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먹잇감 위험에도…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윤석열 정권 '이간계' 정면 돌파…'사즉생' 승부수

국회 연설 사전 원고 없던 전격 발언, 여당은 야유

"체포동의안으로 갈등‧균열 노려…빌미 안 주겠다"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포기한 '5포 정권' 규정

"민주당은 국민 포기 안 해…'기본사회'로 나아가야"

2023-06-19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6.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칫 한동훈 검찰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보수 성향 판사들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위험성도 상당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투척하면 친윤 어용언론들은 물론 한겨레‧경향신문까지 '방탄 정당'이라는 기계적 도식으로 공격하고, 민주당 내부조차 비명‧반명계의 발호로 파열음이 커지면서 여론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노린 윤석열 정권의 '이간계'에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빌미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 대한 국민의 신임과 지지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던진 셈인데, '사즉생'의 승부수가 당내 자중지란을 잠재우고 전통적 지지층 및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의 무도한 실정 앞에서도 선뜻 민주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아프게 자성한다"며 "더 이상 윤석열 정권과 경쟁하지 않고, 어제의 민주당과 경쟁하겠다. 국민께서 '민주당이 달라졌다', 이렇게 느끼실 때까지 변화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서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 회유‧협박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 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를 겨냥해서 300번도 넘게 압수수색을 해온 검찰이 성남시와 경기도 전‧현직 공직자들을 투망식으로 전수조사하고 강도 높은 추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상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의 불체포권리 포기 선언은 연설 말미에 나왔다. 사전에 언론에 배포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박수가, 여당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좋은 이야기"라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듣고 있다. 2023.6.19. 연합뉴스

연설 서두에 이 대표는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다"면서 윤석열 정권을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우선 '민생 포기'와 관련해 이 대표는 치솟는 가스비와 전기요금, 전세대출 원리금, 생활비, 교육비,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거론한 뒤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서민과 중산층을 쥐어짜며 민생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로 소득 하위 20%의 가구 중에 3분의2가 빚을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소위 '적자가구'가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경제 포기'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관을 불문하고 성장률 예측치는 매번 낮아져서 '저성장의 고착화'마저 우려된다"며 "세계 경제는 코로나 불황을 떨치고 정상화 중인데 '우리 경제만 후퇴'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수출 급전직하로 무역수지 15개월째 적자 ▲최대 흑자국이던 중국의 최대 적자국 전환 ▲무리한 초부자감세로 역대급 '세수펑크' 예상 등의 문제를 짚은 뒤 "국민 삶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도 '무대책이 대책'이라는 정부로 인해 우리 경제는 날개 없이 추락 중"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포기'에 관해서는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불참 ▲6·10 민주항쟁 기념식 최초 불참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외면 ▲야당과 대화 거부 ▲'시행령 통치'와 '거부권' 남발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 독립성 훼손 등을 나열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질식의 위험에 빠졌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또 "완장 찬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권익위와 선관위를 무릎을 꿇리겠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검경의 구둣발은 제1 야당 당사도, 국회 사무처도, 언론기관도 가리지 않는다"며 "하루 평균 천 건이 넘는 압수수색이 벌어진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난에 공감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특히 "임기 두 달도 안 남은 방송통신위원장을 굳이 해임하고 그 자리에 MB정권의 언론탄압 선봉장이자, 언론장악 기술자를 앉히려고 한다"면서 "드라마 '더 글로리'에 버금가는 학폭 사건인데 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에 민주당 의원들만 박수를 치고 있다. 2023.6.19. 연합뉴스

'외교 포기'의 대표 사례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일본 잘못이 분명한 초계기 갈등 덮기 ▲일보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 등을 열거했다. 이 대표는 "한미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경제와 민생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실용과 실리의 관점에서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함께 추구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념 중심, 진영 중심의 '맹목적 편향외교'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태워 참사는 '국민 생명과 안전 포기'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 대표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 국가는 없었다"며 "234일이란 긴 시간이 지났지만 국가는 아무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 집권여당은 야4당이 발의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반대하고 있다. 참으로 비정하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을 포기하지 않겠다. 민주당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면서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채권 매입, 사후정산 제도 도입 등 추가 입법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확보와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혁신경제 등 미래산업기반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이제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당은 당내에 기본사회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본사회 2050 비전 수립'에 박차를 가해 왔다"며 "부분적‧ 단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확대해 가면서 국민의 실질소득을 늘리고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국민을 포기한 윤석열 정권의 '각자도생 정글사회'를 넘어서서, 안정되고 풍요롭고 희망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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