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주가 폭락 사태, '임창정 때리기'로 시선 돌리나
언론들이 만만한 연예인만 동네북 만드는 배경
김건희‧50억 클럽 외면하더니 또 본질 비껴가
검찰의 선별적 금융범죄 수사‧능력 믿기 어려워
폭락 속 이익 본 큰손들에게 보도‧수사 집중돼야
'큰 돈'엔 '더 큰 돈'과 검찰‧언론 도움 따라온다
그 와중에 사기당하고 죽어가는 돈 없는 사람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말에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시작해 8개 종목의 주가들이 대폭락하는 사태로 며칠 만에 8조 2천억 원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으로 의심되는 분위기 속에서 지난 일주일간 주류언론들은 이 사태에 관해 연예인 임창정 씨에 대한 각종 의혹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보도를 보면 마치 임창정 씨가 이 사태의 핵심적 주범인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아주 예전에 영화 <비트>에서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지만 그 후로 특별히 임창정 씨에 대한 기억은 없다. 간간이 TV에서 본 부인, 결혼, 가족에 대한 임창정 씨의 태도가 별로라고 느낀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 임창정 씨에 대한 주류언론(특히 족벌언론)들의 태도는 전형적인 '만만한 연예인에 대한 동네북처럼 때리기'로 보인다. 별로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황이나 단편적인 말만을 근거로 임창정 씨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아니면 말고'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임창정이 동료 가수 박혜경을 투자하도록 끌어들였다'는 보도들은 박혜경 씨 본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렇게 오보의 위험이 있어도 대단한 권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 부담도 없고,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수도 높이고, 이 사태의 본질을 파헤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편한가.
물론, 아직 이 주가조작과 폭락 사태에 대해서 진상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이 사태의 최대 피해자들은 이 주가 폭락에 끌려들어가 피해를 입은 개미 투자자들이고, 책임자로 의심되는 것은 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 같은 이들이다. 그 애매한 중간 지점에 욕심을 갖고 목돈을 부었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임창정 씨 같은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 사태 속에서 손해는커녕 엄청난 이익을 누린 사람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키움그룹 김익래 회장,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같은 재벌 오너들이다. 이들은 '로또 당첨보다 더 높은 행운'을 타고났는지, 하필 주가가 5배 가까이 오를 때는 가만히 있다가 폭락 직전에 수백억 원어치를 다 팔아치우며 재앙 속에서 홀로 이익을 거두는 '투자의 신'과 같은 능력을 보여줬다. 누군가의 손해가 이들에게는 이익이 됐다.
이들이 갑자기 수십만 주를 팔아버리면서 주가 폭락이 촉발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모든 금융범죄 수사의 기본은 '돈의 흐름'과 '누가 수익을 거두었는가'라는 점을 볼 때도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적은 돈으로 큰 차익이 가능해 빚을 지고 투자하도록 유도하지만, 주가 하락 때는 몇 배의 피해를 입도록 만드는 '차액결제거래' 같은 제도가 이 사태의 밑바탕이 된 것도 분명해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규제 완화의 결과다.
따라서, 상식적이라면 사태 속에서 이익을 본 이들에게 보도나 수사를 집중하면서, 이런 제도를 손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타당한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시피 언론 보도에서는 주로 임창정 씨만 계속 불려나오고 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녹취록, 엑셀 파일, 문자 대화, 범죄 일람표가 계속 나와도 못 본 척하던 족벌언론들이 임창정 씨 앞에서는 사정없이 펜을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도 비슷해 보인다. 키움그룹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나라 검찰의 금융범죄 수사 의지와 능력을 믿기는 어렵다. <뉴스타파>의 역작인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검찰 금융범죄조사부의 검사들이 바로 주가조작의 몸통과 연결돼 있었던 경우와 검사 수사실에서 주가조작을 논의하던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검찰이 어떤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하고, 언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하고, 누구를 무엇으로 기소하느냐에 따라서 수사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계속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파헤치다가 모든 증거를 다 인멸하고도 남을 2년 후에야 박영수 특별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검찰의 모습을 보면 답은 나와 있다.
이것은 검찰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의도만이 아니라, 전·현직 검사들의 생계나 수입과도 연결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검찰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결사 옹호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짜 큰손들은 금융범죄를 수사하다가 퇴직한 검사들을 변호사로 채용하고, 그 변호사들은 자기 후배들을 상대로 자기가 수사하던 범죄자를 변호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면 아무리 주가조작을 하고 큰 수익을 얻었어도 별 일없이 살 수 있다. 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갑자기 회장직 사퇴와 사회기부 퍼포먼스에 나선 것도 전관 검사들로 구성된 대형로펌이 설계한 전형적인 그림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렇게 '큰 돈'을 가진 자들은 '큰 책임'이 아니라 '더 큰 돈'을 벌 수 있고, 수사와 보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장동에서 '50억 클럽', 이번 주가 대폭락의 진짜 주범 등은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라는 불신이 커지게 된다. 반면, 경제적 불안정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속에서 경제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삶은 더욱 팍팍해지는데, 돈 없는 이들은 전세사기와 주가조작의 피해자가 되기도 너무 쉽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연달아 목숨을 끊어도 윤석열 정부는 "개인이 속아서 당한 피해를 국가가 대납해주는 전례를 만들면 안 된다"며 나 몰라라 하고,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열악한 건설 현장에서 열심히 노동하던 이들은 검찰과 족벌언론들에게 '건폭'으로 몰려서 죽도록 괴롭힘을 당하다가 목숨까지 빼앗긴다. "검찰 독재 정치"를 "제발 무너뜨려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남긴 한 건설노동자의 마지막 절규가 계속 귓가를 울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