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아닌 사람 문재인"…'문재인입니다' 내일 개봉

9일 현재 한국영화 예매 1위…이창재 감독 인터뷰

"정치를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인간 문재인의 초점"

"10년 뒤에도 공감될 수 있는 문재인의 애정과 내면"

"옷을 바꿔 던진, 그러나 흔적이 남은 첫 자연인의 모습"

문 대통령 "조국, 안타까움·미안함 ·후회"…장시간 토로

2023-05-09     고일석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에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일상이 자주 다뤄진다. 사진 엠프로젝트

대통령 퇴임 이후의 일상을 중심으로 변호사, 정치인, 대통령을 거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정을 다룬 영화 <문재인입니다>가 내일(10일) 개봉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은 4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과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정치인 문재인이 아닌 인간 문재인을 그리고 싶었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개봉일이 5월 11일에서 하루 앞당겨진 5월 10일로 확정됐는데 공교롭게 윤석열 정부 취임 1주년이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왔다. 

제작사 측은 "전주국제영화제 일정에 맞춰 제작해 그 직후 개봉하게 됐고, 영화관 상영 일정이 수요일을 기준으로 바뀌는 까닭에 5월 10일에 개봉하게 됐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 감독과 제작사의 뜻과 관계없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정치적인 성격을 피할 수 없는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 사진 엠프로젝트

"정치를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인간 문재인의 초점"

개봉을 이틀 앞둔 8일 이창재 감독은 <민들레>와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는 이창재 감독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정치를 배제한 인간의 표현이란 것이, 혹은 정치와 인간을 분리한다는 것이, 특히 퇴임한 대통령에게서 가능한 것인가"를 첫 번째로 물었다. 오히려 감독이 정치를 너무 의식해 필연적인 정치적 연관성과 성격을 강박적으로 회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에 있어서 정치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와 내면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정치인 문재인이 아니라 변호사와 정치인과 대통령의 여정을 거쳐온 인간 문재인에 대해 다루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분이 정치라는 것을 부정하고 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치를 다룬다고 하면 정치의 결과에 대한 것과 정치의 동기, 그리고 어떤 정책적인 것에 포인트를 둬야 할 텐데요, 저는 대통령 혹은 그 이전에 정치라는 문제에 임하는 태도와 과정에 대해 포인트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방위비 협상에 대해, 일본 소부장에 대해 그것이 좋은 거냐, 나쁜 거냐, 혹은 잘했냐 못했냐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태도를 취했는가 하는 것에서 당신의 내면이 드러난다고 본 것이죠. 

방위비 협상에 있어서는 단호한 태도, 미사일 협상에서는 집요한 자세, 그리고 일본과의 무역전쟁 당시에는 주변 참모들이 벌벌 떨면서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죠. 저는 그런 점들이 이 분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양산 사저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진 엠프로젝트

"10년 뒤에도 공감될 수 있는 문재인의 애정과 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작 과정에서 이틀 간 약 12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가지는 동안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그중에서 쉽게 화제를 만들 수 있는 얘기, 지금 현실에 대한 얘기는 배제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누구나 가장 궁금해 할 수도 있었을, 혹은 가장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내용들은 영화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시사성, 시의성이라는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기를 관통하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내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구요. 5년 후에 봐도, 10년 후에 봐도 큰 무리 없이 이해되고 공감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작진 내부에서도 엄청나게 큰 격론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감자를 안고 가자, 그게 이 시국에 맞지 않냐, 이런 얘기들이 강하게 나왔었구요. 저는 그런데 그것은 저의 영역 밖의 일이다, 지금까지 사람을 다뤄왔지 제가 모르는 전공을 바꿀 수 없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갤럽이 정기조사를 시작한 이래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이나 마치는 시점 모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이다. 분기별로 봤을 때 1년차 1분기를 81%의 지지율로 시작해 5년차 마지막 분기를 41%의 지지율로 마감했다. 각각 2위를 차지하는 대통령은 취임 초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각각 71%, 마지막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이 27%로 2위 김대중 대통령 24%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취임 직후 지지율도 2위 대통령보다 10% 포인트 높고, 마지막 지지율도 2,3위 대통령보다 두 배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만 놓고 본다면 최소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론의 여지 없이 언제나 사랑받고 지지받을 것 같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원망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있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원죄가 문 대통령에게 있고, 국민들이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있는데 너무 고즈넉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에 그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 고생한 대통령이 퇴임 후 편안한 일상을 보내기를 강력하게 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저 앞 시위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엠프로젝트

"옷을 바꿔 던진, 그러나 흔적이 남은 첫 자연인의 모습"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일상을 '전원일기' 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꽃밭과 텃밭을 가꾸고, 풍산개 송강·곰이, 유기견을 입양한 마루와 토리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사연 등이 큰 분량을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후자의 지지자들에게는 대단히 큰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지자들 내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소소한 일상'을 SNS에 내보내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을 본다면, 전자의 지지자들에게는 (심하게 말하면) 염장을 지르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런 점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잊혀진 사람이 되고싶다'는 말씀과 관련해서 시비가 많죠. 당신께서도 거기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그 말에 대해 '현실 정치에서 전임 대통령으로서 뭘 한다든가 하는 흔적이 없이 살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자연인으로서는 절대 지워질 수 없지 않느냐. 

그래서 첫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옷을 바꿔서 던진 입장이라 거기에 대해, 예를 들어서 영화에서 사저 앞 시위 모습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때 그것을 당신께서는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죠.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자연인으로서의 모습도 그려지지만 공인으로서의 옷을 막 벗었는데도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는 그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토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풀을 뽑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엠프로젝트

문 대통령 "조국, 안타까움·미안함 ·후회"…장시간 토로

'퇴임한 대통령의 일상'이라고 하면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일상'은 오로지 평탄하고 고즈넉하기만 하지 않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양산 사저 앞 시위대의 굉음과 소음이 여러 차례 그대로 전달되고, '풍산개 반환'을 놓고 벌어진 현 정권과의 갈등 부분은 매우 긴장감 넘치게 그려진다.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윤재관 비서관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당장 지금 오늘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분이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했더니, 첫 마디가 조국인데, 조국 장관인데"라고 말하는 장면 뒤에 문 대통령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잠깐 비추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겨우 그거냐"라는 생각과 "그나마 그 만큼이라도"라는 생각이 동시에 스쳐간다. 

"조국 장관에 대해 가장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타까움, 미안함, 내가 가장 후회하는 때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깊게 상처받을 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정치를 하고 나서 유일하게 후회할 때가 그때였다는 얘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 내면에서 속이 얼마나 타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말로 해서 채울지, 표정 하나로 그릴지가 고민이죠. 저는 표정 하나로 축약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검찰개혁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부분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모두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박지원 국정원장, 도종환 장관 등의 인터뷰로 처리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참모들의 입으로 대신 전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문재인입니다'. 사진 엠프로젝트

9일 현재 예매 한국영화 1위, 개봉작 3위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해 양산 사저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해, 현재의 일상, 재임 당시의 일들, 변호사 시절의 회고 등을 번갈아가며 매우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다큐 영화라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지지자들이라면 다들 "저 때가 좋았지"라는 느낌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을 원망하는 지지자들에게는 염장 지르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퇴임 후 편안한 일상을 보내길 바라는 지지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거꾸로, 원망했던 지지자들에게는 뜻밖의 위안이, 편안함을 바라는 지지자들에게는 여전히 대통령 시절의 흔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이 전해질 수도 있겠다.

개봉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10시 현재 예매 관객 3만5253명으로 한국영화로서는 예매 1위, 현재 개봉작 중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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