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평가 결과 투명하게 공개”…민주당 혁신 요구 나왔다
민주당혁신행동 30일 기자회견 개최
“평가위 안에서도 점수 공개 안돼”
“의원 평가 점수 당원에게 알려야”
“당무감사 결과도 투명 공개 요구”
대선 선거운동 방기 정확히 반영될 필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문희상, 유인태 전 의원 등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이다. 이때 더불어민주당은 처음으로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의정 활동 평가를 실시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지역구 의원은 의정 활동·공약 이행 35%, 선거기여도 10%, 지역 활동 10%, 다면평가 10%, 여론조사 35% 등을 통해 평가했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컷오프 대신 하위 20%에 대해 공천 평가 점수에서 20% 감산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하위 20%에 대한 명단 공개는 경선 시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컷오프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망신을 줄 뿐 아니라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희상 전 의원 등 일단 컷오프를 당했다가 구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외부에서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제는 이같은 의원 평가 결과를 당원들이 투명하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평가 항목 가운데 당원들이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선거기여도가 유일하다. 2020년 21대 총선 시 의원 본인의 지역 득표율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지역 득표율을 전국 득표율 추이와 비교하면 해당 지역구 의원의 성적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2022년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 다른 지역에 비해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다는 비판이 대두된 바 있다. 이것이 실증 데이터로 입증되면 전체 점수 10%가 반영되는 선거기여도에서 이들 의원은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당원들도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정 활동과 지역 활동, 다면 평가 등도 당원들에게 공개해야 당원들이 해당 의원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당원들은 지역구 현역의원이 지역 내에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이와 함께 지역구 의원이 의정 활동을 열심히 했는지 의정 활동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개혁 정당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았는지 명확히 알아야 의원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지역 현역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정치 신인과의 비교도 현역 의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혁신을 위한 모임인 ‘민주당혁신행동’이 ‘선출직 공직자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혁신행동은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와 당무감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혁신행동’에는 민형배 의원, 조상호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현정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 남영희 인천 미추홀구을 지역위원장,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정헌 전 JTBC 앵커, 민주당원 박예슬, 임세은, 장은미, 최봄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주당 당규 제10호에 따르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의정 활동과 도덕성, 역량 등에 대해 평가를 진행할 수 있지만 정작 당의 주인이라는 당원들은 평가 결과를 알 길이 없다”면서 “당규 제10호 제72조에 따라 평가 결과를 위원회 안에서도 일체 열람,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조사 결과가 아니라 최종점수로 환산된 결과만 공천기구에 전달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출직 평가 결과는 공천기구의 전략선거구 선정 심사, 공직선거후보자 추천 심사 등에 반영될 정도로 중요한 평가지표임에도 이처럼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면서 “최근 민주당이 진행한 지역위원회 당무감사 결과도 공천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되는데도 당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당 지도부에 촉구한다”면서 “현행 당규를 개정해 선출직 공직자 평가와 최근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 또한 즉각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혁신행동은 대의원제 폐지와 중앙위원회의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자 컷오프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날 이들은 이들 4개 과제(선출직 공직자 평가 결과 공개, 당무감사 결과 공개, 대의원제 폐지, 중앙위 컷오프 폐지)의 달성을 위해 당원 청원 운동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제안한 ‘혁신기구’ 구성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현근택 부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원내에 혁신기구를 만든다는 것은 현역의원이 혁신 대상인데 혁신 대상이 혁신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라면서 “의원총회에서 결의하는 것이 아니라 당내 공식 기구에서 혁신기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상호 변호사도 “당헌, 당규를 따라야 할 텐데 원내에서 당 혁신기구를 만들 당헌, 당규상 근거가 없다”면서 “원내 중심으로 혁신기구를 만들면 공천관리TF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이 언급한 ‘전권을 주는 혁신기구’에 대한 해석도 나왔다. 당 일각에서 혁신기구에 전권을 주면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은 “윤건영 의원에게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 지도부가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면서 “혁신기구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