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안보리 대북 제재와 확장억제 놓고 공방 가열
윤 "중국, 안보리 제재에 전혀 동참 안 해" 비판
중 "국제의무 이행…북한 합리적 우려 응답해야"
중 관영지, 윤 '경제문제 풀 수도' 발언 "위선적"
한국 “근거 없는 비난”…중 관영지에 강력 항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중 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와 확장억제(핵우산)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전략핵잠수함(SSBN) 한국 기항 등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대북 제재에 비협조적인 중국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한미가 워싱턴 선언에서 핵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라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중국, 안보리 제재에 전혀 동참 안 해" 비판
또한 윤 대통령은 한중 경제 상황에 대해 그는 "우리는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것은 없다"며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 하면 중국과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중국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국제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한반도 문제의 책임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무시하는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연합뉴스의 질문에 또한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는 제재 조항만 있는 게 아니라 대화 지지, 인도적 지원, 제재 완화의 가역(되돌릴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를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 "국제의무 이행…북한 합리적 우려 응답해야"
그는 "한반도 문제는 정치와 안보의 문제"라고 규정한 뒤 "문제는 핵 폐기 메커니즘 전환을 아직 실현하지 못하고 각 측이 각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으로,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는 "각 측이 한반도 문제의 증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증상에 맞게 약을 투여하기를 바란다"며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는 뜻의 '연목구어'(緣木求魚)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대행위만 안 하면 중국과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던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중국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정부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비판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4일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발언과 관련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개입'이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 분석가들은 희망사항과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완전히 위선적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반중 인·태전략, 한국 사회경제 이익, 안보와 상충"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약속과 관련해, 랴오닝성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차오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정면 대응만 부를 것이라면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밑으로 한번 들어가면 점점 더 미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뤼차오는 "그 결과 한국은 자국의 사회·경제적 이익, 심지어 안보와도 상충되는 미국의 반중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국의 졸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기사에서 한국의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출 역성장과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한국 "근거 없는 비난"…환구시보 등에 강력 항의
이에 주중한국대사관(대사 정재호)은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그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활동과 관련한 보도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쓰고 근거 없는 비난"을 했다며, 두 매체에 서한을 보내 공식 항의했다고 연합뉴스가 5일 전했다.
한국대사관은 서한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해 우리 정상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매우 치우친 시각에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폄훼했다"고 비판하고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또한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저급한 표현까지 동원해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일부 내용은 언론의 보도인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라며 "만약 한국 언론이 중국 지도자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비난하는 보도를 연일 게재할 경우 중국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신중히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사관은 환구시보 등의 보도가 "한·중관계의 건강하고 성숙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양 국민 간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뿐인바, 글의 게재에 있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사로서 외교 문제 등으로 인해 당국자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껄끄러운 정부의 '속내'를 기사와 사설로 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경제와 문화, 인적 교류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질적‧양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으나, 작년 5월 윤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에 있다.