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함정 '전범기' 펄럭이며 부산 입항…윤 정부 끝내 용인
일 군국주의 상징 욱일기 게양, "국민 자존심 유린"
5년 전 욱일기 게양 막았던 문재인 정부와 '대조'
일본 자위대함, 전범기 단 채 31일 제주 해상서 훈련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전범기인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 함정의 부산 입항을 끝내 용인하고 말았다.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하마기리함은 29일 오전 9시 30분쯤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하마기리함은 한국 주최로 31일 제주 동남쪽 공해에서 시행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23'에 참가해 욱일기를 펄럭이며 한국 바다를 누비게 된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육군과 해군이 사용한 군기였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민에게 참혹한 고통을 떠안긴 일제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전후 독일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금지한 것과 달리 일본은 욱일기 문양을 육상 및 해상 자위대의 깃발에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일제 침략사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는 것의 한 단면이다. 일본이 여전히 일제의 식민 지배를 합법이라 우기고 전쟁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국민 자존심 짓밟아…욱일기 일본 군국주의 상징"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기어코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함의 입항을 허용해줬다. 윤석열 정부는 오늘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며 "일본의 식민 지배에 면죄부를 준 것도 부족해 일본의 군국주의마저 눈감아주려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면죄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모두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과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한국 해군 주최의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도 초청됐다. 그러나 문 정부는 욱일기 대신 일장기와 태극기만 게양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은 이에 반발해 행사에 불참한 바 있다. 지금 윤 정부의 대응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욱일기'를 단 일본 자위대 함정의 부산 입항을 허용한 윤 정부의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함정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방한하는 게 '국제적 관례'라는 주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상적으로 외국 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 또는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안다"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윤 정부는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또 하나는 자위함기가 '욱일기'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윤 정부의 이런 시각은 작년 11월 일본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둘 간에 "차이가 있다"고 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의 주장은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5년 전 욱일기 게양에 문제 제기한 문재인 정부와 '대조'
시민언론 민들레 보도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자위함기는 모양이 아주 조금 다를 뿐 '욱일기'가 맞다. 욱일기는 정중앙에 위치한 빨간 원(태양)을 중심으로 일본 왕실 국화 문양의 이파리 수와 같은 16개 빨간 줄(햇살)이 방사형으로 퍼진 모양이다. 옛 일본 육군이 1870년 채택한 군기가 대표적이다. 옛 일본 해군이 1889년 채택한 해군기는 가운데 태양의 위치만 약간 왼쪽에 치우쳐 있지만, 옛 일본 육군 군기와 마찬가지로 욱일기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이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의 자위함기는 과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다.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인 전범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윤 정부는 결국 국내 비판 여론을 무시한 채 한국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가해 욱일기를 단 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타고 있던 이즈모함(경항공모함)을 향해 경례토록 '방치'했다. 한국 해군에 수치를 안긴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 거센 비판이 일자 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욱일기에 경례한 게 아니고 국가의 대표가 승선한 함을 향해 경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함, 전범기 단 채 31일 제주 해상훈련
다국적 해양차단훈련인 '이스턴 앤데버23'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출범 20주년 고위급회의를 계기로 시행되며,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의 함정들이 참여한다.
훈련을 마치면,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에 승선한 이종섭 장관이 우리 해군의 왕건함, 미국의 밀리우스함, 일본의 하마기리함, 호주 안작함, 한국 해경 5002함 순으로 사열한다. 해상 사열 때 하마기리 함 승조원들이 욱일기를 게양한 채 마라도함 앞을 지나며 경례하면, 이 장관도 욱일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한국 국방장관의 자위대 함정 사열은 처음이다.
윤 정부는 작년 5월 출범 이후 잔혹했던 일제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를 "100년 전의 일"로 치부한 채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과 관련해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한국의 사법주권을 뒤흔든 '제3자 변제안'을 강행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미온적 대응, 공격력 갖춘 일본의 군사대국화 용인 등 한일협력을 구실로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