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이름을 빌린 시민의 집"…노무현시민센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모든 시민 위한 열린 공간
시민이 기획·운영·참여하는 '시민활동' 프로그램
'노무현의 생각과 꿈' 함께 하는 '노무현의 서재'
가장 활용도 높은 '다목적홀 가치하다'와 스튜디오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민들을 위한 시민의 공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의 이름을 빌린 시민의 집"은 2019년 9월 6일 노무현시민센터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뜨면서 한 말이다. 하승창 센터장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구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이라고 시민센터의 의미와 역할을 설명했다.
노무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시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각성된 국민'으로서의 '시민'의 개념을 새로 일깨우고 새로 심었다. '노무현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표현하든 '시민'이라는 말과 떨어질 수 없다. 노무현은 "나를 따르라" 식으로 국민을 이끌려고 하지 않았고, 늘 시민을 떠받들며, 그리고 앞세웠다.
시민이 기획·운영·참여하는 '시민활동' 프로그램
그런 점에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 운영하는 '시민활동' 프로그램이다. 재단이나 시민센터는 필요한 것을 지원할 뿐 모든 것이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노무현시민센터는 그런 곳이다. 말 그대로 "깨어있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시민들과 함께 뭔가를 해나가는 것"이다.
5월만 해도 각 지역의 '노무현 순례길' 걷기, '4·3 평화기행', 영화 '미안해요 리키' 상영, '사이버안보와 민주적 통제의 딜레마' 토론회, '토요 마라톤 독서' 등의 '시민활동'이 예정되어 있거나 모집 중에 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예산 30%와 재단과 시민 후원금 70%의 예산으로 지난 해 9월 23일 건립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이래 모든 전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회가 구성되어 있고 기념관들도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이 규모나 성격, 그리고 활동의 내용과 양상에 있어 다른 대통령의 기념사업과 크게 다른 것은 바로 '시민'에 대한 인식과 그 존재 때문이다.
지하 3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노무현기념센터 공간에서 일반적인 '기념관'들의 기본 요소인 '전시 공간'은 지하 1층의 '노무현의 길' 밖에 없다. 그 외의 다른 공간은 모두 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시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노무현시민센터의 가장 중심적인 공간인 '노무현의 서재'와 3개의 강의실, 2개의 회의실과 시민단체를 위한 공유사무실, 또한 참여광장과 3개의 스튜디오, 공연 시설인 '다목적홀 가치하다'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의 생각과 꿈' 함께 하는 '노무현의 서재'
'노무현의 서재'는 1, 2, 3층이 '열린 공간'으로 트여있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소장하고 있던 도서들이 가장 큰 비중으로 전시되어 있고,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장관들과 비서관 등의 인사들이 저술했던 서적, 그리고 노무현재단과 시민들이 선정해 추천하는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다.
'노무현의 서재'는 연대별·주제별로 △역사에 접속한 순간, △사람사는 세상, △세상을 바꾸는 일 △노무현의 질문들, △재단 추천 등 총 6개의 대주제로 구분되어 있다. 각 구분의 의미와 추천 도서의 추천 이유 등이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다. 진열된 책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고민을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시민들은 서가에 진열된 책들을 자유롭게 골라 읽을 수 있다. 열람 신청과 같은 과정이 따로 없고, 마음대로 골라서 읽고 반납대에 놓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노무현의 서재'에는 언제나 최소한 10여 명에서 많을 때는 20~30명의 시민들이 서가를 살펴보고, 열람대와 계단식 벤치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가장 활용도 높은 '다목적홀 가치하다'와 스튜디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공간은 지하 2층의 '다목적홀 가치하다'이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공연과 영화상영, 그리고 강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곳에서는 수시로 공연과 영화상영, 그리고 강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재단 기획프로그램도 있지만 대관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3월 17일 오마이TV가 추최한 조국 전 장관의 '법고전 산책' 북콘서트도 이곳에서 열렸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지난 13일(토)에는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연사로 나선 '노공과 이산 그리고 창덕궁'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기자가 방문했던 날 지하 2층 스튜디오에서는 유시민 작가, 윤태영 전 비서관, 강원국 작가, 백승권 작가 등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맡았던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말하다” 특집방송을 녹화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인과 대통령의 생애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또한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의 의미를 짚어보는 이 방송은 19일(금) 저녁에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민들을 위한 시민의 공간'
노무현시민센터의 공간과 시설은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 중형 공연 및 상영시설인 '다목적홀 가치하다' 외에 3개의 회의실 등에서 여러 단체와 기관, 그리고 시민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5월에는 문익환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반도평화경제회의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스튜디오 방송 시설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재단에서 주관하는 행사보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조직하고 운영하는 시민활동이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더 중요한 행사인 것처럼, 공간과 시설이 재단과 직접 관계가 없는 외부 기관과 단체들을 위해 활용되는 것도 노무현시민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유시민 전 이사장이 "노무현의 이름을 빌린 시민의 집"이라고 표현했듯이, 노무현시민센터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인으로 받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모든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센터'라는 공간을 벗어나 시민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시민활동의 출발점이며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