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녹색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 채택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정보 정확히 공개해야

일본 녹색당 "방류 대신 연안에 저장 시설 지어야"

호주 시의원 "이미 오염수 도달해…안전하지 않아"

영화 '태양을 덮다' 제작자 "일본 모든 원전 중단해야"

2023-06-11     박승철 기자
후쿠시마와 태평양에서의 핵 폐기물 세션에서 연사들이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6.10. 녹색당

세계 녹색당(Global Greens)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세계 녹색당은 8~1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 녹색당 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오전 ‘태평양 지역에서 핵 오염수 위협’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일본 녹색당과 호주 녹색당이 공동 제안한 이 결의안에서 세계 녹색당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도쿄전력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물속에 있는 방사능 물질의 정확한 양과 ALPS로 처리할 수 없는 트리튬과 탄소14의 정확한 양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발전소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을 줄이기 위한 냉각토 대신 콘크리트와 철재로 만든 지하댐을 건설할 것도 요구했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가 육지에서 지속적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정부에 대해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립과 핵폐기물의 태평양 투기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았다.

10일 열린 ‘태평양에서의 후쿠시마와 원자력 폐기물’ 세션에서도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했다. 일본 녹색당 활동가인 게이코 오카타 씨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현황과 일본 정부의 계획, 시민사회의 대응 등을 설명했다.

오카타 씨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태를 비교하면 일본 정부는 체르노빌보다 훨씬 적은 반경 30km 지역 주민만 탈출 명령을 내렸다”면서 “생활비 지원도 체르노빌보다 훨씬 적은 범위였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38만 명의 어린이가 갑상샘암 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샘암이 어린이에게 매우 희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명 이하에서 발생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345명의 발병 사례가 나타났다”면서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카타 씨는 또 “ALPS 처리가 됐다는 물의 70%에서 기준치보다 높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면서 “두 번 ALPS 처리를 한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 대신 연안에 탱크를 만들거나 오염수와 시멘트를 섞어 콘크리트로 저장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호주 본디 와드(Bondi Ward)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 원주민 출신 정치인 도미닉 카낙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이미 호주 연안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카낙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태평양에 도달했고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미닉 카낙 호주 시의원이 '후쿠시마와 태평양에서의 핵 폐기물'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10. 녹색당

카낙 의원은 호주 노동당 정부가 핵폐기물 저장소를 건설하려다 시민들의 캠페인을 통해 무산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노동당 정부가 처음 핵 폐기물 저장소를 건설하려고 했을 때 주민 60%가 찬성했지만, 캠페인을 진행한 후 95% 반대로 돌아섰다”면서 “결국 핵폐기물 저장소 건설은 무산됐다”고 말했다.

호주 원주민들이 벌인 캠페인은 ‘irati wanti’ 운동이었다. 카낙 의원은 “irati wanti는 ‘독이다. 여기를 떠나라’라는 의미”라면서 “핵실험 이후 실명한 사례가 발생했고 우라늄 광산에서는 만지지도 말고 떠나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것과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녹색당 소속 오현화 탈핵위원장은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을 소개했다. 오 위원장은 “한국에서는 반핵 운동 그룹뿐 아니라 광범위한 그룹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시찰단을 보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 정부와 동일한 말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방사능 기준치를 시간이 지날수록 올려왔다”면서 “방사능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8일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를 그린 영화 ‘태양을 덮다’ 상영회가 열렸다. 간 나오토 행정부와 도쿄 전력의 대응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 안전에 대한 무대책을 지적한 영화였다. 상영회 직후 영화 제작자인 타미요시 타치바나 씨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타치바나 씨는 “사고 당시 미국 기관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미국 시민들에게 탈출 명령을 내렸다”며 “당시 도쿄까지 영향을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타치바나 씨는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일본의 원전을 셧다운 했다”며 “그런데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면서 원전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의 원자력 에너지를 다시 돌려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면서 “원자력 발전소 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모든 원전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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