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는 유족 피해 도둑출근한 박희영 구청장

유족 "사죄·사퇴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 지키는 일"

'참사특별법 제정 촉구' 행진 이어 국회 앞 '천막 농성'

이재명 "정부·여당은 참사특별법 뭉개지 말고 입장 내야"

2023-06-08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문을 잠그자 사무실 입구에 사퇴 촉구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2023.6.8.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성토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박 구청장은 유가족들을 피해 정문 대신 다른 문을 통해 구청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유가족들은 다시 구청장실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박 구청장은 전날인 7일 오후 보석으로 풀려났다.

유족들은 서울 용산구청 정문 앞에 미리 도착해 박 구청장의 출근을 기다렸다. 그러나 박 구청장이 다른 경로로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족들과 취재진은 오전 8시 20분쯤 구청장실 앞으로 몰려갔다. 구청 직원들이 이들을 막아섰다. 유족들은 구청장실 앞에서 20여분간 박 구청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구청 정문으로 자리를 옮긴 유족들은 취재진 앞에 섰다.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박 구청장은 지금이라도 사퇴한 후 159명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그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박희영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159명 목숨 앞에 사죄하고 당장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향해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유족들은 이어 광화문-공덕역-마포대교를 거쳐 국민의힘 당사와 민주당 당사 앞에서 ‘참사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해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앞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참여연대는 7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 4당과 함께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상규명은 여전히 필요한 숙제고 앞으로 이런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국가의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제시되는 게 없다”며 “지금이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이런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새롭게 강구하고 억울한 피해자에 합당한 권리보장이 가능하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또 “당연히 정부여당이 제1선에 앞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시간이 약이다, 이런 태도로 뭉개지 말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전향적인, 적극적인 입장을 내주길 다시 한 번 간곡히 요구하고 촉구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태원) 현장에서 질서 유지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 대표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 유족은 이 대표에게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상관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3.6.7. 연합뉴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4월 20일 183명의 국회의원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방해말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참여하기 바란다. 그리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진정한 국민의 힘이 무엇인지 똑똑히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어렵게 이뤄낸 이태원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더니 특별법 공동발의는 거부했다”며 “정부 부처는 이미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반대하고 참사 피해자에게 치유, 휴직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협과 시민사회도 호소문을 내고 이달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진상규명 특별법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에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며 “국회가 진정성 있는 응답을 내놓으려면 행안위는 이달 중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특별법이 신속 제정되려면 여야 합의가 중요한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별법이 재난을 정쟁화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구청장이 차를 타고 떠나자 일부 유족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KBS 뉴스

한편 이태원 참사 당일 교통 통제,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출동 지시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 20일 구속 기소됐던 박희영 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은 전날(7일) 오후 보석으로 석방됐다. 박 구청장 측은 ‘참사 충격으로 인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장이 수감중이던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유족들은 “보석이 웬 말이냐, 구속해서 수사하라” “나도 공황장애다, 보석이 웬말이냐” “박희영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이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족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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