적으로 마쳤음에도,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장 위원장 등에게 5차례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건설노조 측은 고 양회동 열사의 장례를 마친 뒤 자진해서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건설노조에 대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9일 경찰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을 급습해 압수수색하고 건설노조원들의 PC와 노트북, 태블릿PC, USB, 주변기기, 메모지, 업무수첩, 테이블 달력 등 거의 모든 자료를 들여다봤다.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압수수색까지하는 것은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상적인 신고를 마치고 진행됐고, 집회 당시 경찰이 현장 채증까지 한 상태에서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보여주기식 강압 수사라는 지적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경찰 부상 및 차량 파손 등과 관련해 집회에 사용된 물품을 사무실에서 압수수색한 적 있지만, 단순 집시법 위반 정도의 혐의로 노조 사무실 전체를 압수수색하도록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최근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집시법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해도 휴대전화 등 신체 압수수색 정도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 앞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3.6.9. 건설노조 제공

건설노조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16~17일 집회 신고를 합법적으로 냈다. 경찰은 자신들 마음대로 국회가 정한 집시법을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마냥 오후 5시 이후에는 집회 금지한다는 금지 통보를 일방적으로 하고 우리를 불법이라고 얘기한다"며 "불법을 만들기 위한 그물을 쳐놓고 불법이라고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이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하는 건 헌법에 보장된 헌법 가치지만, 정부는 이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집회 결사 자유 또한 헌법 가치지만, 정면으로 정부가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은 노동자들의 집회를 교통 혼잡 이유로 제한하고 있다. 시청광장, 광화문광장 등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집회가 이뤄진 공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 진보단체, 민주노총에게는 단 한차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입을 틀어막고, 오로지 탄압으로 일관하겠다는 정권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조사 받는 장옥기 위원장의 죄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떠나간 동료 추모 문화제가 왜 불법인가"라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들이 날을 세워 투쟁하겠다고 길거리에서 한뎃잠을 잔 게 왜 불법인가. 그런 상황 만든 정권 반성해야하는 게 우선"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도 7명의 건설노조 노동자들이 구속영장실질 심사 앞두고 있다. 도대체 이 정권의 목적이 무엇이냐.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 차릴 것이냐"며 "우리는 노조 지키기 위해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킬 것이다.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길은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 유일하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도심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는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2023.6.22 [공동취재] 연합뉴스

장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2시부터 집시법 위반 등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이에 앞서 전병선 건설노조 조직쟁의실장이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한편 극우단체 신자유연대 대표 김상진 씨는 이날 건설노조 기자회견을 촬영하고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했다. 이를 건설노조 측에서 저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 벌어졌다.

극우단체들의 행동은 날로 극성이다. 장례식까지 방해하며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추모제에서도 한 극우단체 소속 남성이 대형 확성기로 '민주노총 해체하라' 등을 외치며 추모제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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